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발견’ 넘어 ‘치료’까지...국가암검진 성공하려면?

김현기 기자 2026. 6. 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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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항문학회 “용종 절제·합병증 관리 포함해야” 치료 중심 검진체계 강조
복지부 “전문가 권고안 토대 대상자·질관리·안전성 확보 방안 검토 중”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2028년 국가암검진사업에 대장내시경 도입이 추진되는 가운데, 대한대장항문학회가 검진체계 설계과정에서 '진단'을 넘어 '치료'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암검진의 목적은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지만 대장내시경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발견에 그치지 않고 암이 되기 전 병변을 제거해 암 발생 자체를 줄여야한다는 주장이다.

대한대장항문학회와 대한예방의학회는 9일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장암검진 간담회'를 개최하고 대장내시경 국가암검진 도입에 따른 과제와 준비 방향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는 제5차 암관리종합계획(2026~2030)에 따라 현재 분변잠혈검사(FIT)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가 대장암검진 체계에 2028년부터 대장내시경을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내시경 전문인력과 시설 확보, 선종발견율(ADR) 등 질 관리 체계 구축, 합병증 대응 시스템 마련 등은 제도 안착을 위한 과제로 꼽힌다.

이날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선일 내시경관리위원장<사진>은 "대장내시경 도입의 본질은 단순히 대장암을 발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암 발생 자체를 줄이고 조기암을 치료하는 데 있다"며 "진단 중심 검진에서 진단과 치료를 함께 고려하는 검진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국가암검진 대부분은 진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대장내시경은 검사 과정에서 용종을 제거하고 조기암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검진과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위암은 국가암검진에 위내시경이 도입된 이후 5년 생존율이 43.9%에서 78.6%로 34.7%p 증가했지만, 대장암은 같은 기간 56.2%에서 75.6%로 19.4%p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위원장은 "위암의 경우 조기 병변 발견 비율이 높아지면서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졌지만 대장암은 아직 개선 여지가 크다"며 "대장내시경 검진이 본격화되면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통한 추가적인 생존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암검진에 대장내시경이 도입되면 검진의 개념 자체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분변잠혈검사는 암을 의심하는 병변을 찾아내는 '진단 검사'에 머물지만, 대장내시경은 검사 과정에서 선종성 용종을 제거해 암 발생 자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 분변잠혈검사의 경우 진단으로만 끝나는 반면 대장내시경은 치료까지 차별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대장내시경은 조기암을 치료하고 용종을 제거해 향후 암 발생률을 낮추는 1차 예방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잘 운영된다면 국가암검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용종절제는 더 이상 일부 전문가만의 고난도 기술이 아니라 상당수 내시경 의사가 수행하는 보편적 치료가 됐다"며 "국가검진에서도 단순히 암을 발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누가 검사하느냐'보다 '어떻게 치료하느냐' 중요

외과 교육·거점병원 체계 필요성 제안

특히 이 위원장은 대장내시경 국가검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자격 기준 논의를 넘어 치료 역량과 연계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역시 국가검진 도입을 준비하면서 내시경 전문인력 확보와 질 관리 체계 구축, 합병증 관리 방안 마련 등을 주요 과제로 검토하고 있지만, 학회는 여기에 치료 역량 평가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조기암의 경우 내시경 절제 후에도 절제면 상태와 침윤 깊이, 림프관 침범 여부 등에 따라 추가 수술 여부를 결정하고, 대장암은 다학제 진료가 필수적인 영역"이라며 "의사 면허가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용종을 적절히 절제하고 암이 의심되는 병변을 정확히 판단하며 합병증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바람직한 대장내시경 전문의'의 조건으로 ▲검사 건수나 인증 여부보다 적절한 치료 판단 능력 ▲암 의심 병변에 대한 정확한 의사결정 ▲수술 필요성까지 고려한 치료 계획 수립 ▲대기 기간 최소화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암검진 참여 의사들에 대한 외과 교육 필요성도 제안했다. 대장암은 장기 보존 여부와 배변 기능, 응급수술 가능성, 장루 형성 여부 등 수술적 판단이 치료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이 위원장은 "대장의 해부학적·생리학적 특성과 수술 후 삶의 질까지 이해해야 최선의 치료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며 "암검진 참여 내시경 의사들에게도 외과적 관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한대장항문학회가 꿈꾸는 이상적인 검진 체계는 발견에서 끝나는 검진이 아니라 용종 제거와 조기암 치료, 합병증 관리, 고난도 병변의 신속한 연계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라며 "결국 국민에게 가장 큰 이득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동희 사무관

한편 복지부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으며, 현재 전문가 권고안을 토대로 국가검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복지부 질병정책과 박동희 사무관은 "대장내시경은 대장암 발생과 사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출혈과 천공, 용종절제 후 증후군 등 침습적 검사에 따른 합병증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향후 국가검진 도입 과정에서 대상자 선정 기준과 검진 주기, 검진기관 지정 기준, 질 관리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대상자 기준 설정이 우선 이뤄져야 하며 이후 검진기관 운영과 질 관리 체계 구축 방안을 단계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