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된 '금감원 조사권' 논의 선진국과 비교해보니

임지희 기자 2026. 6. 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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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대응이 이어지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강제조사권 논의가 부각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은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권한을 금융 감독당국에 인정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수사권 이어 조사권 부여되나

9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최근 법제처는 자본시장법상 강제조사권을 금융감독원에 부여하는 방안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직접 지시한 사안으로 알려졌다. 강제조사권은 압수수색과 현장조사, 영치 등 권한이다. 현행법상 금감원은 피조사인 동의를 받아야 하는 임의조사만 가능하다.

강제조사권 논의에 불씨를 지핀 건 불공정거래를 엄단하기 위해 출범함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의 1호 사건이다. 1000억원대 주가조작을 벌인 혐의로 고발된 슈퍼리치들과 금융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남부지법에 준항고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금융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대응단의 증거 수집 과정에 금감원 직원들을 투입한 점을 문제 삼았다.

금융위 조사공무원에게만 있는 강제조사권을 금감원에 부여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 협조와 법무부 등 부처 간 합의도 과제로 꼽힌다. 과거에도 민간 조직인 금감원의 권한 오남용 우려로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최근 금감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은 원내 사건을 자체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인지수사권을 쥐며 권한이 확대된 상태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불공정거래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미공개 정보 이용 범죄는 물증과 증거를 찾아내는 게 핵심인데 피조사자의 협조에만 의존하는 임의조사 방식으로는 은밀한 증거를 찾아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불공정거래를 척결하겠다고 하면서 실제 금감원이 조사를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 선진국은 '통신조회·자산동결' OK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일본 증권거래감시위원회(SESC), 영국 금융감독청(FCA) 등과 비교하면 전담 인력부터 차이가 난다. 미국 SEC는 1400명 넘는 조사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은 본부와 지방 재무국에 소속된 인력까지 합해 약 700명 규모다. 영국 역시 조사와 시장감시국 소속 인력을 730명으로 증원했다. 금감원은 약 80명 수준이다.

권한도 광범위하게 인정해주고 있다. 미국과 일본, 영국 모두 당국이 통신조회권과 자산동결권을 갖는다. 일본은 금융청이 자산동결 금지·중지명령권을 갖고 있지만 실무상 자산동결 수단으로 행사하진 않는다. 법원의 증거능력 채택 여부도 차이가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은 수사기관이 아닌 당국이 수집한 자료를 사법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이영경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도화, 지능화되는 불공정거래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금융 감독당국의 조사 권한을 조속히 강화하고 당사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사법적 통제하에 관련 절차가 진행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지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