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승부수…서울시, 정비사업 이주비 지원 대폭 강화

우영탁 기자 2026. 6. 10.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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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한도 3억→5억 늘리고 대환대출 포함 검토
주택진흥기금 500억원서 1000억원으로 증액
자금 수혈로 정비사업 가속도…정부에 이주비 대출 규제 해소 요구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1월 19일 서울 관악구 신림7구역 재개발사업 대상지를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걸림돌로 지목돼 온 이주비 문제 해소에 본격 나선다. 기존 이주비 융자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대출 한도도 높여 정비사업 현장의 자금난을 덜겠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선 9기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쾌속통합기획(신통기획 2.0)’ 추진을 위해 이주 단계부터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정비사업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이주비 지원 범위를 넓히기 위해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융자 제도를 보완해 지원 한도를 기존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하고 대환 대출도 허용하며 지원 대상도 조합원 수 500명 이하 중·소규모 조합에서 전체 조합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는 원활한 이주가 착공과 준공 시기를 앞당기는 핵심 요소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주비 지원을 강화해 사업 전반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배경에는 최근 강화된 금융 규제가 있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와 10·15 대책 시행 이후 1주택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다주택자는 0%, 이주비 대출 한도는 6억 원으로 제한됐다. 이로 인해 상당수 정비사업장에서 조합원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주택진흥기금 500억 원을 활용해 이주비 융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1순위 근저당권 설정이 필요해 기존 대출이 있는 조합원은 사실상 이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8년까지 8만 5000가구 착공 목표를 달성하려면 보다 폭넓은 이주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시장은 업무 복귀 직후 열린 첫 간부회의에서 정비사업 추진 현황을 보고받고, 임기 내 31만 가구 착공과 3년 내 8만 5000가구 착공 공약 달성을 위한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이주비 대환대출 도입과 지원 한도 상향을 검토하는 것도 이주비 문제가 사업 지연의 핵심 원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도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며 “당선되면 중앙정부에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를 적극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정비사업 이주비는 조합원이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는 기본이주비와, 시공사가 조합에 자금을 지원한 뒤 조합이 다시 조합원에게 대출하는 추가이주비로 나뉜다. 정부는 지난해 규제 강화 과정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기본 이주비 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1주택자 LTV를 기존 70%에서 40%로 축소했다. 다주택자는 사실상 대출이 불가능한 구조다.

특히 강북권 재개발 사업장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후 빌라 소유자가 많아 세입자 보증금 반환과 이주 자금 마련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LTV 40%로는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추가 이주비 역시 부담 요인이다. 강남권 대형 사업장은 대형 건설사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기본 이주비 대비 1~2%포인트 수준의 가산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강북권 모아타운이나 소규모 정비사업장은 중소형 건설사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가산금리가 3~4%포인트까지 높아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시가 직접 이주비 지원에 나선 데 이어 대환대출까지 허용하려는 것도 이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높은 이자 비용을 낮춰 조합원들의 이주를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착공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계산이다. 이미 금융권 대출을 이용 중인 조합원이 많은 소규모 사업장의 현실도 고려됐다.

지원 한도를 5억 원으로 늘리는 이유 역시 최근 급등한 전셋값 때문이다. 현행 한도로는 실제 이주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장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번 지원 확대는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수월한 대형 사업장보다 모아타운 등 소규모 정비사업지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주택진흥기금을 현재 500억 원에서 1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주를 앞둔 조합원들의 금융 부담을 덜어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투기 목적이 아닌 공급 확대와 직결된 자금은 일반 주택 매입 대출과 다른 기준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이주비 지원 확대가 주택 공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원 규모가 실제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시장이 제시한 3년 내 8만5000가구 착공 목표 대상 사업지만 85곳에 달하는 만큼 필요한 이주비 규모는 수조 원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이주비를 가계대출이 아닌 주택 공급을 위한 사업비 성격으로 분류하고, LTV를 70% 수준까지 완화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시공사가 이주비 금리를 낮출 경우 공공기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의 1000억 원 지원은 당장 급한 불을 끄는 수준에 가깝다”며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서울시, 조합, 건설사가 함께 참여하는 종합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계획 중인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43곳 가운데 39곳(3만1000가구)이 이주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규제 시행 이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3개 사업장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통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한 1개 사업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업장에서 이주비 문제가 착공 지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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