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이주비 지원 늘려 ‘3년 내 8.5만 가구 착공’ 물꼬 튼다
융자 위한 주택진흥기금 1000억 원으로 증액…대환 대출도 가능
정부, 기본이주비 대출 한도 축소…추가이주비도 강북권은 금리 높아
노후 빌라 많은 강북 원주민 부담…비용조달 차질에 철거·착공 지연
市, 자금 수혈로 정비사업 가속도…정부에 “LTV 70% 상향” 요구도

서울시가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주비 융자 지원을 대환대출로까지 확대한다. 대출 한도를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늘리고 지원 대상 역시 500명 이하의 중·소규모 조합에서 모든 조합으로 넓힌다. 이주비 융자 지원을 위한 주택진흥기금도 기존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증액한다.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더한 ‘쾌속통합기획(신통기획 2.0)’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주비 문제 해결을 앞세워 정비사업 속도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이 같은 내용으로 이주비 대출 지원을 확대하기로 하고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빠른 이주가 신속한 착공·준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이주비 지원을 확대해 정비사업의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와 10·15 대책으로 1주택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다주택자는 0%, 대출 한도 6억 원이라는 규제가 적용되면서 상당수 정비사업 조합들이 이주비가 부족해 사업 지연을 겪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주택진흥기금 500억 원을 활용해 이주비 융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1순위 근저당 설정이 필수여서 이미 대출이 있는 경우 지원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8년까지 8만 5000가구 착공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주비 대출 지원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직무 복귀 후 가진 첫 간부회의에서 정비사업 현황을 보고받은 후 임기 내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 3년 내 8만 5000가구 착공이라는 공약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진행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지난 달부터 시행한 이주비 직접 대출을 대환 대출로까지 확대하고 융자 지원액을 5억 원으로까지 늘리는 배경 역시 정비사업에서 이주비 조달이 사업 전체를 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 시장은 앞서 지방선거 유세에서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면서 “당선시 중앙정부에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를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비사업 이주비는 조합원이 주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기본이주비와 건설사가 조합에 자금을 빌려주면 조합이 조합원에 대출해주는 방식의 추가이주비로 나뉜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과 10·15 대책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기본 이주비 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줄였다. 1주택자는 담보인정비율(LTV)을 70%에서 40%로 줄였고, 다주택자는 0%를 적용받는다.
강북의 재개발 사업지에 정부의 이주비 대출 제한은 타격이 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노후 빌라 소유주가 많은 특성상 원주민들의 자금 부담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다가구 소유주 대다수가 고령층으로 임대 수익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LTV 40% 한도로는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과 본인의 이주 자금을 동시에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공사 보증을 받는 추가 이주비 대출도 강북권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강남권 등 대규모 현장은 대형 건설사의 신용이 탄탄한 만큼 기본 이주비보다 약 1~2%포인트의 가산 이율로 이주비를 조달할 수 있는 반면 강북의 모아타운 등 소규모 현장은 신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 규모 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고 가산 이율 역시 3~4%포인트로 높아진다. 서울시가 직접 이주비 대출에 나선 데 이어 대환 대출로까지 대상을 확대한 이유다. 높은 가산 이율에 이자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강북 소규모 사업지 조합원의 부담을 덜어 빠른 이주와 착공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규모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경우 조합원이 이미 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사업 대상을 확대하는 측면도 있다.
지원 금액을 5억 원으로 상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일 오르는 전셋값을 고려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서울시의 이주비 대출 지원 확대는 건설사를 통해 자금 조달이 가능한 대형 조합보다 자금 조달이 그간 어려웠던 모아타운 등 소규모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주택진흥기금 이주비 융자 재원을 기존 500억 원에서 1000억 원 수준으로 늘려 이주 예정 가구의 자금 조달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계획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투기적 수요가 없고 공급과 관련한 대출은 단순 매입과 관련한 대출규제와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서울시의 긴급 수혈에도 이주비 수요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 시장이 공약한 3년 내 8만 5000가구 신속착공 대상 구역이 85곳인만큼 지원 수요가 수조 원에 이를 수 있어서다. 이에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이주비를 가계대출이 아닌 주택 공급의 필수 사업비로 분리해 LTV를 70%까지 적용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여기에 시공사가 이주비 대출 금리를 낮출 경우 공공기여분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도 추가로 거론된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내놓은 1000억 원으로는 급한 불을 끄는 수준에 불과한 만큼 도시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중앙·지방정부와 조합·건설사 간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이주를 계획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43곳 중 91%인 39곳(3만 1000가구)에서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시행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3곳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통해 미리 이주비를 확보한 1개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이주비 때문에 착공이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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