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서해랑길 10코스

장갑수 2026. 6. 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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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기억하고, 안전사회 염원하며 걷는 길
서해랑길 10코스와 일부 겹치는 ‘팽목바람길’은 팽목항 ‘세월호 기억의 벽’에서 출발해 팽목마을, 팽목방조제, 다순기미, 마사마을, 간척지 갈대밭길을 거쳐 팽목항으로 돌아가는 약 12㎞에 이르는 길이다.
2014년 4월16일 제주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하고 자신들만 탈출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도우며 구조를 기다리던 304명은 바다에 잠겨버렸다. 이들 중 단 한명도 구조되지 못했다.

서해랑길 10코스는 세월호참사가 있었던 진도 남서쪽 맹골군도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을 걷는 길이다.

세월호참사를 수습했던 진도항(팽목항)을 지나는 길이다. 서해랑길 10코스가 시작되는 서망항에 도착했다. 서망항은 꽃게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전국 꽃게생산량의 25%가 서망항 주변바다에서 잡힌다.

서망항을 출발한 우리는 서망교차로를 거쳐 진도항으로 향한다. 서망교차로에서 진도항 방향으로 걷다보면 정면으로 진도국민해양안전관이 바라보인다. 2023년 12월 개관한 진도국민해양안전관은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4·16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안전·재난대응교육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건립됐다.

진도국민해양안전관 입구를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데, 서망항 앞바다에 있는 죽도 뒤로 조도군도가 바라보인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조도면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섬으로 이뤄진 면이다.

무려 177개의 섬을 거느리고 있어 새떼처럼 섬이 많다는 뜻으로 조도(鳥島)라 불렀다. 조도군도는 수많은 섬으로 구성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풍광이 아름답고 청정하다.

해변도로를 굽이돌아 진도항에 도착했다. 진도항은 2014년 4월16일 이후 세월호 참사 수습 항구로 사용되면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가 됐다.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이를 영원히 기다리는 항구’가 됐다. 공식명칭은 진도항이지만 옛 이름인 팽목항으로 더 많이 불렸다. 팽목항방파제에는 세월호희생자를 애도하는 노란리본과 ‘세월호 기억의 벽’이 그날의 참사를 기억하게 한다.

방파제 끝에 서 있는 빨간 ‘기억의 등대’에 새겨진 노랑리본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게 한다.
방파제 끝에 서 있는 빨간 ‘기억의 등대’에 새겨진 노랑리본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게 한다.

진도항연안여객선터미널 옆에서 컨테이너건물형태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월호팽목기억관’은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기억관에 모셔진 304명의 영정과 수많은 사람들이 매달아놓은 노랑리본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진도군에서는 팽목항 근처에 2층 규모의 팽목기억관을 신축할 계획이다. 주변 공터에 울긋불긋 피어있는 금계국·안개초·금영화·꽃양귀비 같은 꽃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주고 있는 것 같다.
팽목항 주변 공터에 피어있는 금계국·안개초·금영화·꽃양귀비 같은 꽃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주고 있는 것 같다.

팽목마을을 지나 팽목방조제로 들어섰다. 진도군 임회면 팽목리와 진도군 지산면 마사리를 잇는 팽목방조제는 길이가 1.8㎞에 이른다. 1966년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안쪽에 396㏊의 간척지가 생겼다.
진도군 임회면 팽목리와 진도군 지산면 마사리를 잇는 팽목방조제는 길이가 1.8㎞에 이른다. 1966년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안쪽에 396㏊의 간척지가 생겼다.

팽목방조제 안쪽에는 봉암저수지 쪽에서 흘러온 하천과 담수호, 들판이 넓게 펼쳐진다. 담수호와 하천주변에는 갈대밭이 넓게 자리했다. 간척지 들판 뒤에서 다가오는 동석산(219m)은 작은 금강산을 연상케 할 정도로 아름다운 바위산이다. 동석산 서쪽에서도 석적막산(235m)이 솟아 동석산과 함께 예쁜 풍경화가 되었다.

진도항과 마사선착장 안쪽 내해의 모습은 팽목방조제를 걷는 내내 한시도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진도항 뒤로 서망항도 바라보인다. 방조제 바깥 내해에는 마구도가 떠있고, 마구도 뒤쪽 서망항 앞바다에는 작은 섬 죽도가 자리했다. 마구도와 죽도 뒤 먼 바다에서 조도군도를 이룬 섬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마사선착장에서 해안오솔길로 올라선다.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숲을 이룬 해안오솔길은 고요하고 한적하다. 바람과 파도가 들려주는 자연음악이 감미롭다. 바다전망이 트일 때면 다도해국립공원 조도군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해안오솔길에서는 바다에서 사용하는 부표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려있다. 이 길은 부표가 이정표 역할을 해주는 ‘팽목바람길’이기도 하다.

팽목바람길은 팽목항 ‘세월호 기억의 벽’에서 출발해 팽목마을, 팽목방조제, 다순기미, 마사마을, 간척지 갈대밭길을 거쳐 팽목항으로 돌아가는 약 12㎞에 이르는 길이다. ‘세월호 기억의 벽’을 만든 동화작가들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참사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2018년 만든 도보여행길이다.
다순기미에서는 다도해국립공원 조도군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먼 바다를 바라보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영령들을 추모한다.

울창한 숲을 이루던 길은 어느새 풀밭으로 변했다. 바다 쪽으로 길쭉하게 돌출된 목으로 다순기미라 부르는 곳이다. 다순기미에는 ‘참사현장 28㎞’라 쓰인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정표 옆에는 노란 리본모양으로 길게 솟은 한 네 개의 상징물이 서 있다. 세월호참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소박한 ‘다순기미소망탑’이다. 다순기미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영령들을 추모한다.
다순기미에는 ‘참사현장 28㎞’라 쓰인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정표 옆에는 노란 리본모양으로 길게 솟은 한 네 개의 상징물이 서 있다. 세월호참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소박한 ‘다순기미소망탑’이다.

다순기미에서 다시 해변숲길을 따라 걷는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기암절벽을 이룬 해안이 아름답고, 바다 멀리에서는 조도군도가 사무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파도소리를 벗 삼아 오솔길을 걷다가 응봉 남쪽 고갯마루 잔등너머에 도착했다. 길은 잔등너머에서 시멘트 포장된 임도를 따라 마사마을로 이어진다.

마사마을에서는 팽목방조제가 가깝다. 직선거리로는 8백여 m에 불과하지만 서해랑길은 해변을 따라 다순기미 방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팽목바람길’ 표지판이 서해랑길 리본과 함께 전봇대에 붙어있다. 팽목바람길과 서해랑길 10코스는 마사마을을 지나 포장된 2차선 도로를 따라가다가 오른쪽 농로로 방향을 튼다. 주변은 팽목방조제가 생기면서 만들어진 넓은 간척지들판이다. 반듯한 농로를 따라 6백여 미터를 걷고 나자 갈대밭이 있는 하천이 나온다. 여기에서 팽목바람길은 다리 건너 하천을 따라 내려가고, 서해랑길은 다리를 건너지 않고 제방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다리위에서 북쪽을 바라보니 예쁜 동석산과 석적막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하천가에는 갈대밭이 넓고 푸르다. 한창 모내기 중인 들판을 동석산이 의젓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동석산의 풍광을 바라보며 걷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이 구간의 매력이다.
한창 모내기 중인 들판을 동석산이 의젓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동석산의 빼어난 풍광을 바라보며 걷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이 구간의 매력이다.

아름다운 바위봉우리 남쪽자락에 하심동마을이 자리했다. 동석산 암봉과 하심동마을이 예쁘게 바라보인다. 누렇게 익은 보리밭을 지나 봉암저수지로 올라선다. 봉암저수지는 아래쪽 넓은 간척지논의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803번 지방도로를 따라 걷다가 농로를 따라 가치마을로 들어선다. 동석산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울음소리가 세월호 영령을 부르는 목소리처럼 애절하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서해랑길 10코스는 2014년 4월16일에 일어난 세월호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며 걷는 길이다. 세월호 사고수습본부가 자리했고 수많은 국민들이 함께 슬퍼했던 팽목항을 만나고 사고현장을 멀리서나마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코스 : 서망항→진도항(팽목항)→팽목방조제→마사선착장→다순기미→마사마을→봉암저수지→가치버스정류장
※거리, 소요시간 : 15.9㎞, 5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진도해양파출소(전남 진도군 임회면 서망항길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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