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인권위 퀴어축제 부스 설치하겠다”더니···축제 4일 남았는데 ‘묵묵부답’

박채연 기자 2026. 6. 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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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위원장 퀴어축제·반동성애 행사 동시 참석에
축제 측 “반동성애 행사 참석 취소가 선결 조건”
안, 4일 남도록 실무진에게 아무런 지시사항 없어
내부서도 “진짜 설치할 마음 있나” 뒷말 나와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진행되는 2025 인권의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에 도착했으나,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등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에 의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오는 6월13일 열리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부스를 설치하려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축제 조직위원회가 부스 참여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사안들에 대해 안창호 위원장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탓이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안 위원장은 이날까지 부스 설치와 관련한 지시를 실무자들에게 하지 않았다. 인권위 사무처는 지난 4일 “부스 설치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안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안 위원장은 “하루만 더 생각해보자”고 말한 뒤 이튿날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퀴어 축제에 부스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축제 조직위가 지난 3월 파트너십을 제안해 왔을 때는 부스 신청을 따로 하지 않았다. 전원위 당일 다른 위원들이 부스 설치 관련 안건을 제출하자 안 위원장이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축제 당일 반동성애 단체인 ‘거룩한방파제’가 여는 행사장도 방문하겠다고 했다. 이후 인권위는 조직위에 부스 설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축제 조직위는 당시 입장을 내고 안 위원장을 향해 “진정성 없는 정치적 연출이자 기만적 행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스를 열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안 위원장에게 거룩한방파제 행사 참여 취소, 성소수자 혐오 표현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안 위원장이 퀴어 축제에 부스를 설치할 의향이 실제 있다면 조직위의 요구를 먼저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축제 개막 사흘을 앞둔 시점까지 안 위원장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인권위 내부에서도 부스를 설치하겠다는 안 위원장 발언에 진정성이 있는지를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안 위원장은 과거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직원 A씨는 “(안 위원장이) 부스를 열 생각이 애초 없었으나 다른 위원들이 축제 참여를 안건으로 올리기도 했고, 거룩한방파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명분 쌓기 등을 위해 부스를 설치하겠다고 말한 것 같다”라며 “개인의 종교적 입장 때문에 인권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요구하는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선결 조건을 안 위원장이 받아들이면 인권위의 부스를 받아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안 위원장이 끝까지 수용을 거부할 경우 인권위 부스 설치는 무산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인권위 직원들로 구성된 ‘앨라이모임’은 지난해처럼 퀴어 축제에 부스를 꾸릴 예정이다.

인권위는 “퀴어 축제 조직위에 부스 참가 신청을 했으며, 주최 측의 회신을 접수했다”며 “현재 위원회는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며 이 단계에서 추가로 말씀드릴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안 위원장이 퀴어 축제와 거룩한방파제 행사에 결국 모두 참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이숙진 상임위원은 “(위원) 주간 일정에 위원장이 두 곳 다 가는 거로 돼 있었다”며 “두 행사 모두 참석하겠다는 어떤 의미인지 다시 여쭙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위원과 조숙현 비상임위원 등이 위원장의 거룩한방파제 행사 참석과 관련된 입장 표명을 요구했으나 안 위원장은 답하지 않았다.


☞ 올해 퀴어축제 참여 결정한 안창호 인권위원장, 맞불성 ‘반동성애 행사’ 동시 참석 논란
     https://www.khan.co.kr/article/202605221722001


☞ 퀴어축제 5일 앞두고 인권위 격돌…안창호 ‘반동성애 집회’ 행보에 “자격 미달” vs “표현 자유”
     https://www.khan.co.kr/article/202606081818001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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