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1순위 아니면 어때…인생캐 만나 훨훨 나는 김무열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부담감은 제가 연기로 얼마나 승화했는지 보고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작발표회 당시 배우 김무열이 던진 호언은 허언이 아니었다. 작품을 둘러싼 거센 논란과 회의적인 시선을 오롯이 제 연기력 하나로 정면 돌파하며 우려를 완벽한 기대감으로 바꿔놓았다.
지난 5일 베일을 벗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의 흥행 기세가 매섭다. 붕괴된 교육 현장을 바로잡기 위해 투입된 교권보호국의 활약을 그린 이 작품은 공개 하루 만에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1위에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이틀 만에 글로벌 TV쇼 부문 3위에 안착하며 순항 중이다. 사실 제작 단계에서의 부침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스코어다. 동명의 원작 웹툰이 체벌 옹호, 인종 및 성차별적 요소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탓에 대중적 반발은 물론 교사 단체의 반대까지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당초 나화진 역의 캐스팅 1순위로 거론되던 배우 김남길이 "여러분들이 불편해하면 하지 않는 게 맞다"라며 출연을 최종 고사하는 등 캐스팅 난항까지 겹치며 난기류를 겪었다.
많은 이가 리스크를 두려워하며 발을 뺄 때, 김무열은 독이 든 성배와도 같았던 주인공 '나화진'의 손을 잡았다. "배우는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던 그의 말대로, 김무열은 원작의 과격함을 드라마적으로 유연하게 정제해 내며 캐릭터에 설득력을 불어넣었다. 특전사 출신 교권보호국 감독관으로 분한 그는 냉소적이면서도 약자의 편에 서는 입체적인 히어로를 완벽하게 빚어냈다.

극 중 김무열의 완급 조절은 단연 돋보인다. 평소에는 설렁설렁한 말투와 능청스러운 아재 개그로 극의 유쾌한 무드를 리드하다가도, 부조리한 학교 폭력이나 교권 붕괴의 현실 앞에서는 날 선 눈빛과 묵직한 카리스마로 공기를 뒤바꾼다. 특히 피해자들의 억눌린 감정까지 단번에 해소해 주는 타격감 넘치는 맨몸 액션은 시각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원작의 활극적 에너지를 영리하게 구현해 냈다. 여기에 과거 약혼자 최가윤(하영)을 그리워하는 섬세한 눈빛 연기와 순애보적 서사까지 더해지며, 그가 왜 이토록 교권보호국 활동에 진심일 수밖에 없었는지 시청자들을 납득시켰다.
흥행 돌풍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먼저 고사했던 김남길이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반응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업계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당시 대작 '열혈사제2' 촬영에 몰입해 있던 김남길은 대중과의 신뢰 및 자신의 이미지에 맞는 최선의 방어적 선택을 한 것이고, 김무열은 거센 여론의 리스크를 온전히 감수하는 모험을 택해 그에 합당한 결과물을 쟁취했다는 분석이다. 1순위 캐스팅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지금의 흥행 판도 앞에서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몇 번째로 대본을 받았는가'가 아니라, '그 인물을 얼마나 대체 불가능하게 소화해 냈는가'이다. 쏟아지는 비판 속에서도 작품이 가진 스토리의 본질과 판타지적 카타르시스에 집중했던 김무열의 뚝심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논란이라는 가시밭길을 뚫고 기어이 제 손으로 인생 캐릭터를 수확해 낸 김무열. 리스크를 완벽한 찬사로 뒤바꾼 그의 거침없는 활약에 전 세계 시청자들의 리모컨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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