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쿠바 이어 니카라과… ‘反美 3대장’ 때리는 트럼프

정지섭 기자 2026. 6. 1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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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실세 100여명 美비자 제한

미국 정부가 8일(현지 시각) 니카라과 정부 인사 100여 명에 대해 비자 제한 조치를 취했다. 최근 야권 지도자 브루클린 리베라가 수감 중 사망한 사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조치다. 제재 대상에는 부부 사이인 ‘공동 대통령’의 최측근을 비롯한 정권 실세가 대거 포함됐다. 미 국무부는 이들이 리베라가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도록 하고, 유해를 가족에게 돌려주는 것도 막았다고 밝혔다.

NBA 파이널 찾은 트럼프… 전광판 등장에 관중 야유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8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뉴욕 닉스의 NBA(미 프로농구) 파이널 3차전을 관전하고 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NBA 파이널 경기를 직접 찾은 것은 트럼프가 처음이다. 뉴욕에서 지지세가 약한 트럼프는 경기 시작 전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경례하는 모습이 전광판에 비치자 관중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AFP 연합뉴스

니카라과는 베네수엘라·쿠바와 함께 중남미의 대표적인 반미(反美) 국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첫 임기에 이 세 나라를 ‘폭정의 트로이카’로 칭했다. 집권 2기 들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고 경제 제재로 쿠바를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니카라과까지 조준하며 ‘중남미 3대 반미 정권’을 타도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카라과 정권 죄악 묵과 않겠다”

북미와 남미를 잇는 ‘허리’에 위치한 니카라과는 태평양·카리브해와 접해 있다. 한때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대체할 운하 건설을 추진했을 정도로 지정학적 가치가 높다. 미국도 니카라과의 좌우 세력 다툼이 치열하던 1980년대에는 우파 무장 조직을 지원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그러나 1980년대에 이어 2007년 재집권한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야권 인사를 탄압하고 법을 뜯어고치며 독재에 나섰다. 부정선거라는 비판 속에 치른 2021년 대선에서 5선(選) 임기를 강행한 그는 지난해 개헌을 통해 부통령이었던 아내 로사리오 무리요를 ‘공동 대통령’으로 격상시키며 부부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 2월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다니엘 오르테가(오른쪽)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그의 옆에는 아내인 로사리오 무리요가 앉아 있다. 오르테가는 부통령이었던 무리요를 ‘공동 국가수반’으로 내세워 유례없는 ‘부부 통치’를 이어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독재와 인권 탄압으로 서방과 관계가 악화된 니카라과는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과 밀착해 왔다. 오르테가는 2021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줄곧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했다. 2024년에는 서울의 주한 대사관을 폐쇄하고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했다.

미국이 앞으로 인권 탄압 문제를 더욱 부각시켜 오르테가 정권 교체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오르테가 정권의 장기 독재에 저항하다 정치범으로 몰려 수감되거나 종적을 감춘 실종자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미국의 대(對)쿠바 스페인어 방송인 마르티 노티시아스는 “강제실종자·수감자 가족들은 국제사회의 연대와 오르테가 정권을 겨냥한 압박을 희망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오르테가·무리요 체제는 인류의 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의 잔학한 범죄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튀르키예를 방문 중인 델시 로드리게스(왼쪽)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이 8일 이스탄불 대통령 집무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반미 선봉’에 고강도 압박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인도·태평양과 유럽, 중동의 주도권을 유지하되 전략적 우선순위는 서반구(미주 대륙)에 두겠다는 ‘돈로(도널드+먼로)주의’ 구상을 주창했다. 이후 ‘폭정의 트로이카’ 국가들을 상대로 돈로주의 구현에 나섰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정권 2인자였던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체제에서 친미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이달 초 의회를 통과한 전력법 개정안은 국영 기업의 독점을 깨고 민간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미국 전력 기업들이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지난 4월 수도 카라카스와 미국 마이애미를 잇는 직항편이 복원됐고, 좌파 정권이 독점했던 석유 시장에서 미국 기업이 탐사·생산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계약도 체결됐다.

그래픽=이철원

쿠바에 대해서는 에너지 봉쇄에 이어 전현직 국가원수까지 겨냥하면서 정권을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겔 디아스카넬 현 대통령 부부와 아들 등에 제재를 부과하고, 공산 정권 최고 실세인 라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살인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와 함께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가톨릭 교회 등을 통해 1억달러(약 1512억원) 규모의 구호·원조를 진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공산 정권은 몰아붙이고 국민은 지원하는 전략으로 레짐 체인지(체제 교체)를 이끌어내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상섭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모든 중남미 좌파 정권을 동일하게 겨냥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미 노선의 선봉으로 분류되던 베네수엘라·쿠바·니카라과만큼은 고강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반공(反共) 성향이 강한 쿠바계 정치인들이 이들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공세 강화 옹호 여론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쿠바 난민 출신인 카를로스 히메네스 미 연방 하원의원은 X에 “마두로는 체포됐고 라울 카스트로는 재판에 넘겨졌다. 오르테가·무리요 일당이 다음 차례”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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