꾸안꾸 말고 꾸꾸꾸… C-뷰티가 온다

하은정 기자 2026. 6. 1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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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안꾸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눈 밑을 붉게 물들이는 블러시, 인형 같은 속눈썹, 또렷하게 살아난 윤곽. 올여름 뷰티 신의 중심에는 단연 C-뷰티, 이른바 차이나 뷰티가 있다

[우먼센스] 한동안 뷰티 시장의 공식은 '꾸안꾸'였다. 맑고 투명한 피부, 자연스러운 음영, 마치 화장을 하지 않은 듯한 메이크업. K-뷰티가 전 세계를 사로잡은 이유도 바로 그 자연스러움에 있었다. 하지만 SNS 피드와 숏폼 영상이 일상이 된 지금, Z세대의 취향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한 장, 15초 영상 안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얼굴. 눈 밑까지 물든 블러시와 또렷한 윤곽, 인형처럼 긴 속눈썹으로 완성되는 C-뷰티가 새로운 추구미로 떠오르고 있다.

@yuqisong.923
@yuqisong.923

시작은 도우인 메이크업이었다

C-뷰티 열풍의 시작은 중국 숏폼 플랫폼 도우인에서 찾을 수 있다. 도우인에서 활동하는 왕홍들의 메이크업 영상은 단순한 튜토리얼을 넘어 하나의 변신 콘텐츠에 가깝다. 평범한 얼굴이 단 몇 분 만에 완전히 다른 인물로 바뀌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운 볼거리다.

영상 속 아이템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결점 하나 없이 정돈된 매트 피부, 조각처럼 깎아낸 듯한 윤곽, 인형 같은 속눈썹과 컬러 렌즈, 눈 밑까지 넓게 물들이는 블러시. 현실보다 카메라 속에서 더 빛나는 얼굴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모두가 비슷한 '클린 걸 메이크업'을 하던 시기였기에 C-뷰티의 화려함은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꾸미지 않은 듯 꾸미는 것이 미덕이던 시대에서, 꾸민 만큼 드러내는 것이 매력이 된 것이다. 꾸안꾸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에게 C-뷰티는 오랜만에 등장한 새로운 자극이었다.

@imnotningning

연예인 메이크업도 달라지고 있다

C-뷰티의 인기를 더욱 키운 건 셀럽들의 메이크업이다. 참고하기 좋은 예시는 ITZY 채령과 배우 고현정. 채령은 눈 밑까지 넓게 연결되는 핫핑크 블러시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고현정 역시 피치 톤 블러시를 활용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제로 유튜브와 틱톡에서는 '눈밑 블러시' 검색 결과만 수백 개의 튜토리얼이 등장할 정도다. 한때는 과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던 메이크업이 이제는 가장 트렌디한 룩으로 소비되고 있다.

속눈썹 트렌드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세로로 길고 깔끔하게 정리된 가닥 속눈썹이 이른바 '청담숍 메이크업'의 상징이었다면, 최근에는 눈꼬리 방향으로 길게 뻗으며 끝부분을 풍성하게 강조한 '여우 속눈썹'이 주목받고 있다. 또렷하고 극적인 눈매를 연출하는 C-뷰티 특유의 미학이 아이돌 메이크업에도 스며들고 있는 셈이다.

@yuralee
@atti.present

꾸안꾸에 지친 세대의 새로운 취향

C-뷰티의 유행을 단순히 중국 화장품의 인기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오랫동안 이어진 자연스러움 중심의 뷰티 트렌드에 대한 반작용에 가깝다.

수년 동안 뷰티 시장은 '본래 예쁜 사람처럼 보이는 메이크업'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모두가 비슷한 방식으로 예뻐지기 시작하면서 차별화에 대한 욕구도 커졌다. 특히 자신을 사진과 영상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한 Z세대에게는 더 강렬한 스타일링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실제보다 사진 속에서 더 예쁜 얼굴, 평범함보다 확실한 존재감. C-뷰티는 그런 욕망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트렌드다. 그래서 지금의 C-뷰티는 단순한 메이크업 스타일이 아니라 하나의 무드이자 자기 표현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hangaingagari

현지에서 체험하는 C-뷰티

C-뷰티의 인기는 단순히 화장품 소비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 2030 세대 사이에서는 중국 현지에서 메이크업과 스타일링, 스냅 촬영을 함께 경험하는 이른바 '중티 트립'도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여행지는 상하이다. 고전미가 느껴지는 건축물을 배경으로 중국 드라마 속 주인공 같은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을 경험할 수 있다. 의상 대여부터 헤어, 메이크업, 스냅 촬영까지 한 번에 진행되는 패키지 상품도 다양하다.

좀 더 현대적인 무드를 원한다면 충칭도 좋은 선택이다. 화려한 도시 야경을 배경으로 숏폼 콘텐츠를 촬영하는 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화장품을 사 오는 여행이 아니라, 중국식 미의 세계관 자체를 경험하는 여행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FLOWERKNOWS

C-뷰티가 달라진 진짜 이유

사실 C-뷰티 브랜드는 갑자기 등장한 존재가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저렴한 가격에 비해 품질이 아쉽고, 지나치게 화려한 패키지에만 집중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플라워노즈, 주디돌, 퍼펙트다이어리 등은 디자인뿐 아니라 제품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의 배경에 K-뷰티가 있다는 사실이다. 해당 브랜드들은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국내 제조사의 중국 현지 생산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려한 중국 감성에 검증된 K-뷰티 기술력이 더해지면서 품질 경쟁력까지 확보하게 된 것이다.

결국 지금의 C-뷰티는 과거의 '가성비 화장품'이 아니다. 중국 특유의 화려한 미감과 K-뷰티의 기술력이 결합된 새로운 뷰티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

@judydoll_k

지금 주목해야 할 C-뷰티 브랜드

다양한 C-뷰티 브랜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는 플라워노즈와 주디돌이다.

플라워노즈는 동화책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패키지와 강력한 세계관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화장품이라기보다 하나의 오브제에 가깝다. 지난해 성수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올해는 무신사 뷰티와 시코르에도 입점하며 국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주디돌은 실용성으로 승부한다. 애교살 메이크업, 쉐딩, 속눈썹 표현 등 메이크업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로 입소문을 탔다. 복잡한 기술 없이도 빠르게 얼굴의 분위기를 바꿔준다는 점이 강점이다.

모두가 자연스러움을 이야기할 때, 누군가는 더 화려하게 꾸미기 시작했다. C-뷰티의 유행은 단순히 중국 화장품이 잘 팔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꾸안꾸가 지겨워진 순간 등장한 새로운 미의 기준이자, Z세대가 선택한 가장 화려한 자기표현 방식에 가깝다. 올여름, 뷰티 신이 C-뷰티를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황태욱(뷰티 프리랜서)  

사진 각 인물 인스타그램, 브랜드 홈페이지 

하은정 기자 hah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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