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출신 전국구 축구 스타 실종…“유소년 육성 체계 다시 다져야”

박신 기자 2026. 6. 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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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출신 월드컵 출전 김민재 유일
그마저도 고교는 다른 지역서 졸업
프로 산하 팀·수도권에 경쟁 밀려
“유망주 붙잡아 둘 지원책 고심해야”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수비수 김민재가 8일(현지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훈련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출신 전국구 축구 스타가 없다."

요즘 경남 지역 축구인들 사이 나오는 자조 섞인 목소리다. 이는 월드컵 국가대표 구성만 봐도 알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 가운데 경남 출신은 수비수 김민재가 유일하다. 김민재조차 중학교까지만 경남에서 뛰었다. 고등학교는 축구명문으로 꼽히는 수원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매년 유망주들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된다. 앞으로 경남에서 나고 자란 '전국구 스타' 출현은 더욱더 요원해질 전망이다.

부산 출신 미드필더 양현준이 거제 동부중에서 3년 뛴 적이 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 '경남 출신'이라 할 수는 없다.

전국구 선수 실종은 오랜 기간 누적된 결과다. 2000년대 이후로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두각을 보인 선수들은 대다수가 다른 지역으로 학교를 옮겼다. 선수들과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대기업 구단 산하 팀이다. 그다음이 수도권이다. 자연스레 전국대회에서도 이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밖에 없다. 경남 학교팀은 좋은 선수가 빠져나가니 성적이 나지 않는 악순환에 빠졌다.

김지동 마산공업고등학교 축구부 감독은 "경남은 초등학교보다 중학교, 중학교보다 고등학교가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경남에 있는 학교들은 우리 지역 선수 말고 다른 지역에서라도 좋은 선수들을 찾아서 데리고 와야 팀 운영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프로 산하 팀이나 수도권 팀은 좋은 선수들이 알아서 찾아간다"며 "그렇게 꾸려진 선수들로 경쟁하니 지역 팀으로서는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야 낼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시간을 거슬러 가면 경남 출신으로 축구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진주 출신으로 진주중학교, 진주고등학교를 졸업한 조광래 전 대구FC 대표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해 도움을 기록하기도 했다. 마산중학교, 마산공고를 나온 이흥실 경남FC 대표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출전한 바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8일(현지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로 전국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경남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1993년부터 2005년까지 마산공고 축구부 감독을 지낸 이흥실 경남FC 대표는 "과거에도 좋은 선수들이 다른 지역으로 학교를 옮겨가는 일은 종종 있었다"면서도 "그때는 잘하는 선수가 나오면 어떻게든 그 선수를 붙잡으려고 부모님을 찾아가기도 하고 지역에서 여러 지원도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민재 같은 선수도 중학교까지 경남에 있었지만 고등학교는 수도권으로 갔다"며 "이런 선수들은 경남의 귀한 자산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인데 지금 경남 축구 현실에서는 붙잡아 둘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유망주 유출이 이미 가속화 한 상황에서 축구부에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다. 결국 지역 차원에서 인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석 경남축구협회 전무는 "더 좋은 환경으로 가려는 선수들, 학부모를 탓할 수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 지역에서부터 지역 출신 선수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무는 "협회 차원에서는 동부권에 한 팀, 서부권에 한 팀 정도 고등학교 팀을 창단해 지역 인재들을 붙잡아 두려고 한다"며 "초중고로 이어지는 육성 체계를 확실하게 세워나간다면 경남에서도 몇 년 안에 전국구 선수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경남은 프로팀부터 대학팀까지 겨울만 되면 일부러 찾아와서 훈련하는 곳"이라며 "기후부터 훈련 환경 등 기반 시설이 탄탄한데 정작 전국 대회에서 활약하는 유소년 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FC에서도 진주고등학교 외에 추가로 구단 산하 팀을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이러한 투자를 하려면 결국 예산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지자체에서도 유소년 선수 육성에 조금 더 관심을 두고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박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