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훈련] ① 싱가폴 21일, 클래식 챌린지 코스를 다녀와서

주성미 전문기자 2026. 6. 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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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처치 교육과 기초 적응 훈련 중인 모습들

[<사람과 산>  주성미  전문기자]      필자는 산을 타고 사람을 이끄는 프리랜서 여행 가이드 이자 아웃도어 강사,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터다. 누군가의 도전의욕을 자극하고,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을 전파하는 것이 내 일이었다. 

하지만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이 생겼다. '나는 정말 나의 한계를 마주해 본 적이 있는가?'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낯선 이들 사이에서, 지금껏 살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 속에서도 나는 리더일 수 있을까?' 이 답을 찾기 위해 2026년 4월, 싱가포르의 작은 섬 '풀라우 우빈(Pulau Ubin)'으로 향했다. OBS(Outward Bound Singapore)가 운영하는 '21일 클래식 챌린지 코스(21D CCC)'에 나의 시간과 모든 에너지를 던져보았다.

아웃워드바운드(Outward Bound)는 1941년 독일계 영국인 커트 한 (Kurt Hahn)이 설립한 아웃도어 체험교육 전문기관으로 전 세계 33개국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한국(Outward Bound Korea)은 2003년에 발족되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가 직접 조직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OBS(Outward Bound Singapore)다. 싱가포르 정부 기관인 NYC(National Youth Council)에서 직접 운영하며, 풀라우 우빈 섬 전체가 OBS의 캠퍼스이자 교육장이다. 21일 클래식 챌린지 코스(이하 21D CCC)는 OBS에서 운영하는 가장 긴 프로그램으로, 연 2회(4월, 11월) 열린다.

특히 4월은 해외 참가자들에게 개방되어 국제적인 교류의 장이 된다. 이 과정은 OBS 정규 강사가 되기 위한 필수 인턴십 코스이자, 아웃도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졸업 학위를 따기 위해 이수해야 하는 필수 과목이기도 하다.

이번 과정에는 필자를 포함해 아시아 전역(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일본, 한국)에서 모인 31명의 참가자가 함께했다. 18세 청년부터 58세 장년층까지, 살아온 환경도 언어도 달랐지만 우리는 단 하나의 목표를 공유했다. '끝까지 살아남아 함께 돌아가 는 것'.

첫날 휴대전화를 반납하며 시작된 이 여정은, 다양한 이력을 가진 '마케터 주성미'가 아닌, 인간 '주성미'의 밑바닥을 마주하는 시간의 시작이었다.첫 시작은 자기소개와 미니게임으로 포문을 열었다. 2층 침대가 놓인 생활관에서 수칙과 루틴을 정 하며 낯선 환경에 점차 적응해 나갔다. 매일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쉼 없는 훈련이 이어졌는데, 아침 체조와 2.5km 달리기, 100m 수영을 시작으로 점점 거리를 늘려 나가며 체력 향상을 몸소 체험했다.

또한 매일 'I.C(In Charge)'라 불리는 당번을 정해 리더 역할을 수행 했다. OBS 강사들은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지 않고 이 I.C를 통해 미션을 부여한다. 참가자들이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OBS의 핵심 가치는 'EGOS'로 요약된다. Essential(아웃도어 교육의 본질), Group(단체 생활을 통한 협동), Other people(타인에 대한 배려), 그리고 Self reflection(자기 성찰)이 그것이다.

[ Land Expedition ]
15kg의 배낭, 그리고 언어를 넘어선 보폭 (자기통제와 내면의 힘)

둘째 날 밤, 15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육상 원정을 시작했다. 약 29°C가 넘는 싱가포르의 무덥고 습한 환경 속에서 1:10,000 축척 지도와 나침반만으로 섬을 횡단하며 매일 6~9곳의 CP(Check Point)를 찾는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스콜(소나기)이 일상인 환경에서 3일간 55km를 걷는 동안 내 발바닥엔 물집이 잡혔고, 각종 벌레는 친구가 되었다. 때로는 강사가 일부러 캠프 사이트를 잘못 안내해 5km 이상을 다시 걷게 하거나, 겨우 잠든 참가자들에게 불침번을 세우기도 했다. 이는 극한의 상황에서 고난을 수용하고 극복하는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과정이었다.

하지만 육체적 고통보다 더 컸던 것은 '소통'에 대한 고민이었다. 영어로 나의 의사를 전달하기 어려운 순간마다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러나 눈을 마주쳤을 때, 표정과 눈빛만으로 나의 마음을 알아차린 외국인 친구의 말 한마디, 그리고 늘 곁에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서로를 격려하던 순간들을 통해 깨달았다. 배려와 존중은 유창한 언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속도에 내 보폭을 맞추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15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풀라우 우빈섬 맹그로브 수풀을 헤치고 나가는 모습
지도와 나침반만으로 체크포인트를 찾기 위해 회의 중

[ Prepare Sailing ]
바람을 이용하는 법, 그리고 동료라는 돛 (적응력과 회복탄력성)

큰 바다로 나아가는 선박의 출항 구호인 '아웃워드 바운드'. 그 이름에 걸맞게 돛과 바람만을 이용한 세일링 교육이 시작됐다. 이는 단순한 레저가 아닌, 자연을 이해하고 팀워크를 배우는 본격적인 해양 리더십 훈련이었다.

이론 교육 후 실전 훈련이 이어졌다. 바람의 방향을 읽고 세일의 각도를 조정하며 원하는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팀원 간 호흡을 맞추는 법을 익혔다. 바람이 멈추면 10kg이 넘는 노를 직접 저어야 했는데, 팔과 어깨가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배를 멈출 수는 없었다. 잠과 식사조차 배 위에서 빵으로 허겁지겁 해결해야 했지만, 그 작은 탄수화물이 생명줄처럼 느껴졌다.

바다 한가운데 사다리에 의지해 용변을 해결하며 민망함보다는 자연 속 인간의 단순한 생존 방식을 체감하기도 했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작지만, 신뢰로 뭉친 팀은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단순한 전우애를 넘어,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법도 배웠다. 다양한 언어의 각국 노래를 함께 부르며 우리는 자연을 이기려 하지 않고 바람의 흐름을 이용하는 법을 배웠고, 그 과정에서 '나'라는 개인은 '우리'라는 단단한 팀이 되었다.
2026 4월, 아웃워드바운드싱가폴 21일 클래식 챌린지 코스에 참가한 아시아 각국 31명의 참가자들과 강사들

글.사진 주성미 전문기자  l   (사)아웃워드바운드코리아, instru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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