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유튜브 스타된 찰밥 할머니
한동훈에 찰밥 싸줘 유튜브 조회 수 50만
“당서 쫓겨난 韓에 동병상련”
선거 후 외지 손님 늘었지만
항의·노점 신고에 곤란도
“나랏돈 빼먹는 놈들 철저히 조사를”

“뼈가 부숴지도록 열심히 하겠다 하니까 얼마나 이쁘요. 날마다 시장에 인사하러 오고, 손에 반창고 붙일 정도로 열심히 하더라카이. 손을 잡아도 살갑게, 정답구로 잡는다.”

지난 8일 오전 부산 북구 구포시장 근처 길가. 노점상을 하는 김복악(80) 할머니는 6·3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당선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선거 운동차 북구 거리를 누빈 한 의원에게 찰밥 도시락을 싸줘 일명 ‘찰밥 할머니’로 알려졌다.
김씨와 한 의원이 길바닥에서 찰밥을 먹는 모습을 찍은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 50만 회를 기록했다. 정치권에선 “찰밥 할머니 덕분에 한 의원 이미지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만난 북구 주민들도 “차가운 검사 출신인 줄로만 알았던 한 의원이 찰밥 할머니를 살갑게 대하는 모습에서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김씨는 10년 전부터 구포시장에서 토마토, 완두콩, 깻잎 등 직접 키운 채소를 팔고 있다. 8일 부산에는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지만 김씨는 오전 10시 좌판을 열었다. 분홍색 티셔츠에 빨간색 바지 차림이었다.
김씨가 장사를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손님 10여명이 모였다. “한동훈 당선의 일등공신이다” “구포시장 유명인사가 됐다”는 말이 나왔다. 김씨는 무심한 표정으로 “내가 뭐 한게 있다꼬. 한 대표가 잘해서 된 거지”라고 했다.
서울·대구 등 외지에서 김씨를 보러 온 손님도 있었다. 대구 수성구에서 왔다는 김모(68)씨는 할머니에게서 토마토 1만원어치를 샀다. 할머니는 김씨에게 토마토 2개를 덤으로 건넸다. 선거 후 손님이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김씨는 경남 김해시 부원동에 혼자 산다. 20년 전 남편과 사별했다고 한다. 고향은 경남 거제다. 김씨는 땅 100평을 빌려 농사를 짓는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밭일을 하다가 시장에 내다 팔 채소를 챙긴다. 집에서 구포시장은 지하철로 40분 거리다. 손수레 가득 채소를 싣고와 자리를 편다. 김씨의 근무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다.

김씨가 한 의원을 처음 만난 건 지난 4월이었다고 한다. 구포시장을 돌며 인사하던 한 의원이 김씨에게 악수를 청하자, 김씨는 한 의원에게 토마토 한 개를 건넸다. “한 의원 얼굴이 곯았더라고. 안쓰러버가(안쓰러워서) 그땐 아무것도 모르고 상자에 있던 토마토 한 개를 줬는데, 알고보니 상한 거였어. 너무 미안한기라. 내가 가진 것 중에 제일 좋은 놈으로 골라서 다시 줬어.”
한 의원은 선거 기간에 구포시장을 매일 다녔다. “한 의원을 따라다니는 보좌관 총각이 밥도 잘 못 챙겨묵고 배고프다 하대. 짠하더라고.” 그날 이후로 김씨는 매일 찰밥을 쌌다고 한다.
어버이날인 지난달 8일 한 의원이 다시 김씨를 찾아왔다. 한 의원은 김씨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아 “또 왔다. 식사하셨나? 전에 토마토 주셔서 잘 먹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표님은 식사했는가”라고 물었고 한 의원은 “저는 잘 못 먹고 다닌다”고 했다. 이에 김씨는 비닐 봉지에 든 찰밥과 김치, 나물을 꺼냈다. 김씨는 “(선거에) 붙으라고 찰밥했어”라고 했다. 한 의원은 길에 철퍼덕 앉아 김씨와 함께 찰밥을 먹었다.
김씨는 찰밥 도시락에 대해 묻자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김씨는 “혼자 외롭게 출마한 한 의원과 동병상련이 느껴져 찰밥을 건넸을 뿐”이라며 “같이 찰밥을 먹는데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한 대표가 당에서 혼자 쫓겨나왔잖아. 나도 혼자 길 바닥에 나와 앉았는데 서로 마음을 나누니 얼마나 좋노.”

한 의원은 지난달 10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김씨를 초대했다. 그 자리에서 “제가 북구갑에서 청와대로 가면 어머님을 제일 먼저 모시겠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2일 선거 운동 마지막 날 유세차에 올라 “이리 뼈가 부숴지도록 하는 선거는 처음 봤다. 이 사람 꼭 뽑아주시라”고 했다. 유세차에 오른 이유에 대해 김씨는 “보좌관 아저씨가 몇 번이나 와달라고 부탁을 해 마음이 쓰였었다”며 “떨려서 하고 싶은 말 10분의 1도 못 하고 내려왔다”고 했다.
한 의원은 선거 이튿날 구포시장을 먼저 찾았다. 길가에서 김씨를 발견한 한 의원이 급하게 차에서 내렸다. 한 의원은 “어머니 고맙습니다”라며 김씨 손을 잡았다. 김씨는 “아이고 손 함 봐라. 손이 쌔가 빠진거 봐라”고 했다.

김씨는 한 의원과 만난 일이 알려져 곤란한 일도 많았다고 한다. “한 아줌마가 벌건 얼굴로 찾아와선 ‘하정우가 돼야 할낀데. 할매가 머할라꼬 나서서 난리를 치냐’고 하더라. 또 한 사람은 전재수가 시장되면 함 보자카더라. 그래도 내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다.”
최근엔 구청 직원이 찾아와 장사를 못한 적도 있다고 한다. 불법 노점상 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반면에 한약이나 파스, 모자를 선물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김씨는 “한 의원이 나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찰밥을 해주고 싶어도 하정우나 박민식은 코빼기도 못 봤다”고 했다. 그는 “한 대표를 보면 옛날에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각이 난다”며 “선거 운동하는거 보고 놀랐다”고 했다.
김씨가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젊어서 부동산업도 해보고 돈도 써볼만큼 쓰고 벌만치 벌었다. 지금은 추접게 있지만, 내 맘은 뜨뜻하다. 우리 같은 사람은 혜택을 못 보지만, 짬짜미해서 나랏돈을 받아먹는 사람들이 많다. 딴 건 모르겠고, 이 정부에서 뒷구녕으로 돈 받아 먹는 사람들을 철저히 조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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