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베토벤, 국악을 만나다…한일 시민합창단, 평화를 노래하다

KBS 지역국 2026. 6. 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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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청력을 잃은 베토벤은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에 곡을 붙여, 교향곡 9번 ‘합창’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200년이 지난 오늘날, 산청에서 열린 큰들마을공연예술제에서는 한국과 일본, 몽골 등 시민 합창단 200여 명이 한목소리로 ‘평화’를 노래했습니다.

지금도 전쟁의 아픔은 계속되지만, 평화를 향한 마음만은 멈추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큰들마을공연예술제’를 보기 위해 큰들마당극마을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관객들은 책에서 보던 역사를 눈앞에서 만나고, 마을은 금세 공연장이 됩니다.

[이예준·양클로이/산청 도산초등학교 : "(공연이) 재밌었고, 옛날의 역사를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진짜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마을 한가운데에선 좀 더 특별한 도전이 준비되고 있었는데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4악장 전체를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이 연주하고 한국과 일본 시민 합창단 200여 명이 함께 노래하는 무대입니다.

[이건석/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 "클래식과 국악을 만나게 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클래식 음악을 흉내 내지는 않겠다. 저희가 (박을 쳐서 시작을 알리는) 집박(執拍)도 넣고 세종대왕 때 만들어졌던 여민락, 평화를 상징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그런 뜻을 음악에 같이 합쳐봤어요."]

산청을 찾은 일본 시민들은 일본의 음악감상단체 ‘로온’ 회원들인데요.

큰들은 일본 24개 도시를 찾아 마당극을 공연했고, 로온 회원들은 한국을 찾아 풍물을 배우며 21년간 우정을 이어왔습니다.

일본 시민들이 베토벤 ‘합창’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전쟁 이후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본 시민들이 베토벤의 합창을 부르기 시작했고, 그 전통은 70년 넘게 일본 전역에 뿌리내렸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산청 큰들마을공연예술제에서 함께 부르기 위해 지난 1년간 연습을 이어왔습니다.

[김상문/극단 큰들 배우 : "일본에서도 따로 연습하고 줌으로 회의하고 뭐 그렇게 준비를 했죠. 다 만나서 하는 거 오늘 처음입니다. 내일 공연인데요. 너무너무 긴장됩니다. 과연 어떻게 공연이 될지."]

이번에는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에 맞춰 베토벤의 합창을 불러봅니다.

[츠쿠타니 오사무/일본 효고현 히메지시 : "특히 맨 처음에 한국 전통적인 박 소리로 시작했을 때 "동양과 서양이 하나가 된다"는 지휘자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었는데 (그 말이 맞구나 하는 생각에) 정말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과 한국 합창단, 일본 합창단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베토벤이 가장 염원했던 세상, 그런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우리의 다짐과 함께 노래하고 싶습니다."]

[소노다 마리/일본 효고현 히메지시 : "젊은 분들도 많이 계시고 저희보다 훨씬 힘차고 젊은 목소리가 들려와서 매우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저 역시 큰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왠지 평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한국에 와 극단 큰들과 인연을 맺은 지 15년째라는 무로하라 쿠미 씨에게도 이번 무대는 남다른 시간입니다.

[무로하라 쿠미/극단 큰들 단원 : "통역도 하고 그런 것들은 처음이라 가지고 조금 긴장도 많이 되고 걱정도 많이 되었지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다는 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공연 날.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은 서양 음악의 음계를 국악기로 표현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소리를 맞춰갑니다.

[육지용/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 : "원래 연주하던 B플랫 대금을 길이도 더 짧게 하고 지공과 칠성공 위치도 바꿔서 B키 대금으로 개량했습니다."]

관객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우고, 평화 콘서트의 막이 오르는데요.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와 팝소프라노 한아름 씨의 무대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단원들은 악보를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25분의 공연에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몽골 합창단원을 비롯해 객석에는 베트남과 네팔, 필리핀, 태국, 프랑스, 독일, 아프리카 등 9개국의 시민들이 함께 관람하고 있는데요.

여든이 넘은 단원은 지팡이에 의지해야 할 만큼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면서도, 클라이맥스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했습니다.

[시노자키 마사하루/일본 전국 로온 사무국장 : "오늘 콘서트는 한국 시민과 일본 시민이 200명 넘게 함께 하고 한국의 국악 공연으로 연주한 것이 가장 큰 감동을 불러왔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주/서울시 도봉구 : "열심히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기뻤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습니다."]

국적도, 언어도, 살아온 역사도 다른 9개 나라 사람들.

이들이 큰들마당극마을에 모일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토록 간절히 바라는 것, 그것은 바로 '평화'이기 때문입니다.

구성:정현정/촬영·편집:한동민/내레이션:신유진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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