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전’의 시한폭탄, 평택을에서 폭발하다

5파전으로 치러진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서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가 34.83%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8.77%,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가 27.24%로 뒤를 이었다. 황교안 자유와혁신 후보는 6.19%, 김재연 진보당 후보는 2.95%를 득표했다.
평택을은 이병진 전 민주당 의원이 재산신고 누락으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재선거를 한 곳이다. 김용남·조국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56.01%로 절반을 넘는다. 그럼에도 두 후보는 결국 단일화하지 못했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나.
고작 4개월여 전인 1월22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국혁신당을 향해 합당을 전격 제안했다. “민주당과 혁신당이 추구하는 시대정신이 다르지 않”기에 “6·3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재명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직후 소위 ‘친명계(친 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졌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2월2일 “조기 합당은 민주당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2월10일 민주당은 지방선거 전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둘러싼 논란은 이후 수차례 반복되는 민주당 내 갈등 구도, ‘친명계’ 대 ‘친청계(친 정청래계)’의 신호탄이었다. 2월12일 민주당 의원 87명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공취모)’을 출범시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위증교사 사건 등 총 8개 공소사실로 재판에 넘겨졌고 대통령 취임 이후 재판이 중지되었는데, “조작 기소 자체가 폐기된 것은 아니”므로 국회가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관련 제도개선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라는 취지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공개 반대한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도 공취모에 참석했다. 그런데 이 모임을 두고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월18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공취모를 ‘이상한 모임’으로 지칭하며 “많은 사람이 미친 것 같은 짓을 하면 그들이 미쳤거나 제가 미쳤거나인데, 제가 미친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한다. 이 대통령을 따르는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 유시민 전 이사장은 방송인 김어준씨와 함께 정청래 당대표(와 조국 대표)의 뒤를 받쳐주는 인사로 꼽히는데, 그런 인사가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위한 당내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공격한 것이다.
선거 직전까지 “국힘 당선 가능성 없다”

3월10일에는 장인수 전 MBC 기자가 〈뉴스공장〉에 나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를 검찰에 요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보완수사권이란 다른 수사기관에서 송치받은 사건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을 때 검찰이 보완 수사할 권한을 말하는데, 검찰개혁의 핵심 쟁점이다. 소위 검찰개혁 강경파(와 정청래 대표)는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는 것 자체가 검찰개혁의 후퇴라고 보고, 이재명 정부는 수사 효율성과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최소한도에서 필요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공소 취소 거래설’은, 검찰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노선이 공적인 목적이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 자신의 공소 취소를 위한 일이라고 의심하는 내용이다. 장인수 전 기자는 취재원이 누군지 밝히지 않았고 김어준씨는 “큰 취재를 했다”라고 칭찬했다.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노골적인 정치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3월12일 장인수 전 기자만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고 김어준씨는 고발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유시민 전 이사장이 3월18일 유튜브 채널 〈최욱의 매불쇼〉에서 한 발언이 갈등에 기름을 붓는다. 여권 지지층은 A(가치 중심), B(이익 중심), C(교집합)로 나뉘는데 A그룹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지탱해온 민주당의 핵심 코어 지지층”이고, B그룹은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는 척하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본인의 정치적 성공”이라는 것이다. 그는 B그룹이 “위기가 오면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돌을 던질 사람들”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 전통적 지지층으로 상징되는 정청래·조국(그리고 이를 대변하는 유시민·김어준)이 A그룹, 이재명 대통령 집권 이후 신주류로 떠오른 친 이재명계(혹은 ‘뉴 이재명’)가 B그룹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련의 과정에서 정청래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 ‘강퇴(강제 탈퇴)’를 당하는 등, 민주당 내에서 구주류와 신주류 간 갈등이 임계점에 달해갔다.
평택을 선거는 바로 이런 지형 위에서 치러졌다. 사실상 ‘민주당 내전’의 연장이었다. 조국 대표는 한때 부산 북갑에 출마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빅매치’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었으나 “지난 19~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내리 승리한 곳으로 민주개혁 진영에는 험지 중 험지”라며 평택을을 택했다. 그는 “(민주당) 귀책사유가 있는 지역, 국민의힘 후보가 있을 경우 제가 나서야만 이길 수 있는 지역, 두 가지 기준으로 평택을 택했다”라며 민주당에 사실상 무공천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시큰둥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평택을은 지난 총선, 대선에서도 압승하고 신도시로 젊은 층, 삼성전자가 들어와서 험지가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다른 보궐선거 지역구인) 하남갑이 더 험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4월27일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출신으로 개혁신당을 거쳐 계엄 이후 대선 기간 민주당에 입당한 김용남 전 의원을 평택을에 전략공천했다. 그는 2019년 소위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저격수’로 활동했다. 민주당은 애초 평택을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공천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적으로는 하남갑에 전략공천했다.

이렇게 막이 오른 김용남 후보와 조국 후보 간 싸움은 극한 감정적 언사를 주고받는 데까지 이어졌다. 김용남 민주당 후보는 조국 후보가 유리문에 부딪혀 오른쪽 눈에 멍이 든 것을 두고 5월21일 “파란색(민주당 상징색)이 얼마나 부러우면 자기 얼굴을 시퍼렇게 만든 사람이 나오겠나”라고 말했다. 조국 후보 캠프는 “다쳐서 멍든 눈을 두고 조롱하는 모습에서 김 후보의 본심을 본다. 그렇기에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족들에게 망언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민주당은 조국 후보를 “가짜 민주당 후보”라고 규정했고, 조국혁신당은 김용남 후보를 “나쁜 검사”라고 불렀다. 조국혁신당은 김용남 후보의 차명 대부업 의혹을 제기하며 민주당에 윤리 감찰을 요구했다가 ‘선을 넘지 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백원우 전 의원, 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 친문계 인사는 조국 후보를 지지했고, 한준호·이언주·강득구 의원 등 친명계 신주류는 김용남 후보 지원에 적극 나섰다.
김용남·조국 후보는 서로는 물론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와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면서도 단일화에는 선을 그었다. 이유는 같았다. “단일화는 국민의힘 후보가 1등이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 전제인데, 평택에서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5월16일 조국 후보).” “국민의힘이 승리를 가져갈 수 있는 기미는 안 보인다(5월20일 김용남 후보).” 결과는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 당선이었다.
유의동 후보는 황교안 자유와혁신 후보에게 수차례 단일화 제안을 했지만, 5월22일 평택을 후보자 토론회에서 12·3 비상계엄이 “잘못”이며,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윤어게인’과 거리를 두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부산 북갑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에 각각 당선됐다. 선거 패배 이후 합당에 필요한 협상력을 크게 잃은 조국 후보는 조국혁신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청래 대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8월 열릴 전당대회에서 ‘평택을 이후 민주당’의 향방이 다퉈질 전망이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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