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의혹에 눈감은 법원?…‘딸 부정 채용’ 3년째 1심 중

김임수 기자 2026. 6. 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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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섭 전 사무차장 직권남용 1심 공회전…‘제 식구 감싸기’ 비판 제기
국민감사청구도 안 받아들여…“자체 감사했다면 지금 사태 없었을 것”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투표지 부족으로 인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일으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세대와 진영을 떠나 선관위를 향한 개혁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가족 회사'라는 꼬리표가 시작된 3년 전 자녀 특혜 채용 의혹 역시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선관위에 딸 채용을 부정 청탁한 혐의로 가장 먼저 기소됐던 송봉섭 전 사무차장 재판의 경우 1심만 3년째 진행 중이다. 국민감사청구 역시 선관위와 법원에서 연달아 묵살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선관위와 법원의 '공생 구조'가 내부 부패 및 부실 선거 관리로 이어진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기일변경만 7번…"신속 재판 의지 안 보여"

9일 법조계와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송 전 차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사건 1심은 지난해 1월 준비기일이 끝난 뒤 1년 5개월여 동안 정식 재판이 세 차례만 진행됐다. 특히 지난해 6월 2차 공판 이후 연속 3번 기일이 변경됐다. 변호인단 교체 등을 이유로 기소 이후 기일변경만 총 7차례나 이뤄졌다. 3차 공판은 오는 22일 청주지법에서 열린다.

형사법 전문인 한 변호사는 "하급심 재판 지연 자체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재판부가 피고인 측 기일변경 신청을 거듭 수용하는 것은 신속한 재판 진행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사건은 판사 3명이 함께 심리를 진행하는 합의부가 아닌 단독부에서 맡고 있다. 단독부 형사사건 1심이 평균 5~6개월 안에 끝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재판 지연'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아들 특혜 채용' 의혹으로 2024년 12월 기소된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 1심 재판 역시 인천지법에서 1년 6개월째 진행 중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선관위 채용 관련 재판은 단순한 지연을 넘어선 문제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성을 보장받으며 중앙선관위원장은 대법관이, 시·도 및 구·시·군 선관위원장은 관할 지역 법원장이나 판사가 맡는다. 선관위 전 사무총장·사무차장 재판이 진행 중인 청주·인천지법 역시 조미연 청주지법원장이 충북선관위원장을, 강성수 인천지법원장은 인천선관위원장을 각각 겸직하고 있다. 법원장이 개별 재판에 관여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법원과 선관위의 기행적 연결 고리가 제 식구 감싸기 비판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법원은 최근 선관위에 대한 국민감사청구 기각 결정에 대한 불복 소송에서도 선관위 손을 들어줬다. 박경호 국민의힘 대전 대덕구 당협위원장(변호사)은 지난해 4월 시민 2500여 명과 함께 신청한 국민감사청구를 선관위가 기각했다. 선관위 국민감사청구의 경우 감사원이 아닌 선관위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선관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4월30일 선관위의 국민감사청구 기각 결정이 재량·일탈권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헌법재판소가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직무감사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데 이어 법원마저 국민감사청구 요청을 묵살한 셈이다. 

박 변호사는 1심 패소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그는 통화에서 "선관위의 이번 '투표지 미배달'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선관위가 외부 견제를 안 받은 것, 그리고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 법원이 만든 것"이라며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법원장이 지역 선관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부모가 자식 교육을 잘못 시킨 것 아니냐"고 빗대어 말했다.

박 변호사는 그러면서 "만일 선관위가 국민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자체 감사를 진행했다면, 지금과 같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라며 "법원에서 (2~3심에서도) 패소로 판결하면, 헌법소원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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