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천의 베쓰볼] 연패와 연승은 백지장 차이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한 경기에서 시작된 작은 자신감은 연승으로 이어지고, 반대로 한 번의 패배가 꼬리를 물면 걷잡을 수 없는 연패의 늪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그래서 야구인들은 오래전부터 "연패와 연승은 백지장 차이"라고 말해왔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단 한 번의 승리, 단 하나의 계기, 그리고 서로를 믿는 마음이 그 흐름을 바꾸기 때문이다.
2026시즌 SSG랜더스는 창단 이후 가장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종전 구단 최다였던 8연패를 넘어 무려 13연패라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연패가 길어질수록 선수들은 평소 하지 않던 실수를 하고, 팀 분위기는 더욱 위축된다. 한 점 차 패배도, 역전패도 모두 부담으로 쌓이며 선수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그러나 야구의 역사는 언제나 연패보다 연패를 극복한 이야기로 기억된다.
13연패의 터널은 끝내 끝이 있었다. 선수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누구 하나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서로를 격려했고, 고참과 젊은 선수들이 하나로 뭉쳤다. 그리고 마침내 주장 오태곤의 9회말 끝내기 역전 희생타로, 연패를 끊어낸 뒤 SSG는 곧바로 3연승을 만들어냈다. 연패와 연승은 실력 차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팀워크와 자신감, 그리고 서로를 향한 신뢰가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더 많다. 연패를 끊어낸 순간 선수들의 표정이 달라지고, 벤치 분위기가 달라지고, 경기의 흐름 자체가 달라진다.
SSG랜더스의 전신인 SK와이번스 역시 이러한 경험이 있다. 과거 연패에 빠졌을 때도 서로를 믿고 버티며 결국 연패의 사슬을 끊어냈고, 그 경험은 이후 더 강한 팀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인천 야구팬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기억하는 순간은 2010년 SK와이번스의 22연승이다. 당시 22연승은 단순히 뛰어난 선수 몇 명이 만들어낸 기록이 아니었다. 선발투수와 불펜, 주전과 백업, 코치진과 프런트가 모두 하나가 되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지금의 SSG도 그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 인천 야구의 DNA는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팬들은 수많은 역전승과 기적 같은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 불가능해 보이는 경기를 뒤집어내는 투지야말로 인천 야구의 자부심이었다.
13연패는 분명 아픈 기록이다. 하지만 그 기록은 동시에 새로운 출발선이 될 수도 있다. 연패의 터널을 지나온 팀은 더욱 단단해질 수 있고, 위기를 함께 극복한 선수들은 더욱 강한 팀워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연패와 연승은 백지장 차이이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인천 야구의 역사는 늘 위기 속에서 더 빛나왔다. SSG랜더스의 새로운 반전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노천 포토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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