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출국 행사서 정청래 배제… 그 자리에 김민석 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G7(7국)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 순방길에 나선 9일 공항 환송 행사에 정청래 대표가 불참했다. 청와대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날 순방길에는 당권 주자인 김민석 국무총리가 함께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과 친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날 순방길 장면을 두고 민주당에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는 김 총리,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홍익표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출국길이 아닌 귀국길에 자주 모습을 보였던 김 총리는 이날 환하게 웃으며 이 대통령과 악수한 뒤 이륙하는 비행기에 손을 흔들었다. 이날 현장엔 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전원 불참했다. 정 대표가 대통령 환송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개편안 이견 등 당청 갈등 국면에서도 정 대표는 공항에 나갔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중동 전쟁 장기화와 (6·3 지방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관리 등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둬 환송 인원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비공식 일정으로 전북 전주를 찾아 친청계 이원택 전북지사 당선인과 오찬을 함께했다고 한다.
여권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김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 친명계 의원은 “이미 대통령은 선거 직후 후임 총리를 지명하면서 ‘차기 당대표=김민석’이란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작년 8월 당대표 선거에선 당원 지지를 등에 업은 정 대표가 친명계 박찬대 전 의원을 큰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엔 대통령은 “이기는 편이 내편”이라며 중립 입장을 보였었다. 여권 핵심 인사는 “하지만 이번엔 대통령이 그때와는 다르다”며 “차기 당대표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쥐는데다 정부가 2년차로 접어들기 때문에 당청 불협화음이 나면 큰 일이다. 심정적으로 김 총리를 밀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 한 의원도 “당시 이 대통령으로선 박 전 의원에게 명시적인 응원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가 당권을 내줬다는 아쉬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엔 당원들에게 누구를 지지하는지 명확한 신호를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욕설을 잘한다고 강한 당이 되지는 않는다”며 정청래 지도부를 에둘러 비판했다. 반면 김 총리에 대해선 “이렇게 단기간 내에 구체적 성과를 많이 낸 내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해줬다”며 “이제는 다른 역할을 맡는 게 더 적정하다고 보이기 때문에 역할을 바꾸게 됐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 대표는 10일 최고위원 회의를 주재하고 선거 결과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2일엔 광주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주재하고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을 예정이다. 정 대표는 이르면 이달 중 당대표직을 그만두고 당대표 연임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선거 결과에 대한 ‘정청래 책임론’을 둘러싸고 이견이 분출하고 있다.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인 임미애 의원은 전날 밤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이 대통령의 지지율에 기대 선거를 치르려 했으니 매우 게을렀다”며 “대구·경북의 눈으로 보면 전략의 실패”라고 했다. 친명계 김영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 초창기 민주당 지도부에서 너무 김칫국을 먼저 마시는 것으로 국민에게 보이지 않았나”라고 했다. 정 대표가 주도해 바꾼 ‘대의원, 권리당원 1인1표제’에 대한 반발도 나왔다. 차기 당대표 선거는 이 제도가 처음 적용되는 선거로 친명계는 “1인1표제는 당원 지지세가 강한 정청래의 당대표 연임용”이라고 공격해왔다. 이에 대해 전현희 의원은 “국민들의 일반적인 민심과는 좀 괴리되는 모습을 띠고 있다”며 “보완하는 틀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정 대표와 가까운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번 선거라는 게 당대표가 사퇴할 수준의 참패인가, 그 점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갈리는 것 같다”고 했다. 친청계 최민희 의원도 “당대표 경선에 대통령과 청와대를 끌어들여 친명 대 친청을 운운하는 가짜 프레임을 만들지 말라”고 했다. 계파 간 갈등이 고조되자 당내 일각에선 “내부 투쟁이 너무 과열되면 야권에 반사 이익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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