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건축가’ 가우디 100주기, 사그라다 파밀리아 준공식... “AI·드론까지 총동원”
교황이 10일 축복... 바르셀로나에 전세계서 순례객 몰려와

하늘로 우뚝 치솟은 십자가가 태양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신의 건축가’로 불리는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의 타계 100주기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 성당)의 ‘예수 그리스도의 탑’ 준공식을 하루 앞둔 9일(현지 시각), 바르셀로나 현지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순례객들로 붐볐다.
이날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올려다보던 미국인 신자 애미 톰슨(41)씨는 “인간이 만든 건축물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며 “숨이 막힐 것 같다”고 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10일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가우디 100주기 추모 미사를 집전하고, 성당 외관의 구조적 완성을 알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축복할 예정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해마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와 관광객 490만 명이 몰리는 스페인 대표 명소다. 490만 명은 ‘관광대국’ 스페인의 여러 명소 중에서도 가장 많은 유료 입장객으로, 성당 외관만 구경하는 무료 방문객도 연간 2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기준으로 이 성당 방문객의 4.9%(약 24만명)는 한국인이다. 스페인 자국민을 제외한 해외 손님으로는 미국(15.1%), 중국(7.2%), 이탈리아(6.9%), 프랑스(6.9%)에 이어 5번째일 만큼 한국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실제 성당 건물 주변엔 한국인 등 동양인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1882년 착공해 144년째 공사 중인 이 성당은 지난 2월 첨탑 18기 중 가장 높고 중요한 ‘예수 그리스도의 탑(172.5m)’ 공사를 마무리하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 건물이 됐다. 교황의 봉헌 미사로 ‘돌로 된 성경’을 짓겠다는 가우디의 꿈이 타계 한 세기 만에 상징적 결실을 맺게 됐다.
사비에르 마르티네스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위원회 총괄 디렉터는 지난해 말 외신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과 드론 등 최첨단 기술이 건설 속도를 높여줬다며 “전통적 방식만 계속 썼다면 21세기가 다 가도 완공은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탑 내부에 조형물 ‘하느님의 어린 양’ 설치를 완료했으며, 조만간 성당 외관에 있는 남아 있는 크레인 잠금 구조물을 철거하고 탑 내부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첨탑 높이 172.5m, 세계서 가장 높은 교회] 지난 3월 크레인이 설치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1882년 착공한 이 성당은 올해 2월 첨탑 가운데 가장 높은 ‘예수 그리스도의 탑’ 꼭대기에 십자가를 설치하며 설계상 최종 높이에 도달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설계자 안토니 가우디 타계 100주년이 되는 다음 달 성당을 방문해 예수 그리스도의 탑 봉헌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AFP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9/chosun/20260609223809495qlak.jpg)
10일 저녁 열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탑’ 준공식과 축복식은 가우디 100주기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이자, 지난 6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이어지는 교황 스페인 방문의 메인 행사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살바도르 이야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등 교회와 정부 고위 인사, 시민 등 약 8천명이 성당 내외부 행사장에 착석하고, 그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성당 인근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은 교황 방문 기간 경찰 1만3000여명을 투입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
마르티네스 총괄 디렉터는 “이번 축복식을 통해 가우디의 위대한 작품 세계와 예술적 성취를 전 세계에 다시 한번 널리 알리고자 한다”며 “카탈루냐를 넘어 인류의 자산인 가우디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것은 가톨릭 대성당으로서 종교적 가치뿐 아니라 건축·예술적 가치가 높고 가우디라는 천재 건축가의 드라마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가우디는 성당 착공 이듬해인 1883년 31세에 설계 책임자가 됐다. 1926년 6월 노면전차에 치여 숨질 때까지 43년간 공사에 매달렸다. 말년엔 아예 성당에 작업실을 차리고 기거했다. 생전에 이미 저명 인사였음에도 건축에만 열중해 행색이 남루한 그를 모두 노숙인으로 여겼고, 빈민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도 못 받았다. 더 좋은 시설로 옮기자는 주변의 권유를 “내 자리는 여기, 가난한 사람들의 곁”이라며 뿌리쳤다고 한다.
이런 겸허함은 성당 설계에도 반영됐다. 가우디는 예수 그리스도의 탑 높이를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약 173m)보다 낮게 잡았다. 피조물인 인간의 건축물이 창조주의 자연을 능가해선 안 된다는 의도였다.

성당은 당초 대중의 안목에 익숙한 네오고딕 양식으로 설계됐지만 가우디는 나뭇가지·뼈·조개껍데기 등 자연의 형태를 반영한 독창적 건축 언어를 구사했다. “미술사 전체를 통틀어 이와 비슷한 교회 건물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라이너 체르브스트) “중세 이후 고딕 건축에 대한 가장 비범한 개인적 해석”(폴 골드버거) 같은 평가가 나왔다.
가우디는 첨탑 18기를 설계했다. 예수, 마리아, 네 명의 복음사가, 열두 사도를 각각 상징한다. 벌집을 연상시키는 유기적 형태의 첨탑이 하늘을 찌르고, 내부에선 나무줄기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기둥들이 가지처럼 갈라지며 천장을 떠받쳐 깊은 숲속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동쪽 창의 푸른 빛과 서쪽 창의 붉은 빛이 교차하는 풍경 역시 예수의 탄생(동쪽)과 수난(서쪽)을 나타내기 위해 색유리를 배치한 결과다. 가우디는 창조주가 빚어낸 자연의 형태를 빌려 세상을 향한 신(예수)의 사랑을 드러내겠다는 철학을 건축에 담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위원회는 카탈루냐에 있는 가우디 건축물 외에 레온에 있는 카사 보니테스, 아스토르가에 있는 주교궁, 코미야스에 있는 엘카프리초 등과도 협약을 맺어 가우디 100주기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교황청은 100주기를 앞뒀던 지난해 가우디를 가톨릭 시성 과정에서 복자의 전 단계인 ‘가경자’로 선포했다. 시복에는 기적이 입증돼야 하며, 관계자들이 그 증거를 찾고 있다.
가우디 전기를 여러 권 쓴 네덜란드 건축가 헤이스 판헨스베르헌은 “모두가 보기를 원하는 작품을 창조해낸 게 가장 분명한 기적”이라며 “무신론자, 불교 신자, 전 세계에서 이 건축물을 보려고 바르셀로나에 오고 그게 일종의 기적”이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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