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치료가 암 치료비 넘었다…'손해율 101%' 실손보험, 기존 가입자 보험료 폭탄되나

지난해 도수치료 등 근골격계 비급여 보험금이 사상 처음으로 암 ·뇌심혈관 등 중증질환 치료비를 추월하며 실손보험 적자가 심화됐다. 정부가 도수치료 통제와 5세대 실손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우량 가입자 이탈에 따른 역선택 우려와 규제 한계 탓에 결국 1~3세대 이전 가입자들의 급격한 보험료 인상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25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은 17조6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비급여 지급보험금은 9조6884억원(전체의 57.1%)이었으며, 근골격계 질환(도수치료 등) 관련 보험금은 2조6900억원으로 암·뇌심혈관 중증질환 보험금(2조5500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영양주사 관련 보험금도 1조원에 달했다.
경과손해율(발생손해액÷보험료수익)은 101.0%로 전년(99.3%) 대비 1.7%포인트 악화됐다. 업계 추정 기준 실손보험 손익분기점이 약 85% 수준임을 감안하면 구조적 적자가 지속되는 셈이다. 보험손익도 -1조8700억원으로 전년(-1조6200억원)보다 적자폭이 15.6% 늘었다.
금감원은 “손해율 악화는 향후 보험료 추가 인상의 요인이 될 뿐 아니라 분쟁 증가 등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손해율 악화의 배경에는 낮은 자기부담 구조가 있다. 1·2·세대 실손 가입자는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었고, 3·4세대도 치료비의 30%만 부담하면 돼 반복 이용이 흔했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도수치료의 관리급여 지정을 공식화했다. 내달 1일부터 도수치료는 회당(30분 기준) 4만3850원의 표준 수가가 적용된다. 환자 본인부담률은 95%·건강보험 부담 5%로 설정된다. 연간 기준 횟수는 최대 24회로 사실상 상한이 생긴다.
실손보험 구조 개편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이달부터 2021년 7월 도입된 4세대 실손의 재가입 주기(5년)가 도래하면서 비중증 비급여 자기부담률을 50%로 높인 5세대 전환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5세대 전환이 새로운 구조적 딜레마를 낳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병원 이용이 적은 우량 가입자가 5세대로 이동할수록 이전 세대의 위험 집중이 심화돼 해당 세대 손해율이 추가로 악화되는 역선택 구조가 형성된다. 5세대는 보험료 수준 자체가 낮아 판매 마진도 높지 않아 보험사 입장에서 상품 취급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감독규정상 신규 출시된 5세대는 최초 요율조정이 유예돼 손해율이 악화돼도 보험료를 올리기 어렵다.
한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율 악화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보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는 보험료 인상 밖에 없다"며 "감독규정에 따라 신규 출시된 5세대는 최초 요율조정 유예가 적용돼 보험료를 올릴 수 없고, 보험료 증가폭은 연간 최대 25%까지 움직일 수 있어 이전 세대 보험료 인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회훈 기자 yoha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