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이 전국 최초 농어촌 기본소득 시행 이후 8개월 만에 인구 1795명이 증가하며 무너졌던 인구 4만 명 선을 회복했다. 특히 단순한 인구 증가를 넘어 자체 개발한 '마을소멸지수'를 활용해 마을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해군 인구청년정책단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기본소득 시행 전인 2025년 9월 말 3만9296명이던 인구는 올해 5월 말 4만1091명으로 1795명(4.5%)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 계층은 10대와 60~70대였다.
10~19세 인구는 2473명에서 2878명으로 405명 늘었고, 20~29세는 176명, 30~39세는 147명 증가했다. 특히 10대 증가폭은 전체 증가 인원의 22.6%를 차지했다.
이는 지역 중·고등학교 기숙사 학생들의 전입신고 확대와 함께 기본소득 혜택이 교육환경과 결합하면서 가족 단위 이주를 촉진한 결과로 분석된다. 학생 수 증가로 지역 학교의 경쟁력 강화와 폐교 위기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경제활동과 지역 소비의 중심축인 50~59세는 230명, 60~69세는 452명, 70~79세는 411명 증가했다. 특히 60대 증가 인구가 가장 많아 기본소득이 은퇴세대와 귀촌 희망자들의 정착을 유도하는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0~9세는 69명, 80~89세는 111명이 감소했다. 이는 저출산과 고령층 자연감소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남해군은 이번 분석 결과를 통해 기본소득이 인구 유입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제 정착 여부는 마을 공동체의 수용성과 생활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군은 자체 개발한 마을소멸지수를 활용해 221개 마을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분석 결과 소멸지수가 높거나 개선 폭이 큰 마을들은 외부인에 대한 개방성이 높고, 이장 등 마을 리더의 적극적인 유치 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원주민과 이주민 간 공동체 융화가 잘 이뤄지는 공통점을 보였다. 대표 사례로 꼽히는 용강마을은 이주민 유치와 주민 화합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소멸지수와 순인구가 동시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송남·송정·내동천·상주·임촌마을은 공동주택이 없는 일반 농촌마을임에도 높은 소멸지수를 유지하며 정주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평가됐다.
군은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획일적인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마을별 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귀촌 희망자가 꾸준히 유입되는 마을에는 빈집 리모델링과 주거 지원사업을 우선 배치하고, 주민 수용성이 높은 지역에는 공동체 활성화 사업과 정착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또 학생과 젊은층 유입이 많은 지역에는 교육·문화·생활 인프라를 집중 확충해 가족 단위 정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반대로 인구 유입은 있지만 주민 간 갈등이나 공동체 결속력이 약한 마을은 원주민·이주민 화합 프로그램과 주민 역량 강화 사업을 집중 지원해 정착률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안성필 인구청년정책단장은 "인구 증가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유입된 사람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것"이라며 "마을소멸지수 분석 결과를 토대로 마을마다 다른 처방을 적용하는 정밀한 인구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해군의 사례는 기본소득이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인구정책과 지역재생정책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모든 마을에 같은 지원'이 아니라 '마을마다 다른 해법'을 제시하는 맞춤형 정책이 인구 증가의 지속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