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40조원 던진 외국인…반도체 수혜주로 갈아탔다
AI 랠리 덕 본 저평가주에 눈독
팹리스 기업 파두 순매수 1위
삼성화재·두산에도 간접투자
주도주 쏠림 심해지자 비중 조정
외인 코스피 보유비중은 최고치

51조4621억원.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에서 순매도한 주식 규모다. 이 중 79%(40조8569억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에 쏠렸다. 두 종목이 올해 들어 가파르게 오르자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을 위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그 대신 외국인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삼전닉스의 지분을 가진 회사 등 ‘반도체 간접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랠리의 수혜를 입으면서도 아직 주가가 덜 오른 종목 중심으로 집중 매수하는 모양새다.
◇ AI 랠리 수혜주 담는 외국인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부터 이달 3일까지 코스피·코스닥을 통틀어 파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순매수액은 5126억원이다. 코스닥에 상장한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는 데이터 처리에 필수적인 기업형 SSD(eSSD) 낸드 컨트롤러를 설계·공급하는 역할이다.
AI 붐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는 데다, 전력 소모와 발열을 낮춘 제품 기술력으로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세 덕분에 파두는 최근 3개월간 주가가 112.84% 올랐다.

삼성전자 지분을 1.5% 보유하고 있는 삼성화재도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권에 들었다. 4일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2055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유 지분 가치만 30조8000억원에 달한다. 삼성화재 전체 시총(32조6000억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상승할 때 모회사인 SK스퀘어가 덩달아 오른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지분 가치를 고려할 시 삼성화재 주가는 과도한 저평가 국면에 있다”고 했다. 4일 기준 삼성화재 종가는 73만원으로 3개월 전보다 55.98% 상승했다.
엔비디아 공급 모멘텀을 지닌 두산도 외국인 투자자의 선택을 받았다. 두산은 자체 사업 매출의 대부분이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는 전자BG 사업부인데, 최근 이를 통해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편입됐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부터 회로박을 공급받은 두산전자BG가 CCL을 제조하고, 이수페타시스가 이를 기반으로 인쇄회로기판(PCB)을 제작해 최종적으로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구조다. 두산은 이를 위해 태국 등 해외 공장 증설이라는 승부수도 던졌다. 이 밖에도 현금배당 강화, 잔여 자사주 전량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도 두산의 매력적인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 외국인은 왜 코스피를 파나
외국인 투자자가 이들에 눈을 돌린 건 반도체 주도주가 단기간 안에 급등하면서 쏠림 현상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주가가 각각 193%, 284% 급등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 전체 시총에서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50%를 넘어섰다.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60~70%라는 점을 감안하면 ‘근거 없는 쏠림’은 아니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과도하게 커진 삼전닉스 비중을 낮추기 위해 기계적인 매도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외국인의 순매도 랠리에도 반도체 투톱에 대한 투자 매력 자체가 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기준 코스피 시총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41%다. 지난해 말(36.28%) 이후 4%포인트 넘게 올랐다. 2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2004년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44.12%)에 근접하고 있다. 외국인이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보다 남아있는 보유 지분의 가치가 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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