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산업강국 함께 하는 제조혁신 4.0] 데이터로 공정 관리하고 품질문제 사전대응 … 불량률 33% '뚝'
플라스틱 소재社 한국고분자
삼성 스마트공장 지원받아
품질 편차 최소화 가장 중요
공정 병목구간 분석해 개선
연간 생산량 10% 늘어나고
사용 연료비도 크게 감소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자신감

"예전에는 생산 현황을 확인하려면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일일이 확인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데이터로 공정을 관리하고 품질 문제도 사전에 대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달 20일 찾은 대구 달성군 한국고분자 공장. 생산동 안에서는 반도체와 2차전지, 방산, 항공우주 산업에 사용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생산이 한창이었다. 수 m 길이의 압출 설비에서는 고성능 플라스틱 소재가 연속으로 뽑아져 나오고 작업자들은 실시간으로 생산 데이터를 확인하며 공정을 관리하고 있었다.
1997년 설립된 한국고분자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국산화를 목표로 성장해온 첨단 소재 전문기업이다.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고성능 플라스틱 소재를 국내 기술로 생산하며 경쟁력을 키워온 강소기업이다.
특히 반도체와 2차전지, 방산, 항공우주 등 첨단 산업에 사용되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피크(PEEK)를 비롯해 모노머 캐스팅 나일론(MC나일론), 폴리아세탈(POM),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비닐리덴 플루오라이드(PVDF) 등 다양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회사가 가장 공을 들인 분야는 스마트 제조 혁신이다. 소재 산업 특성상 품질 편차를 최소화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국고분자는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제조 혁신에 본격 나섰다.
삼성전자 전문가들은 공장 현장을 여러 번 방문해 생산 공정과 설비 운영 방식, 재고 관리 체계, 품질 관리 프로세스를 진단했다. 이후 생산·품질·원가·재고 분야별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현장 중심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변화는 생산성 향상으로 가장 먼저 나타났다. 한국고분자의 연간 생산량은 기존 2350t에서 2585t으로 증가했다. 생산성이 약 10% 향상된 것이다.

생산 공정별 병목 구간을 분석하고 생산 프로세스를 개선한 결과다. 원료 투입과 교반 공정 효율을 높였고 절단 공정의 정밀도를 개선했다. 공정별 작업 표준도 재정립했다.
박찬수 한국고분자 대표는 "과거에는 생산 과정에서 작업자의 경험에 의존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지만 스마트공장 구축 후 데이터 기반 생산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며 "동일한 설비에서도 더 많은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가 경쟁력도 개선됐다. 플라스틱 소재 생산 공정은 대량의 열에너지가 필요한 대표적인 에너지 집약 산업이다. 한국고분자는 삼성전자 지원을 통해 에너지 사용 구조를 전면 분석했다.
응축수 회수 시스템을 구축하고 단열 설비를 적용했으며 고효율 열차폐 벨트를 설치했다. 여기에 공기 압축 설비와 컴프레서 운영 효율까지 개선했다. 그 결과 도시가스와 질소, 컴프레서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연간 연료비가 5억800만원에서 4억3500만원으로 줄었다.
절감률은 약 15%에 달한다. 에너지 비용 상승이 제조업계의 주요 부담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품질 경쟁력 향상 효과도 눈에 띈다. 한국고분자의 대표 제품인 MC나일론은 생산 과정에서 기포가 발생할 경우 제품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포 불량은 소재 강도와 내구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한국고분자는 삼성전자 전문가들과 함께 공정 조건을 분석하고 품질 관리 체계를 개선했다. 작업 지도를 표준화하고 함수율 관리 체계를 구축했으며 생산 조건을 세밀하게 관리했다. 그 결과 MC 공정 기포 불량률은 기존 2.25%에서 1.5%로 감소했다. 불량률 기준으로 약 33% 개선 효과를 거둔 셈이다.
불량률 감소는 단순히 제품 품질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폐기물 감소와 생산 효율 향상, 고객 신뢰 확보로 이어진다. 특히 반도체와 2차전지 산업에서는 소재 품질이 최종 제품 성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품질 경쟁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재고 관리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수요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양의 재고를 보유해야 했다. 하지만 과도한 재고는 보관 비용 증가와 자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국고분자는 완제품 적정 재고 산출 로직을 구축하고 장기 재고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생산 계획과 재고를 연계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재고가 줄어들면서 창고 활용 효율이 높아졌고 운영 자금 부담도 줄었다.
한국고분자의 경쟁력은 단순히 스마트공장 구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드물게 소재 생산부터 부품 가공까지 수행하는 논스톱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고객은 소재 구매부터 최종 부품 가공까지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특히 회사가 집중 육성하고 있는 PEEK는 대표적인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다. 이는 금속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도가 높고 고온과 고압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한다. 내화학성도 뛰어나 반도체 제조 장비와 2차전지 생산설비, 항공우주, 방산 분야에서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고분자는 현재 반도체와 2차전지, 방산, 항공우주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 일본 등 해외 시장 공급도 늘리고 있다.
[대구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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