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게 “투표지 가져와”…선관위의 용지 부족 대처법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시 부산에서도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9곳의 투표소에서 용지가 부족했습니다. 특히 북구 화명1동 제7투표소에서는 용지를 다 사용해 10분여 간 투표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부산시 선관위는 어제(9일) 보도자료를 통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12명의 선거인이 10분에서 15분 정도 대기했다가 오후 6시 15분 모든 선거인이 투표를 마쳤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투표용지를 가져온 곳이 '바로 옆' 투표소였습니다. 용지 부족 문제가 최초 드러난 송파구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예비 투표지에 직접 숫자를 써가며 용지를 가져온 것과는 달랐습니다. 이 대응, 적절했을까요?
■"용지 없다"하니 공무원에게 "옆 투표소 가서 가져오라"는 선관위

인근 화명1동 제6투표소로부터 투표용지(50매)를 추가 교부받아 18시 5분경에 투표를 재개하였습니다.
-부산 선거관리위원회 보도자료 중
화명1동 제7투표소에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보고가 이뤄진 건 오후 5시 50분쯤입니다. 상황을 파악한 북구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소에 있는 일선 공무원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옆에 있는 제6투표소로 가서 투표용지를 받아오라"고 말한 겁니다.
공무원은 500m 떨어진 초등학교에 있는 제6투표소를 찾아 50매의 투표용지를 직접 가져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표소 현장 어디에도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직원은 없었습니다. 공무원이 투표소를 찾아 용지를 가져오는 시간과 투표가 중단된 시간은 일치합니다. 이후 선관위 설명대로 오후 6시 15분 선거는 마무리됐습니다.
부산 선거관리위원회는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입장입니다. "5시 50분쯤에 연락이 오다 보니, 신속하게 투표지를 나눠줘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근처 선관위에서 가는 시간보다, 가까운 투표소에서 용지를 받는 게 훨씬 빠르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모든 투표소에 선관위 직원이 갈 수 있는 인력 상황이 되지 않는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투표용지의 관리 주체는 선거관리위원회라는 겁니다.
■'투표용지는 선거 하루 전 선관위가 이송' 법으로 명시…"처벌도 떠맡길 건가"

투표용지와 투표함은 구ㆍ시ㆍ군선거관리위원회가 작성하여 선거일 전일까지 읍ㆍ면ㆍ동선거관리위원회에 송부하며, 이를 송부받은 읍ㆍ면ㆍ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은 투표용지를 봉함하여 보관하였다가 투표함과 함께 투표 관리관에게 인계하여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151조 1항
공직선거법 제151조 1항에 따르면, 투표용지는 구ㆍ시ㆍ군 선거관리위원회가 동 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본투표 당일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며 전국 곳곳에서 이 원칙이 깨졌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송언석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5일 "(투표용지를 투표 도중 가져오는 것) 자체가 법령 위반으로 보인다. 이송 과정에 과연 정상적으로 관리되었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부산 선관위는 위법성이 있을 수 있는 일을 일선 공무원에게 맡긴 겁니다.
공무원 노동조합 측은 "투표에 이어 처벌도 떠맡길 건가"라며 반발했습니다. 추승진 공무원노동조합 부산본부 정책부장은 "구청에서 근무하는 행정 복지 공무원들은 선거 기간에만 동원될 뿐, 선거 관련 법을 외우고 다니지 않는다"며,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시받은 공무원이 '근거를 내놓아라'고 말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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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천 기자 (hu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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