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CEO로서 마지막 기조발표… “땡큐” 연발에 15년 회고 눈물 훔쳤다

이규화 2026. 6. 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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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조발표서 18차례나 “땡큐” 연발 감사
“신화이자 살아있는 전설” 소개하자 참가자 환호
“잡스 사명 이어 인생 최고의 영광이었다” 회고
‘잡스 없는 애플’ 불안 딛고 ‘쿡의 애플’ 구축 성공
이사회 의장 맡아 후임 CEO 지원하며 현역 잔류
팀 쿡 애플 CEO가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연례개발자콘퍼런스에서 CEO로서 15번 째이자 마지막 기조발표를 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굿모닝 에브리원.”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 애플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무대에 오른 팀 쿡(사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평소와 같은 차분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이날은 좀 특별했다. 2011년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을 이끌어 온 그가 CEO 자격으로 진행하는 마지막 WWDC 기조연설 무대였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4월 20일 팀 쿡 CEO가 오는 9월 자리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존 터너스 수석부사장이 취임한다고 발표했다.

쿡은 이후 이사회 의장을 맡아 애플의 장기 전략과 대외 관계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 담당 수석부사장이 “신화이자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소개하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참석자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을 들어 그의 모습을 촬영했다. 행사장에 모인 수많은 아이폰이 일제히 하늘을 향하는 장관이 펼쳐졌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무대에 오른 쿡은 발표를 시작하기도 전에 “땡큐”를 연거푸 외쳤다. 무려 18차례나 감사 인사를 반복하며 손을 흔들었고, 가슴에 손을 얹거나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닦는 모습도 보였다.

15번째이자 마지막 WWDC 기조발표를 마무리하면서 그는 더욱 감정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쿡은 “CEO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일부가 바로 이런 행사였다”며 “개발자 여러분이 새로운 도구로 창조해내는 것을 보면서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은 최고의 제품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며 “그 사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 최고의 영광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앞으로 애플이 선보일 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마지막 발표는 무엇을 설명하기보다는 지난 15년을 정리하는 작별 인사에 가까웠다.

사실 쿡이 애플의 키를 넘겨받았던 2011년만 해도 시장의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직후였고, 많은 투자자들은 ‘잡스 없는 애플’의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봤다. 혁신의 상징이던 창업자를 잃은 회사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그 불안은 사라졌고 애플은 여전히 굳건한 모습이다.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최근 팟캐스트 ‘팀이 이룩한 것’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쿡의 재임 기간을 평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제품 혁신만 이야기하지만 팀 쿡이 만든 또 하나의 제품은 ‘운영’(Operations) 그 자체였다”고 분석했다. 진행자인 커스틴 코로섹은 “그의 운영 전략은 하나의 애플 제품과도 같았고, 실제로 세계 경제구조를 바꿔 놓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공급망 전문가 출신인 쿡은 제조와 물류, 협력업체 관리 체계를 극한까지 효율화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구축된 애플 공급망은 세계 제조업의 표준으로 평가받았다. 애플은 그 과정에서 단순한 전자제품 기업을 넘어 글로벌 산업 생태계를 움직이는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성과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쿡 재임 기간 애플 시가총액은 4조달러를 돌파했다. 애플 워치와 에어팟은 각각 웨어러블 시장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애플 워치는 스마트워치 시장 자체를 사실상 새롭게 정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다른 업적은 반도체 독립이다. 애플은 인텔 칩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 설계한 애플 실리콘을 맥북과 데스크톱 제품군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PC 산업 전체에 충격을 안겼다.

서비스 사업 확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테크크런치의 숀 오케인은 “팀 쿡이 구축한 서비스 사업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애플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서비스 부문에서도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이는 기업이 됐다”고 평가했다. 현재 앱스토어, 애플TV+, 애플뮤직, 아이클라우드 등으로 구성된 서비스 부문은 연간 1000억달러 규모 사업으로 성장했다.

브랜드 영향력도 더욱 강해졌다.

애플은 콘텐츠 사업에 진출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작품까지 배출했고, 앱스토어는 여전히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시장 중 하나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과오도 있었다. 최근 몇 년간 애플은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오픈AI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생성형 AI 경쟁을 주도하는 동안 애플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이번 WWDC 역시 기대를 모았던 AI 분야의 ‘결정적 한 방’ 없이 소프트웨어 개선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시장의 아쉬움을 샀다.

테크크런치는 “애플은 현재 매우 견고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지만 언제까지 기존 성공작만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언젠가는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전프로는 기술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오랫동안 추진했던 애플카 프로젝트도 결국 중단됐다. AI 시대의 주도권 확보 역시 차기 경영진에게 남겨진 과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시장은 쿡의 퇴장을 ‘불안’보다 ‘유산의 계승’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테크크런치는 “존 터너스가 출발선에서부터 유리한 위치를 갖게 된 것은 팀 쿡이 구축한 견고한 기반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쿡은 CEO 자리에서는 물러나지만 이사회 의장으로 회사의 전략적 결정에 여전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5년 전 그는 “잡스의 후계자”라는 무거운 꼬리표를 달고 출발했다. 이제는 “팀 쿡이 성장시킨 애플”이란 표현이 자연스럽다. 무대에서 수차례 “땡큐”를 외치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은 그의 수줍고 겸손한 인성을 보여준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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