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 “정부 안전대책 한계 뚜렷…근본적 대책 구축해야”
위험 농로, 용·배수로 개선 촉구
민간 보험 넘어 ‘농민 산재보험’ 도입해야
농림축산식품부가 농림분야의 높은 재해율을 낮추기 위해 ‘농림분야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농촌 일터의 구조적 위험을 국가 책임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농은 9일 성명을 내고 “(정부 대책은) 농민 안전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조치이며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농은 “이번 대책은 농촌 현장의 뿌리 깊은 구조적 모순과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현실 앞에서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정부의 문제의식이 실질적인 농민의 안전으로 연결되려면, 개인의 의무나 민간에 책임을 기대는 정책적 한계를 넘어 국가의 책임을 근본적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했다.
전농은 우선 폭염과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 인프라 구축을 요구했다. 이들은 “상하수도가 불가능한 들녘의 특성상 공동화장실은 ‘생태 화장실’일 수밖에 없으며, 목숨을 지킬 기후 쉼터(휴게 공간)는 필수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설치비 몇푼 쥐여주는 선별적 공모형 보조사업으로 때우려는 것은 사후 관리를 농가에 떠넘겨 시설을 흉물로 만들고, 현장의 영세농과 외국인 노동자를 소외시키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또 “기후위기로 들녘의 폭염은 이제 농민의 목숨을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이라며 “정부는 생색내기식 보조사업이 아니라 직접 부지를 확보해 기후 쉼터와 생태 화장실을 설치하고, 지자체 중심의 공공 위탁 관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농기계 사고 대책에 대해서는 농기계 자체의 안전성 강화뿐 아니라 농로와 용·배수로 등 작업 공간의 구조적 위험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농은 “현장에서 농기계가 구르고 뒤집히는 진짜 이유는 농민의 부주의가 아니다”라며 “수십년 전 설계된 좁디좁은 농로, 가드레일 하나 없이 직각으로 깎여 나간 콘크리트 용·배수로 등 시한폭탄 같은 열악한 농업 인프라가 공포의 일터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간의 위험성을 그대로 둔 채 기계적 규제만 늘어놓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눈속임”이라며 위험 농로 확포장과 안전 옹벽 설치를 공공 토목사업과 연계해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농민 안전보험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민간 보험 중심 구조를 넘어선 ‘농민 산재보험’ 도입을 촉구했다. 전농은 “정부가 안전보험을 산재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개선과제에 공감한다”면서도 “여전히 민간 보험사가 운영하고 정부가 보조하는 ‘선택형 상품’의 틀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반 산재처럼 다쳤을 때 치료 기간 임금의 70%를 주는 실질적인 휴업급여도, 영농 복귀를 위한 전문 재활 복지 체계도 빠져 있는 대책은 실질적이지 못하다”고 밝혔다. 전농은 “가입률이 떨어지는 영세농을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민간 보험 방식을 폐기하고, 국가가 전적으로 보장과 재활을 책임지는 의무 가입 형태의 진짜 ‘농민 산재보험’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기계 안전장치 의무화에 따른 가격 인상 우려도 제기했다. 전농은 “농기계 안전장치 의무화는 현장 안전을 위해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독과점 구조인 국내 농기계 시장에서 가이드라인 없는 규제는 대기업 제조사들에 기계 값을 폭등시킬 명분만 제공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정부 융자 지원 한도에 맞춰 가격 거품이 매우 크다”며 “안전 장비를 이유로 이런 농기계 가격의 인상이 이루어질 상황이 다분하다”고 밝혔다. 전농은 “정부는 산림·벌목 분야 안전 장비에 비용의 70%를 직접 지원하듯이, 농업 분야 역시 제조 단계에서부터 안전장치 원가를 국비로 직접 지원해 가격 인상을 동결하라”며 “현장의 노후 농기계 개조 비용 역시 전액 국비로 지원해야 마땅하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조심해라, 기계 고쳐라, 화장실 살 때 돈 좀 보태주겠다’는 식의 구태의연한 행정으로는 기후위기의 대재앙과 농촌의 비극을 막을 수 없다”며 “정부는 농촌 일터의 인프라와 제도 자체를 국가가 책임지고 전면 개선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농은 ▲들녘 생태 화장실과 기후 쉼터를 선별적 보조사업이 아닌 지자체 공공 위탁 관리 인프라로 구축 ▲좁고 위험한 농로 확장·포장과 안전시설 설치를 공공사업으로 병행 ▲실질적 휴업급여와 전문 재활 복지가 보장되는 농민 산재보험으로 고도화 ▲농기계 안전장치 의무화에 따른 가격 폭리 차단과 제조 단계 안전장치 도입 및 노후 농기계 개조 비용에 대한 국비 직접 지원 체계 마련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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