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시대 맛집 키워드… ‘논알코올’ ‘편안함’ ‘스토리’
‘소버 라이프’에 맛집 기준 변해… 술 대신 차 찾고, 편안한 공간 선호
日-獨서 무알코올 술집까지 등장
소비자 기분-컨디션도 잡아야 성공

이 흐름 속에서 자주 거론되는 단어가 ‘소버(Sober·취하지 않은 상태) 라이프’다. 단순한 금주 운동이라기보다, 언제 취하고 언제 맨정신을 유지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선택적 음주 문화에 가깝다. 회식 자리에서도 “한 잔은 무알코올 맥주로, 한 잔은 로알코올(Low-Alcohol) 하이볼로” 조절하고,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에는 과감히 술을 건너뛴다. 젊은 소비자들은 술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내일의 컨디션과 생산성, 운동 루틴, 멘털 케어를 위해 술을 줄이고 있다.
웰니스와 소버 라이프가 만든 풍경은 냉장고와 테이블 위 같은 일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야식과 넷플릭스, 게임과 함께하는 자리에 놓인 것은 소주 대신 무알코올·논알코올 맥주, 혹은 제로 칼로리 탄산수다. ‘헬시 플레저용 음료’는 취하지 않는 야식을 가능하게 한다. 카페 문화도 달라졌다. 디카페인 커피와 허브티, 차(茶) 베이스 음료가 저녁 시간의 주인공이 되고, 오렌지·베리·허브·스파이스를 더한 목테일(알코올 없는 칵테일)이 “한 잔 하자”는 말의 의미를 바꾸고 있다. 일본 시부야의 ‘스마도리 바’처럼 같은 칵테일을 알코올 도수 0∼3% 사이에서 고르게 해 손님의 컨디션과 기분을 관리할 수 있는 바가 등장했고, 도쿄 롯폰기에는 아예 술을 팔지 않는 바 ‘0% 논알코올 경험(Non-Alcohol Experience)’이 문을 열었다. “마시지 않고 취하자”를 슬로건으로 완성도 높은 논알코올 칵테일을 제공하는 곳이다. ‘세계 맥주의 수도’ 뮌헨에는 무알코올 비어가르텐 ‘디 눌(Die Null)’까지 등장하며 “알코올이 없어도 건배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웰니스의 관점에서 맛집은 무엇으로 평가될까. 우선 소비자의 컨디션을 존중하는 메뉴 구조다. 메뉴판에 충분한 논알코올 메뉴가 준비되어 있는지, 디카페인·티 베이스 음료, 기능성 음료, 가벼운 디저트까지 포함해 ‘컨디션 친화적인 선택지’를 제안하는지가 중요하다. 같은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먹더라도, 곁들일 수 있는 음료가 소주·맥주·와인뿐인 집과 티 페어링·논알코올 칵테일·콤부차까지 있는 집의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
둘째, 몸에 부담을 덜 주는 조리와 구성이다. 모든 메뉴가 샐러드와 곡물밥일 필요는 없다. 다만 기름기와 소금, 당을 조절한 메뉴가 충분히 있고 채소와 식이섬유, 단백질 밸런스를 고려한 구성이 가능해야 한다. 한 테이블 안에서 “오늘은 조금 가볍게 먹고 싶다”는 사람과 “오늘만큼은 마음껏 즐기고 싶다”는 사람이 동시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정보의 투명성과 스토리텔링이다. 원재료의 산지와 특징, 알레르기와 영양 정보가 얼마나 솔직하게 공개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하는지가 관건이다. 저염, 저당이라는 표기를 넘어 조리법에 대한 설명과 어떤 콘셉트의 일상을 위한 메뉴인지 설명해 주는 곳일수록 웰니스를 지향하는 고객의 마음을 얻는다.
넷째, 머무는 경험 자체의 회복력이다. 조명이 과도하게 밝거나 음악이 시끄럽고 동선이 불편한 공간은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피로할 수밖에 없다. 카페·바·레스토랑이 ‘세컨드 오피스’와 ‘마이크로 힐링 스팟’ 역할을 하는 시대에는,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풀리는 경험이 곧 웰니스의 척도가 된다.
오랫동안 외식업은 주류 매출에 의존해 객단가를 지켜왔다. 그래서 “요즘 젊은 손님들이 술을 안 마셔서 힘들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웰니스와 ‘소버 라이프’의 확산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새로운 매출 공식을 짤 수 있는 기회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을 위한 대체 선택지’가 아니라, 처음부터 논알코올을 기반으로 설계한 메뉴 구성이어야 소비자들이 기분 좋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소비자의 일상 리듬까지 섬세하게 고려해 새로운 메뉴와 경험을 제안하는 곳이 새로운 시대의 ‘맛집’이 될 것이다.
김유경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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