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가기 전 3일만 버티세요”…돈 아끼는 생활 습관
절약, 무조건 ‘참고 안 쓰기’ 아냐
장보기 전엔 냉장고부터 털고
커피·외식·선물비도 기준 세워야
절약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참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덜 만나는 괴로운 생활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절약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친다.
하지만 재테크 전문가 김유라씨(43·세종)의 절약법은 조금 다르다. 그는 커피를 마신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해외 여행도 즐긴다. 다만 평소 제값을 주고 사는 일은 최대한 피한다. 돈을 아예 안 쓰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돈을 덜 쓰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김씨는 은행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재테크 공부를 시작한 절약·재테크 전문가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투자 손실을 겪은 뒤 “돈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13년 포털 사이트 다음 ‘짠돌이’ 카페의 ‘슈퍼짠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대중에게 알려졌고, 방송·강의·저술 활동을 이어오며 ‘짠내 나는’ 생활 속 돈 관리법을 전해왔다.

자신의 절약 원칙을 이야기를 하던 김씨는 20년째 쓰고 있다는 지갑을 꺼내 보였다. 오래되고 손때가 묻었지만 그는 일부러 바꾸지 않는다. 가볍고, 동전도 넣을 수 있고, 손에 익었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씨가 보는 건 물건의 겉모습보다 돈의 쓰임이다. 작은 돈이라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그 돈이 대신해줄 수 있는 일을 떠올린다.
매번 쉬운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김씨는 “이 돈이 모이면 아이들 학원비가 된다”고 되뇌었다. 할인으로 아낀 커피값과 외식비는 금세 사라지는 푼돈이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비이자 미래를 위한 씨앗이었다.
그래서 김씨의 절약은 무조건 참고 버티는 생활과 다르다. 작은 돈의 가치를 잊지 않고, 다른 삶의 가치와 계속 견줘보는 습관이다. 만원을 아끼는 일은 단순히 ‘안 쓰는 일’이 아니라 나중의 더 큰 선택지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절약에도 힘이 붙는다. 절약은 초라해지는 일이 아니라 내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곳에 돈을 보태는 습관이다.

김씨는 장을 보고 싶어질 때 곧장 마트로 가지 않는다. 먼저 3∼4일 정도 냉장고에 있는 것만 먹는다. 냉동실에 있던 떡·어묵·만두·생선과 오래된 밑반찬을 꺼내 먹을 수 있는 것과 버릴 것으로 나누고, 부피가 큰 음식부터 차근차근 꺼내 먹는다.
그는 “장은 일주일에 한번 보는 게 아니라 먹을 게 없을 때 보는 것”이라고 했다. 냉장고에 먹을 게 남아 있는데도 장을 보면 오래된 재료는 뒤로 밀린다. 결국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게 되고, 버리는 음식은 곧 버리는 돈이 된다.
◆식재료는 ‘크게’ 사서 ‘작게’ 나눠 얼린다=돼지고기·양배추·만두 등 우리 집에서 잘 먹는 식재료를 먼저 파악한 뒤 대용량 구매에 도전해보자. 식자재마트나 도매 판매처에서 고기·떡·냉동식품·새우살 등을 큰 단위로 산 뒤 한끼 분량으로 나눠 냉동해두는 식이다.
예를 들어 고기는 ㎏ 단위로 사고, 떡국떡이나 어묵도 넉넉히 사둔다. 새우살처럼 자주 쓰는 냉동 식재료도 큰 봉지로 사서 소분해두면 볶음밥이나 반찬을 만들 때 바로 꺼내 쓸 수 있다.
다만 싸다고 무작정 많이 사면 절약이 아니다. 대용량 구매는 냉장고를 먼저 비운 다음 한끼 분량으로 잘게 나눌 때 효과가 난다. 냉털 없이 사기만 하면 냉동실은 금세 ‘식재료 무덤’이 된다.
◆외식비는 체험단으로 줄인다=김씨가 추천한 또 하나의 생활 절약법은 ‘체험단 참여’다. 이는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후기를 올리고 식사권이나 이용권을 받는 방식이다.
많은 사람이 체험단 참여는 인플루언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특히 비수도권은 지원자가 적어 당첨 가능성이 높다.
체험단 모집 정보를 한데 모아놓은 ‘디너의 여왕’ 누리집에 따르면 서울 인기 상권은 신청 경쟁이 치열하지만, 이 외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비교적 수월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실제 서울 영등포의 한 새우 취급 전문음식점 체험단 모집에는 3명 정원에 45명이 신청했지만, 전남 영암의 모 양식 음식점은 3명 모집 공고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신청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이 때문에 김씨는 여행을 갈 때도 그냥 떠나지 않는다. 목적지를 정하면 먼저 그 지역 체험단 모집 소식부터 찾아본다. 실제 김씨는 지역 음식점 체험단에 당첨돼 밥을 먹고 반찬까지 챙겨온 적도 있다.
활용 범위도 생각보다 넓다. 활동을 통해 지역 맛집은 물론 안경원, 숙박, 관광까지 체험할 수 있다. 김씨에게 체험단 참여는 여행비를 줄이는 또 하나의 요령이다.
그래서 김씨는 “밖에서 돈을 잘 쓰지 않는 사람”으로 자신을 주변에 알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관계 안에서 소비 기준을 미리 선언하는 것이다.
◆내가 왜 쓰는지 돌아보기=김씨는 소비 뒤에 저마다의 결핍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어릴 때 공부에 아쉬움이 컸던 사람은 자녀 교육비를 끝없이 쓰고, 먹는 것에 한이 있었던 사람은 식비를 줄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절약하려면 먼저 자신이 어디에 약한지 봐야 한다. “아이에게는 안 아낀다” “먹는 건 아끼면 안 된다”는 말도 때로는 소비의 핑계가 될 수 있다. 기준이 없으면 좋은 부모이고 싶은 마음이 끊임없는 지출로 이어진다.
‘정말 필요한 소비인지’ ‘한달에 얼마까지 지출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돌아보며 감정이 과한 소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을 긋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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