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해본 경험이 있어서" ML 타격왕 도전 이정후, '이것' 덕분에 빅리그 적응에 큰 힘 됐다

[SPORTALKOREA] 김지현 기자= "한국에서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16경기 연속 안타로 메이저리그(MLB) 현역 선수 가운데 최장기간 안타를 기록 중인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한국 KBO리그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되는 순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 경기에 5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1회 첫 타석에서 좌익수 정면으로 향하는 직선타로 물러난 이정후는 2번째 타석에서 곧바로 만회했다. 4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시속 89마일(약 143.2㎞) 초구 슬라이더를 통타, 우전 안타를 날렸다.

이정후의 방망이는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했다. 무려 3타석 연속 안타를 생산했다. 팀이 0-1로 밀리던 6회 말 좌완 미첼 파커를 상대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시속 91.2마일(약 146.8㎞) 몸쪽 패스트볼을 공략해 중전 안타를 터뜨렸다. 이정후는 맷 채프먼의 좌전 안타 때 홈을 밟았다. 경기를 1-1 동점으로 만드는 값진 득점이었다.
8회에는 역전 득점을 올렸다. 선두 타자로 나서 좌측 파울 라인으로 느리게 굴러가는 땅볼을 쳤다. 포수 바로 앞에 떨어지는 타구를 만든 이정후는 1루까지 전력 질주했고, 워싱턴 포수 케이베르트 루이스의 송구와 거의 비슷하게 1루에 도착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세이프로 인정됐고, 이정후의 내야 안타로 기록됐다. 이정후는 이어 등장한 브라이스 엘드리지의 2루타 때 홈을 밟아 2-1 역전 점수를 올렸다.
이정후는 마지막 타석에서까지 안타를 날렸다. 팀이 3-4로 끌려가는 9회 말 2사 1루에서 체인지업을 통타해 우전 안타를 기록, 4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안타로 2사 1, 3루의 동점 기회를 만들었으나 엘드리지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그대로 3-4 패배를 당했다.

이정후는 이날 시즌 5번째 4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아울러 1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며 한국인 메이저리거 역대 최장기간 타이 기록도 세웠다. 2013년 추신수, 2023년 김하성이 작성한 한국인 빅리거 최다 연속 경기 안타 기록과 나란히 했다. 이정후는 오는 10일 열리는 워싱턴전에서도 안타를 치면 한국인 빅리거 최다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을 새롭게 쓰게 된다.
시즌 성적은 타율 0.333 3홈런 22타점 32득점 OPS 0.820이 됐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브랜든 마시(0.333)와 함께 MLB 타율 공동 2위에 올랐다. 1위를 달리는 마이애미 말린스 오토 로페스(0.336)와 차이는 고작 3리다.
이대로라면 한국인 선수 최초 메이저리그 타격왕도 노려볼 만하다. 특히 이정후가 뛰고 있는 내셔널리그에서는 아시아 선수가 타격왕에 오른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정후가 아시아 역대 최초 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아메리칸리그에선 스즈키 이치로가 지난 2001년과 2004년 2차례 타격왕에 오른 바 있다.

타격감이 절정에 오른 이정후다.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경기력 못지않게 컨디션 관리도 중요하다. 그는 현지 매체 'NBC 스포츠 베이 에어리어'와의 인터뷰에서 KBO리그 시절 경험이 빅리그 일정 적응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전날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 경기를 마친 뒤 샌프란시스코로 이동, 이날 곧바로 경기를 치렀다. 그는 새벽 4시 반에 잠자리에 들어 11시 반에 일어났다고 한다.
강행군에도 몸 상태에는 문제없었다. 이정후는 "한국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씩 3연전을 치른다. 항상 오후 6시 30분에 경기를 시작했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버스로 이동했기 때문에 지방 원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늘 새벽 3~4시 정도 됐다"며 "이미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어제도 새벽 4시에 도착했는데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KBO리그 시절 강행군이 메이저리그 생활에도 도움이 된 셈이다.

이정후는 최근 타석에서의 접근법도 공개했다. 그는 "감이 좋은 상태이다보니까 스트라이크로 생각이 들었을 때 적극적으로 배트를 대고 있다. 타석에서 좋은 결과로 계속 나오다보니 타이밍, 밸런스 같은 것도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에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뛰어본 경험이 도움 되고 있다. 이 경험이 무시 못하는 거 같다.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스피드의 변화구는 힘들긴하지지만, 그래도 조금씩 리그에 적응해가고 있는 게 몸으로 느껴지고 있다"고 했다.
이정후의 안타 행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반대 방향 안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밀어 치는 안타가 많은데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공에 맞춰 타격하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
이정후는 "노려서 치는 것은 이 리그에서는 불가능한 것 같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코스에 따라, 공이 오는 로케이션마다 스윙을 하는 거 같다"고 답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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