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꼭 투표” 유권자 78% 였는데… 지역선관위 34곳, 용지 50%만 찍어

김형원 기자 2026. 6. 1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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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지 부족 실태 보고서’ 보니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게시판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한 관리 부실 문제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걸려 있다. /장련성 기자

전국 255개 구·시·군 선거관리위원회가 인쇄한 투표용지 비율이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치권에서는 “선거 관리가 기준도 없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앙선관위는 4년 전 지방선거 때는 본투표 용지를 유권자의 60% 이상 찍으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이번엔 50% 이상 인쇄하도록 했다. 사전투표 증가 추세에 맞춰 본투표 유권자가 줄어들 것이라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 최종 결정은 각 지역 선관위에 맡기는데, 이후 각 지역 선관위의 ‘중구난방 용지 인쇄’를 종합 관리하지 못했고, 91개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모자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투표용지가 부족한 일부 지역에선 신속한 대처도 이뤄지지 못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9일 입수한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55개 구·시·군 위원회는 사전투표 비율, 최근 선거에서의 전체 투표율 등을 고려해 본투표 용지 인쇄 비율을 결정했다고 한다. 사전투표 용지는 현장에서 출력하고 본투표 용지는 미리 인쇄해 둔다.

구·시·군 위원회를 나눠 보면, 34곳이 인쇄 비율 하한선인 50% 분량의 투표용지를 찍어내기로 결정했다. ‘50% 초과~55% 이하’는 15개 위원회, ‘55% 초과~60% 이하’는 82개 위원회, ‘60% 초과~65% 이하’는 101개 위원회로 집계됐다. 넉넉하게 투표용지를 준비한 구·시·군 위원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65% 초과~70% 이하’는 16개 위원회, ‘70% 초과~75% 이하’는 5개 위원회, ‘75% 초과~80% 이하’는 2개 위원회였다. ‘80% 초과~100% 미만’으로 용지를 인쇄한 위원회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접경지이자 특수 지역으로 분류되는 인천 옹진군만 선거인 수만큼 100% 투표용지를 찍었다.

그래픽=김현국

특히 서울 송파구 선관위는 잠실3동·잠실4동(60%)만 제외하고 나머지 25개 동의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하한선인 50%만 찍기로 의결했다. 구 전체로는 51% 수준이다. 송파구 선관위 예측과는 달리 이번에 송파구 투표율은 65.8%로, 서울에서 네 번째로 높았다. 이에 따라 송파구 투표소 20곳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다. 선관위는 “송파구 선관위가 과거 선거의 투표소별 투표율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9일 현재, 이번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총 7194매의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투표용지가 가장 많이 부족했던 투표소는 서울 송파구 잠실4동 제7투표소로 총 436매가 부족했다. 이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제4투표소(383매), 인천 남동구 간석1동 제4투표소(306매) 순이었다.

가장 오랜 시간 투표가 중단된 곳은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2투표소였다. 이곳에서는 105분간 투표가 중단됐다. 다음으로 서울 송파구 가락2동 제3투표소(97분),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5투표소(95분), 서울 송파구 문정2동 제1투표소(76분) 순이었다. 선관위 현황 파악과 별개로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간 유권자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의 모습. 중앙선관위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투표 당일 쓰일 투표용지를 유권자 수의 50% 이상 인쇄하되 구체적 비율은 시·군·구 선관위 의결로 정하라는 지침을 각 선관위에 전달했다. 그 결과 지역마다 준비된 투표용지 수가 천차만별이었고, 일부 지역에서 선관위 예측보다 많은 유권자가 몰리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장련성 기자
그래픽=김현국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관위는 ‘선거인수 대비 50%’를 투표용지 인쇄 비율 하한선으로 제시했다. ‘남게 되는 투표용지에 대해 제기되는 부정선거 의혹’ ‘인쇄·검수·보관의 어려움’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투표용지 인쇄 비율은 255곳 구·시·군 위원회가 제각각 의결했고, 중앙선관위는 그 내용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도, 구·시·군, 읍·면·동 등 지역 선관위는 정당 추천인, 법관, 교육자 등으로 구성되는데 통상 그 지역 법원장이 위원장으로 선출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전 투표율과 이전 투표율 추이 등 몇몇 수치만을 갖고 주먹구구식으로 인쇄 비율을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장시간 지체된 곳이 속출한 것을 두고는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선관위의 대응 능력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지방선거에 앞서 선관위가 실시한 조사에서 적극 투표 참여 의향은 78.1%였다. 김승수 의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관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며 언제든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선관위 체계와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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