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메르츠 獨총리, 지지율 반전 위해 ‘옛 정적’ 메르켈 소환

박영서 2026. 6. 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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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AP 연합뉴스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사진) 독일 총리가 옛 정적인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구호를 인용하며 개혁 과제를 완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8일(현지시간)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지난 6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기독민주당(CDU) 전당대회 연설에서 "우리는 해낼 수 있다. 모두 단결하고 스스로를 좀 더 믿는다면 해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Wir schaffen das)는 메르켈 전 총리가 유럽 난민 위기 때인 2015년 시리아 난민들을 대거 받아들이며 내건 구호입니다. 이후에는 16년간 집권한 메르켈 정부의 상징으로도 쓰입니다. 메르츠 총리는 2000년대 초반 메르켈과 당내 권력다툼에서 밀려난 뒤 메르켈 정부 시절 한동안 정계를 떠났었지요.

메르츠 총리는 메르켈 시절과 정반대로 육상 국경을 전부 걸어 잠그면서 강경 난민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는 취임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세제·노동시장·연금·건강보험 개편 등 이른바 사회개혁 패키지를 빨리 통과시키겠다며 메르켈의 구호를 꺼내 들었습니다. 메르츠 총리의 발언은 사회복지 축소에 반대하는 연립정부 파트너 사회민주당(SPD)에 양보를 요구하고 자신이 대표로 있는 CDU에도 단합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메르츠 정부는 지난 5월 출범 당시 '국가현대화부'라는 이름의 부처를 신설해가며 경제 체질 개선과 사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연정 내부 불협화음에 각종 개혁 과제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메르츠 총리는 오는 7∼8월 연방의회 여름 휴회가 시작하기 전에 사회개혁 패키지를 통과시키겠다고 했지만 재계에서는 개혁 과제가 급하다며 올해는 여름 휴가를 취소하라고 의회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연정이 붕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ZDF 방송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72%는 메르츠 정부의 국정에 불만이라고 답했고, 66%는 여름 안에 개혁 과제를 완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43%는 연정이 4년 의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무너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가 전날 발표한 설문에서 연정 다수파인 CDU·기독사회당(CSU) 연합 지지율은 21%로, 1위인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과 격차가 8%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현지 매체들은 사회개혁과 함께 오는 9월 작센안할트·베를린·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회 선거가 연정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봅니다. AfD는 지지율이 40%를 넘나드는 텃밭 작센안할트주에서 단독 정부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메르츠 총리는 최근 "우리가 충분히 잘하지 못하면 9월에 대격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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