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칠 잘하면 에어컨 효과 납니다”...온도 최대 9도까지 낮춘다는데
신기술페인트 세계 첫 상용화
지붕·차량·작업모용 페인트로
“수성 복사냉각시대 열겠다”

에어컨을 켜는 대신 자동차 지붕에 페인트를 칠하는 것만으로 이 뜨거운 열기를 튕겨내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 에어컨이 만들어내는 기후위기의 악순환을 끊을 대안으로 전기를 한 방울도 쓰지 않고 스스로 온도를 낮추는 ‘복사냉각’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상용화에 뛰어든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의 ‘수성’ 복사냉각 페인트를 선보였다.
기후위기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이 기술을 수성 페인트 형태로 구현해낸 주인공은 2022년 11월 설립된 고려대 교원 창업기업 저크(ZERC)다. 저크의 창업자인 이헌 고려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전기를 쓰지 않고 온도를 낮추는 기술로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의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회사를 만들고 연구를 지속해왔다”고 밝혔다.
복사냉각 소재 상용화 경쟁은 이미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페리컬인사이트에 따르면 관련 시장은 2023년 358억달러(약 48조원)에서 2033년 877억달러(약 120조원) 규모로 연평균 9%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스카이쿨시스템스는 대형 슈퍼마켓 공조 시스템에 복사냉각 패널을 적용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를 입증했고, 래디쿨은 전기차에 기술을 적용해 냉방 부하를 낮췄다. 일본의 스페이스쿨 역시 오사카 엑스포 건물에 냉각 필름을 시공하는 등 전 세계 연구 기반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시제품을 내놓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교수는 “복사냉각 시장 내에서 굴곡진 곳이나 넓은 면적에 시공하기 까다로운 부착형 필름보다는 롤러나 스프레이로 칠하기만 하면 되는 페인트 형태가 실용성을 무기로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 해외 기업들이 내놓은 복사냉각 페인트에는 큰 약점이 있었다.
단가를 낮추고 끈적한 페인트를 묽게 만들어 칠하기 쉽게 하려고 대부분 톨루엔 같은 유기용매 화학물질을 사용했다. 유기용매를 쓰면 페인트를 칠하고 마르는 과정에서 공기 중으로 쉽게 증발해 인체에 해를 끼치는 1급 발암 물질인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뿜어낸다.
냉각 효과도 5년 이상 지속돼

저크가 이번에 상용화한 수성 복사냉각 페인트는 머리카락 굵기 수준인 150마이크로미터(㎛) 두께로 칠했을 때 태양빛을 96% 반사한다. 동시에 대기창을 통해 우주로 열을 93% 이상 방출한다. 실제 테스트 결과 일반 수성 페인트를 칠한 표면보다 온도를 4도가량 낮추는 성능을 보였다. 수성 제품임에도 비바람, 햇빛 등 외부 환경에도 강하다.
이 교수는 “초기 제조 원가가 일반 페인트보다 다소 높을 수 있지만, 냉각 효과가 5년 이상 지속되기 때문에 여름 한 시즌의 냉방 전력 절감액만으로도 초기 시공비를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물 외장재나 지붕, 차량, 선박, 산업 설비 등 페인트가 칠해지는 모든 곳이 저크의 무대다. 고온 현상이 심각한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저크 측 설명이다.
이 기술은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야외 노동자의 안전모다. 이 교수는 “복사냉각 페인트를 여름철 노동자들의 안전모에 칠하면 열적 쾌감을 크게 증진시킬 수 있다”면서 “안전을 위해 안전모를 꼭 써야 하지만 머리에 땀이 차고 힘든 문제를 이 페인트로 해결할 수 있으며, 이는 첨단 과학이 약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포스코와 손잡고 철광석을 녹여 철을 만들 때 발생하는 부산물인 슬래그를 재활용한 복사냉각 페인트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교수는 “복사냉각에 관한 대학의 딥테크(첨단 기술) 연구가 논문이나 특허에 머무르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 산업과 에너지 절감, 탄소 배출 저감이라는 일상 속 문제 해결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결혼 아닌 결별…수영·정경호, 14년 열애 마침표 - 매일경제
- “삼성·LG, 인심 한번 후하게 쓰네”…가전제품 ‘반값’ 전쟁 시작 - 매일경제
- 페이커로 시작한 젠슨 황의 4박5일…마지막은 역시 이 회사였다 - 매일경제
-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유명 배우 급성 백혈병 사망에 아내 ‘망연자실’ - 매일경제
- AI 특수에 광케이블 수요 폭주 … 공장 24시간 가동 - 매일경제
- 전남 투표소 10곳 득표수 일치하는데…선관위 “우연의 일치” - 매일경제
- ‘얼죽신’ 이제는 불가능…서울 국평 분양가 21억 돌파 - 매일경제
- “잠만 자는 방은 안 팔려요”…2030도 수십만원 기꺼이 쓴다는 토종 K호텔 - 매일경제
- 부동산세 ‘실거주 중심 원칙’ 개편 시동…양도·보유세 부담 커지나 - 매일경제
- ‘홍명보·박지성·이영표·이운재·김남일’ 대선배들 또 넘어설까…캡틴 손흥민, 韓 월드컵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