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2년 만에 ‘시리 AI’ 공개…지각생 오명 벗나
EU·중국선 출시 못해…초기 공백 불가피

애플이 2년 만에 '시리(Siri) AI'를 공개하며 인공지능(AI) 경쟁에 승부수를 던졌다. 애플은 그간 음성 비서 시리 새 버전 출시를 거듭 미루다 이번에 이를 대화형 AI 에이전트로 전면 개편했다. 구글 등 외부 AI 모델을 품으며 그동안 고수해온 폐쇄형 생태계 전략에도 변화를 줬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의미있는 진전이라는 평가와 함께 새롭게 공개된 기능 상당수가 이미 경쟁사 서비스에서 제공되고 있는 수준이라 기술적 혁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애플은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본사 애플파크에서 연례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2026'을 개최했다. 이날의 주인공은 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음성 비서 '시리 AI'였다. 기존 시리가 날씨나 타이머 설정 같은 단순 명령에 그쳤다면, 시리 AI는 사용자의 개인 정보와 맥락을 이해해 여러 앱에 걸친 복잡한 작업까지 처리한다. 챗GPT 등 다른 AI 챗봇과 달리 별도 앱 없이 아이폰에 내장돼 작동한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외부 AI 모델 개방이다. 그동안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통제하는 폐쇄형 생태계를 강점으로 내세워왔으나, 자체 AI 개발이 한계에 부딪히자 구글과 손잡는 쪽을 택했다. 두 회사는 제미나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동 개발했으며, 구글 등 서드파티 AI를 시리에 연결해 사용자가 원하는 AI를 골라 쓸 수 있도록 했다.
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애플 역시 전략 변화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 앤트로픽 등 AI 기업들처럼 모델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대신, 검증된 외부 AI를 끌어들여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기로 한 것이다. 앱스토어가 앱 생태계의 관문이 됐듯, 아이폰을 다양한 서비스가 모이는 플랫폼으로 키워 AI 시대에도 생태계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도 담겼다.
업계와 소비자 반응은 엇갈렸다. 이번에 공개된 기능 대부분이 삼성전자 '갤럭시' 등 다른 스마트폰에서 이미 제공 중인 기능인 만큼 경쟁사를 따라잡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블룸버그 통신의 애플 전문기자 마크 거먼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10년 전에 구현했어야 할 기능을 이제서야 보여주면서 대단한 일을 해낸 것처럼 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출시 범위도 제한적이다. 애플은 이날 올가을 시리 AI를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으나, 유럽연합(EU)과 중국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EU는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엄격한 만큼 사용자 프라이버시·보안 문제가 발목을 잡았고, 중국 역시 AI 서비스에 대한 별도 허가 요건을 두고 있어 출시 시점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과 또 다른 핵심 시장인 유럽에서 초기 공백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투자자들의 반응도 냉담했다. 이날 애플 주가는 WWDC 기조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하락 전환해 전 거래일 대비 1.89% 내린 301.5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미디어·기술 분야 투자리서치사 라이트셰드 파트너스의 월터 피식 애널리스트는 CNBC에 출연해 이 같은 주가 하락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정확했다"고 말했다.
이혜선 기자 hsle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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