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人 운명 가르는 '웰에이징' … 노화, 국가가 나서 관리해야"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6. 6. 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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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롱제비티의 꿈 ③ 노화 연구 전문가 3인 좌담
지난 1일 서울 중구 매일경제 본사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권은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치료융합연구단장,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 이재원 한국노화학회장(왼쪽부터) 등 국내 노화 연구를 이끄는 전문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대수명 100세 초장수 시대를 앞두고 건강수명 연장을 위한 투자 확대와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호영 기자

대한민국 국민 다수가 100세를 맞이하는 초장수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축복일 수도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제 화두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나이 드느냐'다. 기대수명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질병이나 장애 없이 일상을 누리는 '건강수명'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노화 과정을 근본적으로 제어할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전문가들이 노화에 따른 부담을 개인에게만 지울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보건의료 인프라스트럭처와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국내 노화 연구를 이끄는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 이재원 한국노화학회장, 권은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치료융합연구단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 전문가는 품격 있는 'K롱제비티(한국형 장수)' 시대를 열기 위해 노화 본질을 규명할 기초 연구와 진단 기술 개발, 그리고 범부처 차원의 연구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韓 여성 '최빈 사망연령 100세' 시대 온다

2030년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 장수국이 될 전망이다. 한국백세인연구단은 같은 시기 국내 여성의 평균 수명이 91~92세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서 평균 수명만큼 눈여겨봐야 할 지표는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나이를 뜻하는 '최빈 사망연령'이다. 박 교수는 "평균 수명이 91세라는 것은 이른 사고사 등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사망 연령이 100세에 진입함을 의미한다"며 "지금도 장례식장에 가보면 고인들의 나이가 90세를 훌쩍 넘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노화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노화 연구가 그저 수명 연장에만 매달렸다면 이제는 질병 없이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웰에이징'이 새로운 지향점이 됐다. 박 교수는 "정상적인 생리적 변화의 속도를 천천히 조절하는 '순노화'가 핵심"이라며 "세월의 흐름을 거슬러야 할 질병으로 보면서 공포증에 빠지기보다 몸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다스려 삶의 질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 역시 노화를 질병으로 바라보는 관점에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노화에 질병코드를 부여했다가 4년 만에 철회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정상적인 생리적 변화를 병리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당시 특정 연령 이상을 모두 환자로 간주하면서 노인 차별 이슈가 발생했고 국가 보건의료 체계의 재정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 신약보다 생활습관…백세인들이 꼽은 장수 조건

그렇다면 건강수명을 지켜내는 순노화 실천법은 무엇일까. 세 전문가가 내놓은 답은 단순했다. 인위적인 유전자 조작이나 값비싼 신약보다 중요한 것은 식사와 운동으로 대표되는 생활습관이다. 한국백세인연구단이 지난 25년간 전국의 100세 이상 노인을 추적 조사한 결과에서도 공통된 특징이 확인됐다. 백세인들은 과식을 피하고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일정한 생활 리듬을 유지했다.

박 교수는 "건강의 중요한 평가 기준은 5m 거리를 몇 초안에 걷는지, 보폭이 정상 기준인 70㎝ 안팎을 유지하는지, 악력이 여전히 강한지 등이다"며 "일본 도쿄노인종합연구소가 30여 년간 진행한 장기 추적 연구를 보면 생활습관을 잘 관리한 노인들은 같은 연령대보다 10년 이상 젊은 상태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세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꼽은 조건은 수면이었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이 몸의 기능을 지탱한다면 수면은 뇌를 회복시키는 핵심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수면 중에는 뇌세포 활동 과정에서 쌓인 대사 노폐물이 제거된다"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이런 기능이 떨어져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단장 역시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등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하루 6~8시간의 수면을 유지한 사람은 생체 나이가 젊게 나타난 반면, 수면 부족이나 과도한 수면은 노화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 세계인의 관심 '역노화'는 가능할까

'습관을 개선하면 신체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장수의 가능성은 최근 의과학계에서 '인간의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가'라는 역노화 논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역노화란 세포나 개체의 생물학적 나이를 되돌려 젊은 상태로 회복시키는 기술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권 단장은 역노화가 가능하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그는 "2012년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세포를 분화 전 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이후 생명과학계는 세포를 넘어 개체 수준에서도 생체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손상된 세포를 하나씩 고치는 소극적 연구에 그쳤다면 이제는 유기체 전체의 시스템을 제어해 젊은 상태로 회복시키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는 신산업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노화를 하나의 질환으로 보고 개입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은 역노화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알토스랩 등은 동물시험을 넘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 연구에 나선 상태다. 권 단장은 "항노화는 역노화와는 분명히 다르다"며 "노화 세포를 조준해 제거하거나 혈액 내 특정 인자를 조절하는 등 방법으로 늙은 시스템을 젊은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다면 그 모든 기술과 생활 습관이 곧 역노화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간 전체의 역노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신중론도 팽팽하다. 수많은 장기와 복잡한 신경계가 얽힌 다세포 유기체인 인간의 시간을 통째로 거스르는 것은 신의 영역이란 설명이다. 특히 뇌의 노화는 피부나 간 같은 일반 장기와는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기 때문에 인위적인 세포 재생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험과 기억이 축적된 뇌의 연결 구조는 단순히 복원하거나 초기 상태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젊은 사람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오랜 세월 연구에 몰두한 석학의 뇌는 수많은 노하우가 촘촘히 연결돼 있어 문제를 더 깊이 있게 판단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정신적 자산은 세포의 생물학적 나이를 젊게 되돌린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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