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마비' 체육단체 경기장 진입 실패… '국대' 월급도 못 준다
경기장 출입구 앞 진을 치고 봉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위대가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를 닷새째 봉쇄하면서, 경기장에 사무실을 둔 체육단체들이 업무 마비로 발을 구르고 있다. 이러다 국가대표 선수 월급마저 끊길 위기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체육회 산하 대한핸드볼협회, 대한펜싱협회, 대한산악연맹, 대한우슈협회, 대한세팍타크로협회 등 9개 단체는 9일 오후 6시 공동으로 경기장 2-4 출입구로 접근해 진입 협의를 시도했으나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시위대 반발에 가로막혀 30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일부 시위 참가자는 체육회 관계자들이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체육회 직원이 오후 6시에 컴퓨터를 반출한다고 한다. 그 컴퓨터가 선관위 서버에 연결되었을 수도 있는데, 이는 살인 현장에 살인자의 가족을 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며 경기장 봉쇄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자 시위대 수십 명이 경기장 출입구로 몰려가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 개표 수개표" 등 구호를 외치며 진을 치고 앉았다. 아무도 드나들 수 없게 출입구 양쪽 손잡이를 끈으로 단단히 묶어 놓기도 했다.
오후 6시쯤 서울동부지법이 서울시장 후보였던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제출한 투표용지 보관상자 등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 분위기는 더욱 격앙됐다. 시위대는 인근에 배치된 경찰 기동대와 체육회 관계자들을 둘러싸고 "증거보전 명령이 내려졌으니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육회 측이 '증거보전 대상으로 인정된 것은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 보관된 투표용지 보관상자 등이며, 이미 개표소로 이송된 투표지와 투표함 등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은 기각됐다'고 알렸으나 시위대는 개의치 않았다.
결국 체육회 측이 경기장 진입 협의를 포기하고 철수하자 시위대는 만세삼창을 한 뒤 다른 출입구 쪽으로 흩어졌다. 일부는 돗자리를 펴고 현장에 남아 향후에도 외부인 출입을 막겠다며 농성을 이어갔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개표가 진행된 날 짐도 챙기지 못한 채 몸만 빠져 나왔다"며 "현재 아무런 업무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협회별로 오전과 점심시간 등 여러 차례 진입 협의를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종목 단체는 당장 내일이 급여 지급일인데, 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해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국가대표 선수와 코치, 감독들에게 급여도 못 주게 생겼다"며 "급여 이체에 필요한 OTP라도 들고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설득해 봤지만 택도 없다"고 호소했다.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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