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투표 관리 불신, 사전투표로 번져… 전문가 “투표 제도 전반 재점검해야”

김정환 기자 2026. 6. 1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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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본투표용지를 4년 전 지방선거 때보다 적게 인쇄하면서 시작됐다. 선거 때마다 사전투표율이 오르자 ‘유권자 수 60% 이상’을 인쇄했던 본투표용지를 ’50% 이상’만 인쇄했는데,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여기에 지역이나 유권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사전투표를 불신하고 본투표를 하려는 경향도 있어 투표 관리가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일각에선 “본투표도 이렇게 관리하는데 사전투표는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본투표뿐 아니라 사전투표 관련 제도를 개선해 불신을 해소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사전투표를 법제화했다. 국민 참정권 참여 기회를 더 늘리고, 투표율을 높이자는 취지다. 전국 단위 선거에선 2014년 6월 지방선거 때 본격 시행됐다. 사전투표율은 지방선거 기준 2014년 11.49%에서 올해는 23.51%로 꾸준히 올랐다.

/그래픽=양진경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소쿠리 투표’ ‘투표 용지 외부 반출’ 등 사전투표를 두고 부실 관리 논란이 터졌다. 이에 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에선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에 방범카메라를 설치해 모니터링이 가능하게 했고, 사전투표함 받침대를 투명하게 바꿨다.

사전투표 불신의 원인으로는 사전투표함의 ‘개표 전 보관’과 ‘개표장 이송’이 꼽힌다. 사전투표는 본투표 5일 전인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이후 본투표 당일까지 사전투표함이 보관된다.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후보 득표율 차이’도 계속 논란이 됐다. 선관위가 자초한 문제점들이 켜켜이 쌓여 터진 불신이다.

학계와 전문가 사이에선 본투표 확대론도 나오고 있다. 날짜 간격을 두지 말고 사전투표와 본투표를 합쳐서 2~3일간 투표를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전투표함 보관 논란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문상부 전 중앙선관위 선관위원은 “사전투표처럼 관외 투표도 가능한 본투표를 이틀간 하면 된다”며 “유권자의 투표 참여 기회는 줄이지 않으면서, 선거 불신을 해소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급한 건 선거 자체의 신뢰 회복”이라며 “본투표만 2~3일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개표 방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문상부 전 선관위원은 “첫날 투표함은 개표장에 바로 두고 참관인과 경찰이 지키게 해야 한다”며 “이틀간 투표가 끝나면 관외 투표지 포함 그 지역에서 나온 투표지는 해당 지역에서 개표해야 한다”고 했다. 투표지 이송 시비도 사전 차단하자는 취지다.

예컨대 부산에 거주하는 사람이 서울 종로에서 A 부산시장 후보에게 투표를 하면, 그의 투표지를 지금처럼 부산으로 이송할 필요 없이 종로에서 개표하자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경우에도 득표 집계를 철저하게 감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처럼 사전투표와 본투표 제도를 존치하되 선거를 관리하는 선관위를 전면 개편하고 투·개표 인력을 대거 투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엄기홍 경북대 교수와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사전투표를 더 잘하기 위해 투·개표 인력과 예산을 더 투입하고, 선관위가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 2022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에는 예산 670억원과 인력 11만명이 투입됐다.

다만 사전투표제를 유지할 경우 불신의 근거 중 하나인 사전·본투표 간 여야 후보 득표율 차에 대한 궁금증 해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체로 사전투표에선 민주당 후보 득표율이 높고, 본투표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따라잡느냐의 구도가 반복되고 있다. 정당 지지층별로 사전투표와 본투표 참여 비율이 다른 경향도 생겼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한 번 검증할 필요가 있는데 선관위가 이걸 계속 기피해 부정선거론에 더 불을 지폈다”고 했다. 그는 “몇몇 선거구만 샘플로 뽑아 중립적인 기구들의 검증을 거쳐 국민에게 공개한다면 사전투표 불신이 완화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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