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빼달라" vs "어디에"…오토바이 주차 갈등
전용 구획 없어 자투리 주차
주민·라이더 모두 불만 커
"법·현실 괴리…기준 필요"

"오토바이 좀 다른 데 세워주세요." vs "그럼 어디에 세우라는 건가요."
9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기둥 옆 좁은 공간에 배달 오토바이 7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바로 옆 벽면에는 '주차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금지 표시는 있었지만, 대안은 보이지 않았다. 주차구획에 세우면 민원이 들어온다. 통행로를 피해 구석으로 밀려나도 눈총을 받는다. 배달은 일상이 됐지만, 배달 오토바이가 멈춰 설 공간은 자투리뿐이었다.
배달 라이더 문모(40대)씨는 "배달 시간은 촉박한데 잠깐 세울 공간도 마땅치 않다"며 "어디에 세워도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주민 생각은 달랐다. 김모(50대)씨는 "안 그래도 주차장이 부족한데 오토바이까지 뒤엉키면 더 복잡해진다"며 "차를 대고 뺄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이륜차 전용 주차구역은 쉽게 찾기 어려웠다. 서구 한 2천여 세대 규모 아파트에서는 오토바이들이 차량 뒤편과 지하주차장 기둥 사이에 모여 있었다. 관리사무소는 통행에 지장이 없는 곳으로 안내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남는 공간을 임시로 활용하는 수준이었다.
이륜차도 도로교통 체계 안에서는 차량으로 분류된다. 일반 주차구역 이용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주차장에서는 승용차와 같은 공간을 쓰는 순간 민원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배달 라이더 송길주(50대)씨는 "잠깐 배달하러 간 사이 오토바이에 '주차 금지' 쪽지가 붙어 있던 적이 있다"며 "오토바이도 생계수단이고 이동수단인데 세울 곳 하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주민 불만도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주차난이 심한 단지에서는 승용차 한 대가 들어갈 자리에 오토바이 한 대만 세워진 모습을 두고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좁은 지하주차장이나 골목길에 여러 대가 몰려 있으면 통행 불편과 접촉 사고 우려도 커진다.
광산구 운수동 주민 이모(34)씨는 "오토바이 이용자 사정은 이해하지만 밤마다 주차할 곳을 찾아 도는 주민도 많다"며 "차 한 대 들어갈 자리에 오토바이만 세워져 있으면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갈등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5년간 전국 2종 소형면허 신규 취득자는 27만5천여명에 달한다. 전국 지자체 등록 이륜차도 올해 4월 기준 5년 전보다 11만대 이상 늘었다. 배달 수요와 개인 이동수단 수요가 맞물리면서 이륜차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주차 기준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공동주택이나 상가에서 이륜차 전용 주차공간 설치는 명확한 의무 규정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기존 주거지는 공간 자체가 부족해 별도 구획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현재는 이륜차 전용 주차공간 설치 의무가 명확하지 않아 민원이 발생하면 관리주체와 협의해 조정하는 수준"이라며 "이륜차 이용이 늘고 있는 만큼 주거지와 상업지역의 주차공간 확보 방안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유민 수습기자 cmy22@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