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판 대신 아틀라스 세웠다…달라진 현대차 월드컵 마케팅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축구팬들을 맞이한다. 한쪽에서는 어린이들이 그린 대표팀 응원 그림이 전시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오닉9이 전력을 공급한다.
현대자동차가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하고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알리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월드컵을 활용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뉴욕 맨해튼 록펠러 센터에서 FIFA 뮤지엄을 개관하고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하는 오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FIFA 월드컵 2026’ 기념 전시를 진행한다.
전시는 월드컵 100년 역사와 함께 현대차의 FIFA 후원 여정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구성된다. 역대 월드컵 유니폼과 기념품은 물론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4족 보행 로봇 스팟,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9까지 전시하며 미래 모빌리티 비전도 함께 선보인다.
현대차와 FIFA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는 당시 FIFA와 공식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축구 마케팅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후 2002 한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러시아, 카타르 월드컵까지 함께했다. 2023년에는 2030년까지 FIFA 파트너십을 연장하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FIFA 후원은 가장 규모가 큰 스포츠 마케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월드컵은 단일 종목 기준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의 누적 시청자는 수십억명에 달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대 중 하나인 셈이다.
과거 월드컵에서 자동차 회사의 역할은 선수단 버스를 제공하고 경기장 광고판에 로고를 노출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시와 체험, 로봇 기술 시연까지 결합한 ‘팬 경험 마케팅’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Be There With Hyundai’ 프로그램이다. 2006 독일 월드컵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 축구팬들이 응원 문구와 슬로건을 제출하면 이를 각국 대표팀 버스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선수들이 탑승하는 버스에 팬들의 메시지를 담아 월드컵 현장에 함께 참여하는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는 프로그램 형태도 진화했다. 올해는 ‘The Greatest Cheer’를 주제로 어린이들이 응원하는 국가대표팀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공모전이 열렸다. 선정된 작품은 뉴욕 FIFA 뮤지엄 전시에 소개됐다.

최근에는 월드컵 마케팅에 현대차그룹의 미래 기술도 적극 접목하고 있다.
이번 뉴욕 전시에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 아틀라스와 스팟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야외 체험 공간에서는 아이오닉9의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활용한 냉방 시스템과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과거 내연기관 차량을 전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전동화와 로보틱스 기술을 함께 선보이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월드컵 마케팅이 단순한 광고보다 브랜드 철학을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뉴욕 한복판에 세워진 FIFA 뮤지엄은 그 오랜 후원의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 될 전망이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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