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위 ‘부당해고 인정’ 기쁨도 잠시…여전히 출근 못 한 아빠들

정종엽 기자 2026. 6. 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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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엠코리아 부당해고자들
(상)공장 밖에서 8개월 투쟁
신화프리텍(옛 이엠코리아) 해고노동자 9명
지노위 복직 명령에도 공장 밖 기다림 계속
사측 사법 판단 무시 계속…생계·일상 흔들려
권기홍(42) 씨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 친구가 집에 놀러 온 날을 잊지 못한다. 아이는 별뜻 없이 물었다. "아저씨는 일 안 하세요?" 권 씨는 지난해 9월 부당해고된 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배우자는 해고 이후 학원 강사 일을 시작했다. 아이의 질문은 권 씨에게 해고 뒤 달라진 현실을 한꺼번에 들이밀었다.이춘옥(44) 씨도 비슷한 순간을 겪었다. 고2·중2 자녀를 둔 그는 아들 축구교실에 갔다가 강사에게 "아버님 오늘 쉬는 날이신가 봐요"라는 말을 들었다. 이 씨는 "네, 오늘은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쉬는 날이 아니라, 부당해고로 돌아갈 일터가 없는 날이었다.
권기홍 씨가 지난해 9월 23일 자 사측 해고 통보 메일. /독자

"당사는 9월 1일 자로 폐업했으므로, 9월 2일부터 귀하와의 고용계약은 종료됐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시간 이후부터 사업장 출입이 제한됨을 알려드리며, 무단 출입 시 민형사상 책임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신화프리텍(옛 이엠코리아)이 지난해 9월 23일 노동자들에게 보낸 해고 통보 문자다. 문자 내용대로라면 회사는 9월 1일 폐업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9월 23일까지 함안사업장에 출근해 일하고 있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이런 사정 등을 근거로 신화프리텍의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회사에는 해고노동자 9명을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아직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들은 지금도 함안 공장 앞에서 복직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아침은 여전히 공장 밖에 멈춰 있다.

퇴근 직전 온 해고 통보

신화프리텍은 지난해 9월 23일 퇴근을 얼마 남기지 않은 오후 시간, 노동자 9명에게 문자와 전자우편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한 달 전부터 해고 소문은 돌았지만, 노동자들은 회사가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해고를 밀어붙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권 씨는 "함안 공장 노동자 75명이 한순간에 흩어졌다"며 "협력업체 이직을 유도했고, 이를 거부한 9명은 결국 해고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함안사업장에서 공작기계 부품을 깎았다. 오전 8시에 출근해 낮 12시까지 기계를 돌렸다. 점심 뒤 오후 5시까지 다시 일했고, 잔업이 있으면 오후 8시까지 공장에 남았다. 한 명이 기계 2~3대를 맡았다. 권 씨와 이 씨가 2015년 4월부터 이어온 출근길은 회사의 일방적인 해고 통보 뒤 끊겼다.

해고 뒤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생계였다. 이들은 8개월 동안 인당 4000만 원 안팎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지금은 배우자 월급과 실업급여에 기대고 있지만, 매달 나가는 돈을 감당하기에는 빠듯하다.

이 씨는 아이들이 놀러 가자고 해도 먼저 지갑 사정을 떠올린다. 그는 "예전에는 나가면 저녁까지 먹고 들어왔는데, 지금은 부담부터 된다"며 "아이들이 실망한 얼굴을 보일 때면 가슴이 시큰하다"고 말했다.
이춘옥(왼쪽)·권기홍 씨가 9일 창원시 성산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종엽 기자

지치길 기다리는 회사

해고 전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이른바 '소사장' 업체로 옮기라고 했다. 기존 부서 반장들이 별도 업체를 맡고, 노동자들이 따라가면 물량과 처우를 챙겨주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사직서를 써야 했다. 그 순간 10년 가까이 이어온 고용관계는 끊긴다. 구두 약속만 믿고 회사를 옮길 수 없었다.

권 씨는 "사직서를 쓰면 약속을 보장받을 방법이 없었다"며 "회사가 정말 어려웠다면 임금 동결이나 복지 축소처럼 함께 논의할 방법도 있었지만, 회사는 사전 상의 없이 공장 일부를 정리하고 사람을 내보냈다"고 토로했다.

경남지노위가 부당해고 판정을 했을 때 노동자들은 잠시 숨을 돌렸다. 자신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정은 복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회사는 지난 1월 1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노동자들은 중노위 판정을 다시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처음에는 3개월, 길어도 6개월 안에 끝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회사가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자 생각이 달라졌다. 재심과 소송으로 시간이 길어질수록 임금은 끊기고, 가족 생활은 흔들린다. 해고자들은 복직만 기다릴지,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회사가 직접 더 밀어내지 않아도 긴 절차와 불확실성이 노동자를 먼저 지치게 만든다.

이 사건은 해고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특별근로감독에서는 이엠코리아의 법 위반사항 60건이 적발됐다. 포괄임금제 오남용에 따른 임금체불, 불법파견 등이 확인됐고, 미지급 임금·퇴직급여는 모두 19억 4100만 원으로 파악됐다.

이 씨는 "가장 바라는 것은 회사가 복직 판정을 이행하는 것"이라며 "사법적 판단까지 무시하는데 경남도와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엠코리아 해고노동자와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함안 공장에서 집회를 하는 모습. /금속노조

/정종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