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각에 입소문 더해…새 흥행축 된 공포영화
온라인 밈·SNS 바이럴 등 영향
‘신사’·‘눈동자’…신작 출격 대기

여름 방학 성수기 틈새 장르 정도로 여겨졌던 공포영화가 한국 영화의 새로운 흥행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작 중심으로 흥행이 좌우되던 극장가에서 공포영화가 잇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다크호스’를 넘어 영화 시장의 허리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들어 극장가에서는 이례적으로 공포영화들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살목지’는 323만 관객을 동원하며 ‘장화, 홍련’(2003)을 제치고 역대 한국 공포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한국 공포영화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이 23년 만에 바뀐 것이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백룸’은 제작비 1000만 달러(약 140억 원)가 투입된 미국 영화로 국내 누적 관객 81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며 누적 수익 2억1297만 달러(약 3236억 원)를 기록했다.


두 작품은 젊은 창작자의 감각과 ‘눈높이 연출’이 흥행을 이끌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공포영화 마니아 출신인 이상민(1995년생) 감독과 디지털 크리에이터 출신인 케인 파슨스(2005년생) 감독은 전통적인 공포 문법에 온라인 밈 문화와 젊은 세대 감성을 접목해 1030 관객의 자발적 입소문을 이끌어냈다. 과거 기성세대가 만든 공포영화를 젊은 세대가 소비했다면, 최근에는 젊은 창작자가 만든 영화를 같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공포영화 신작들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5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연상호 감독의 ‘군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디스클로저 데이’, 픽사의 ‘토이 스토리5’ 등 대형 기대작들이 포진한 가운데서도 공포영화 두 편이 개봉을 확정했다.


먼저 17일 극장에 오르는 ‘신사: 악귀의 속삭임’은 한국 샤머니즘과 일본식 호러를 결합한 오컬트 공포물이다. 일본 고베의 폐신사에 답사를 떠났다가 실종된 대학생 3명의 흔적을 쫓던 박수무당 명진(김재중)이 기이한 악귀와 맞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본 감독 구마키리 가즈요시가 연출을 맡아 K오컬트와 J호러의 결합이라는 차별화를 내세웠다. 샤머니즘 소재와 일본 호러 감성을 접목한 점이 젊은 관객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24일 개봉하는 ‘눈동자’는 보다 현실적인 공포에 초점을 맞춘 서스펜스 스릴러다.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서진이 쌍둥이 동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추적하다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는 과정을 담았다.
공포영화의 경쟁력은 비교적 낮은 제작비와 확실한 코어 관객층에 있다. 대작 영화들이 수백억 원 규모의 제작비를 투입하는 것과 달리 공포영화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하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공포 장면을 패러디하거나 밈으로 소비하는 소셜미디어(SNS) 문화가 확산되면서 젊은 세대의 자발적인 바이럴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살목지’와 ‘백룸’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와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확산되며 흥행세를 키웠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공포영화는 흥행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장르였지만 최근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관객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며 “젊은 관객층의 참여 문화와 결합하면서 한국 영화시장의 중추적인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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