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정상회담에서 사라진 '한반도와 비핵화'
북중 관계 한반도 넘어 확장, 반패권 연대 추진
시진핑-김정은 "국가주권·안전·발전이익 수호"
시 "중조관계 최상위 설계" 김 "제1 전략사업"
협력의 새 영역…외교·법집행·군대 교류 추진
시, 북한의 핵무기 영구화 노선 ‘묵인’한 듯
"피로 맺어진" 북중 우호의 역사 소환하기도
"올해 중조(중북) 관계는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에 서 있다." 북한(조선)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8일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연회 답례 연설에 이렇게 말했다.
시 주석이 평양에서 던진 이 말은 의례적 수사가 아닐 수 있다. 시 주석은 7년 전 평양 정상회담 때는 거론했던 '한(조선)반도'와 '비핵화'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북한의 제9차 조선노동당 대회와 전략적 협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외교와 법집행, 나아가 군대 분야까지 교류 확대를 제안하며 새로운 차원의 관계 격상을 예고했다.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을 명시한 '북중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조중우호협조호상원조조약) 체결 65주년도 강조했다.

사라진 '한반도와 비핵화'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의 정상회담 보도자료를 보면 두 정상의 발언 중 한반도를 뜻하는 '조선반도'나 '반도'란 단어는 없었다. 방북에 앞서 노동신문에 게재한 시 주석이 기고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019년 6월 평양 정상회담의 중국 보도자료에선 '반도'는 시 주석의 발언에서 9번, 김 위원장의 발언에서 6번 나온다. 작년 9월 베이징 정상회담 발표문에서도 횟수가 시 주석 2번, 김 위원장 1번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있었다.
특히 2019년 6월 중국 보도자료엔 "중국은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지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조건을 누적·창조할 것", "반도의 비핵화와 지역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는 시 주석의 발언에서 '비핵화'라는 단어를 찾을 수 있었다.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묵인'하고 전략적 이익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의 제9차 조선노동당 대회
또한 시 주석은 연회 답례 연설에서 "중국은 김정은 총서기를 핵심으로 하는 조선노동당 중앙의 강력한 영도 아래 북한 인민이 조선노동당 제9차 당 대회가 제시한 목표와 임무를 순조롭게 완수"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9차 당 대회에서 북한은 김정은을 총비서로 재추대하는 한편, '평화 통일'을 공식 폐기하고 핵무기를 영구적 국가 능력으로 확정했으며, 남북 관계를 '가장 적대적인 국가 대 국가'로 규정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시 주석의 당 대회 관련 발언도 북한의 핵무기 영구화 노선을 '묵인'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북중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65주년

이 조약은 제2조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을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20년마다 세 차례 자동으로 연장돼왔고 지금도 유효하지만, 1992년 한중 수교와 1993년 1차 북핵 위기를 계기로 중국은 이 조약에 담긴 '군사동맹'의 의미를 애써 축소해왔다. 이런 역사를 고려하면, 시 주석의 이 발언은 단순한 '역사의 회고'가 아니라, 과거 일본, 미국을 상대로 함께 싸웠던 '혈맹의 복원'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회담 전 발언에서도 "피로 맺어진" 양국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소환하고, 특히 수망상조(守望相助·지키고 살펴서 서로 도와준다)를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것을 북한이 2024년 6월 러시아와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맺고 쿠르스크에 대규모 전투병력을 파견하고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걸 견제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도 해석한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앞으로 조중친선을 가장 중대한 제1의 전략적 사업으로 견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전적으로 지지하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협력의 새 영역…외교, 법집행, 군대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외교, 법집행, 군대 등 분야의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중 교류는 당과 경제 중심으로 이번에 '군대'가 공식 거론된 점이 눈길을 끈다. 중국이 타 우방국과 맺는 '외교·국방·치안(3+3)' 형태의 공식 정부 간 채널을 북한에도 도입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 언론 보도에선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아 궁금증을 낳고 있다.

한반도를 넘어…국가주권·안전·발전이익
시 주석과 김 위원장 모두 주권과 안전, 발전이익의 수호와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발전 수호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조 양국은 전략적 조율과 협력을 강화하고, 각자의 주권·안보·발전 이익을 확고히 수호하며,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공동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위원장은 "조중 양국은 전략적 조율과 협력을 강화하고 각자의 주권·안보·발전 이익을 확고히 수호하며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공동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는 북한 측에서는 박태성 내각총리, 김재룡·리일환·김성남 당 비서, 최선희 외무상, 노광철 국방상, 그리고 김덕훈 제1부총리 등 당과 내각 최고위급 실세가 모두 나왔고, 중국 측에서는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왕이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류하이싱 대외연락부장, 둥쥔 국방부장,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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