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이어 홍해까지···압박 수위 높이는 이란에 커지는 공급망 불안

예멘의 친이란 무장 세력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 선박의 홍해 운항을 금지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이란에서도 통제 구역을 홍해까지 확대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3개월째 봉쇄 상태인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에 대한 압박 수위마저 높이면서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우려는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에스마일 가니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이 “‘저항의 축’의 새로운 안보 벨트가 호르무즈 해협부터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페르시아만에서 홍해까지 구축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니 사령관은 이어 “예멘의 영웅(후티 반군)이 적시에 보여준 강력한 행동은 저항 전선의 지혜를 보여준다. 필요하다면 다른 세력도 합류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작전 재개에 대응해 이스라엘 관련 선박의 홍해 운항을 전면 금지하자 이를 칭찬한 것으로 풀이된다.
후티 반군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와 함께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에 속해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한 달 만인 지난 3월28일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하며 공식 참전을 선언했다.

이란이 해상 압박의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임에 따라 세계 공급망은 또다시 위협받게 됐다.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호르무즈 해협과 함께 세계 해상 무역과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로 꼽힌다. 두 해협이 맡는 전 세계 석유·가스 수송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
후티 반군은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당시에도 하마스 지원을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 선박을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공격해 홍해 해상 운송을 사실상 마비시킨 바 있다. 수에즈 운하 통행이 어려워지며 당시 선박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 우회하기도 했다. 훨씬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노선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3년 전보다 훨씬 심각하다. 미·이란 전쟁 이후 3개월 넘게 봉쇄 상태인 호르무즈 해협을 대신해 홍해가 주요 운송로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수출량의 70% 이상을 홍해 연안의 얀부항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홍해로의 우회는) 에너지 시장에 일종의 생명줄 역할을 해왔으며 유가 상승 억제에 도움을 줬다”며 “후티 반군이 홍해 선박이나 항만을 지속적으로 공격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스라엘 선박의 홍해 통항 금지는 첫 번째 단계일 뿐”이라며 이스라엘로 향하는 모든 선박으로 금지 조치를 확대할 수 있다는 후티 반군 관계자의 경고도 전했다.
후티 반군의 공격이 여러 차례에 걸쳐 일어나지 않더라도 공급망에 가해질 충격은 매우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파레아 알무슬리미 연구원은 “후티는 그저 신호만 보내도 된다”며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 선박 보험료 급등과 선사들의 항로 변경 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25% 오른 94.25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0.84% 상승한 91.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지난 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가 증산에 합의했으나 공급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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