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이 싸지는 시대, 돈은 클라우드에서 나온다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의 핵심 질문이 바뀌고 있다. 한때 기업들은 더 큰 모델, 더 높은 벤치마크 점수, 더 많은 매개변수를 내세웠다. 그러나 지금 중국 시장의 질문은 "누가 가장 똑똑한가"가 아니라 "누가 가장 싸게, 가장 많이, 가장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는가"다. 모델이 전기처럼 누구나 쓰는 기본 인프라에 가까워질수록 돈은 모델 그 자체가 아니라 모델을 돌리는 클라우드, 기업 업무에 붙이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를 떠받치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에서 만들어진다.
가격 인하 경쟁은 모델 산업의 위기가 아니라 인프라화의 신호다
알리바바 클라우드(阿里云), 화산엔진(火山引擎), 바이두 클라우드(百度智能云), 텐센트 클라우드(腾讯云), 화웨이 클라우드(华为云)는 모두 이 가격 인하 경쟁의 한복판에 있다. 중국 빅테크의 대형 모델 가격 인하는 2024년 이후 본격화됐다. 큐원(通义千问) API 가격은 크게 내려갔고, 더우바오(豆包)를 앞세운 화산엔진은 낮은 호출 단가와 대규모 실제 사용량을 결합했다. 딥시크(深度求索)는 일부 시간대 API 가격을 낮추며 경쟁을 다시 자극했다. 모델 가격은 더 이상 프리미엄 소프트웨어 가격표가 아니라 전기요금처럼 내려가고 있다.
가격이 낮아졌다고 시장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호출량은 폭발한다. IDC에 따르면 중국 기업용 모델 서비스 호출량은 2024년 114조 토큰에서 2025년 1944조 토큰으로 약 16배 늘었다. 2026년에는 약 4경 토큰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단가는 내려가지만 사용량은 더 빠르게 늘어난다. 이것이 AI 클라우드 가격 인하 경쟁의 핵심이다. 승자는 비싼 가격을 유지하는 기업이 아니라 낮은 가격에서도 원가를 통제하고 대규모 사용량을 흡수하는 기업이다.
호출량 1위와 매출 1위는 다르다
중국 AI 클라우드 시장의 흥미로운 점은 "호출량 1위"와 "매출 1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호출량 기준으로는 화산엔진이 강하다. 중국 증권사 보고서와 IDC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공용 클라우드 모델 호출량에서 화산엔진은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였다. 그러나 전체 AI 클라우드 매출 기준으로는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2025년 38.1%로 1위로 집계됐다. 2025년 중국 AI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약 83억달러(약 12조6000억원)였고, 이 중 AI 인프라 서비스가 약 58억달러(약 8조8000억원)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중요한 차이다. 모델을 많이 호출하게 만드는 능력과 클라우드 매출로 전환하는 능력은 다르다. 화산엔진은 소비자 플랫폼 기반의 실제 사용량에서 강하고,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인프라, 개발 도구, 기업 고객, 공개형 모델 생태계에서 강하다. 그래서 중국 AI 클라우드 시장에는 두 종류의 선두 기업이 존재한다. 하나는 토큰 사용량의 선두이고, 다른 하나는 클라우드 매출의 선두다.
AI 클라우드는 다섯 층의 산업이다
AI 클라우드의 가치사슬은 다섯 층으로 나눠야 한다. 첫째는 물리 인프라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국산 AI 칩, 메모리, 네트워크, 전력, 냉각, 데이터센터가 기초다. 둘째는 클라우드 인프라다. 대규모 학습과 추론을 안정적으로 돌리는 컴퓨팅 자원이다. 셋째는 모델 서비스다. 기업이 API로 모델을 호출하는 단계다. 넷째는 개발 도구와 보안·평가 체계다. 기업은 모델을 그대로 쓰지 않고 내부 데이터, 권한, 감사, 성능 평가와 연결해야 한다. 다섯째는 업무 소프트웨어다. 고객 상담, 문서 작성, 코딩, 마케팅, 제조 현장, 금융 리스크 관리에 모델이 들어간다. 돈은 이 다섯 층을 얼마나 넓고 깊게 묶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전략은 전형적인 전력망 모델이다. 모델을 공개형으로 확산시키고, 기업이 이를 클라우드에서 쉽게 쓰게 만들며,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로 수요를 흡수한다.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AI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약 53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자체 AI 칩과 서버 시스템도 공개했다. 이는 단순히 모델 회사를 하겠다는 전략이 아니다. 모델, 칩, 클라우드, 기업 고객, 전자상거래와 오피스 도구를 묶어 AI 시대의 산업 전력망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화산엔진은 대규모 추론 경험을 기업에 판다
화산엔진의 전략은 다르다. 바이트댄스(字节跳动)는 더우인(抖音), 틱톡, 캡컷(剪映), 지멍(即梦), 더우바오라는 대규모 내부 수요를 갖고 있다. 영상 생성, 추천, 광고, 검색, 챗봇이 모두 막대한 추론 수요를 만든다. 이 내부 사용량은 모델 개선과 원가 절감의 실험장이 된다. 화산엔진은 이 경험을 외부 기업에 파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클라우드 전력망이라면, 화산엔진은 초대형 소비 플랫폼에서 검증된 대규모 추론 운영 경험을 기업 고객에게 제공하는 모델이다.
가격 인하 경쟁은 모델 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하지만, 동시에 AI 소프트웨어의 확산을 만든다. 호출 비용이 낮아지면 기업은 더 많은 업무에 AI를 붙인다. 고객 상담 한 번, 문서 요약 한 번, 광고 소재 한 개, 코드 리뷰 한 번이 모두 토큰 소비로 바뀐다. 텍스트 모델만 쓰던 기업은 이미지, 음성, 영상, 자동 업무 수행으로 확장한다. 자동 업무 수행형 AI는 단순 답변보다 훨씬 많은 토큰을 쓴다.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호출하고, 중간 결과를 검증하고, 다시 실행하기 때문이다. 모델이 싸질수록 사용량은 더 많이 늘어난다.
병목은 모델이 아니라 원가·보안·업무 통합이다
하지만 이 구조에는 세 가지 병목이 있다. 첫째는 물리 인프라다. 사용자가 보는 API 가격은 낮아져도 데이터센터, 전력, 고성능 칩, 네트워크, 냉각 비용은 사라지지 않는다. 둘째는 기업 도입 비용이다. 모델 API가 싸도 기업 내부 데이터 정리, 권한 관리, 보안 감사, 성능 평가, 업무 프로세스 통합에는 시간이 든다. 셋째는 모델 포트폴리오 운영이다. 어떤 업무에는 경량 모델을 쓰고, 어떤 업무에는 추론형 모델을 쓰며, 민감 데이터는 사내 또는 전용 클라우드에서 처리해야 한다. 기업은 "최고 모델"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모델 사용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
공개형 모델의 확산도 같은 방향으로 작동한다. 기업은 특정 폐쇄형 모델 하나에 모든 업무를 맡기기보다 여러 모델을 비용과 위험에 따라 나눠 쓰려 한다. 단순 분류와 요약에는 가벼운 모델을 쓰고, 법률·금융·코딩처럼 오류 비용이 큰 업무에는 더 비싼 추론형 모델을 쓴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은 모델 구매력이 아니라 모델을 고르고, 비용을 통제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운영 능력에서 나온다.
정부·금융·에너지 분야에서는 전용 환경 구축도 여전히 크다. 중국에서 공공기관과 대형 국유기업은 모델을 API로만 쓰지 않는다. 내부망, 전용 클라우드, 자체 데이터센터에 모델을 배포하고, 감사와 권한 체계를 별도로 둔다. 이 시장은 호출량 통계에는 덜 잡히지만 실제 예산은 크다. 따라서 AI 클라우드 시장을 토큰 호출량만으로 보면 위험하다. 호출량은 사용 강도를 보여주지만, 인프라 매출과 기업용 구축 매출은 다른 회계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국산 AI 칩과 클라우드의 결합이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이 길어질수록 중국 클라우드 기업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칩, 국산 가속기, 혼합형 클러스터 운영 능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이때 경쟁력은 칩 한 개의 성능이 아니라 서로 다른 칩을 묶어 안정적으로 학습과 추론을 돌리는 소프트웨어 스택에서 나온다. AI 클라우드는 반도체,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전력, 냉각, 모델 최적화가 합쳐진 총력전이 된다.
대기업 고객도 가격만으로 공급자를 고르기 어렵다. 모델 API가 10% 더 싸도 장애가 잦거나 보안 감사가 불충분하면 핵심 업무에 넣을 수 없다. 금융, 제조, 통신, 의료 분야에서는 데이터 위치, 접근 권한, 로그 보관, 모델 평가, 결과 책임이 모두 중요하다. AI 클라우드 가격 인하 경쟁의 다음 단계는 저가 경쟁이 아니라 "싸지만 믿을 수 있는 운영"의 경쟁이다.
한국은 AI를 국가 산업 인프라로 운영해야 한다
투자 관점에서는 수혜와 피해를 분리해야 한다. 수혜자는 AI 사용량 증가로 데이터센터 임대, 서버, 광모듈, 전력 설비, 냉각 장치, 보안 솔루션 수요를 받는 기업이다. 피해자는 자체 인프라 없이 모델 API 가격으로만 경쟁하는 기업이다. 중간 지대에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가 있다. 이들은 낮아진 모델 가격을 원가 절감으로 흡수하고, 고객에게는 업무 자동화 패키지로 판매할 수 있다. 결국 가격 인하 경쟁은 모델 회사의 마진을 줄이지만, AI를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산업에는 새로운 수요를 만든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뚜렷하다. 한국은 "한국형 초거대 모델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모델 주권은 필요하지만 모델만으로 산업 경쟁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한국이 봐야 할 것은 모델, 클라우드, 반도체, 통신망, 전력망, 공공 데이터,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연결된 AI 운영 체계다. 공공 부문이 AI를 도입할 때도 어느 모델을 쓸지만 물을 것이 아니라 어디서 돌릴 것인가, 데이터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추론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장기적으로 국내 클라우드와 반도체 생태계에 어떤 수요를 만들 것인가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중국 AI 클라우드의 가격 인하 경쟁은 모델 산업이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모델이 본격적으로 산업 인프라가 됐다는 신호다. 전기는 발전소와 송전망이 돈을 벌고, 통신은 망과 단말과 서비스가 함께 돈을 벌었으며, 인터넷은 플랫폼과 클라우드가 돈을 벌었다. AI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모델이 널리 쓰이는 기본 인프라가 될수록 승자는 모델을 가장 싸게 돌리고, 가장 깊게 업무에 심고,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한국도 이제 "좋은 모델을 만들 것인가"를 넘어 "AI를 국가 산업 인프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지민 대표는 한·중 산업·기술 협력, 자본시장, 투자·M&A, 정책·기업 협력, 대학 산학협력 생태계를 연결하는 크로스보더 전략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외국인 투자유치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해 한·중 기업 간 기술 협력, 투자 연계, 산업 파트너십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피더블유에스그룹(PWS GROUP)을 창업했다. 현재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36Kr,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VC Draper Dragon를 비롯하여BEYOND EXPO, HIRED CHINA, Zhejiang Saichuang Weilai VC 등의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중국 내 주요 로펌의 한국 파트너로서 한·중 기업 자문,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 지원, 양국 간 크로스보더 M&A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중화권 대표 방송사 봉황위성TV(凤凰卫视)의 시사토론 프로그램 《一虎一席谈》에 한·중 협력 분야 전문 패널로 출연하며, 한중 경제·산업·기술 협력과 중국 시장 동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학계와 산업계의 교류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경영학회 산업계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 국유 철강기업 시노스틸(中国中钢集团, Sinosteel Corporation)과 베이징 중관촌 창업 생태계의 핵심 플랫폼인 중관촌창업거리(中关村创业大街) 이노웨이(INNOWAY)에서 근무하며 중국 산업 및 혁신 생태계 현장 경험을 쌓았다.
Copyright © IT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광고를 만드는 AI에서 물건을 파는 AI로, 중국 AI 커머스의 전환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
- 시댄스 이후 중국의 AI 영상, 다음 병목은 저작권이다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
- AI는 전기로 학습하고 물로 식는다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
- 중국 양자컴퓨팅, 빅테크가 물러난 자리에 국가자본이 들어왔다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
- 중국 AI 춘추전국, 하나의 챗GPT가 아니다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
- 중국은 더 이상 시장이 아니다, 공급망의 판이 바뀌고 있다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
- 중국 스마트 글래스 5대 브랜드와 한국의 과제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
- 외자(FDI)를 받는 중국, 해외로 나가는 중국(ODI)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
- 베이징에서 농촌까지, DX에서 AX로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
- 미국은 팔란티어와 오픈AI, 중국의 군사 AI는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