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0% “대형병원 쏠림 해결해야”···막상 진료 제한엔 절반만 찬성

이혜인 기자 2026. 6. 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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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7명이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진은 대형병원에서 의료진과 이동요원이 환자를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한수빈 기자

국민 10명 중 7명은 상급종합병원 쏠림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지만, 실제 이용을 제한하는 규제 방안에는 절반가량만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병원 쏠림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급한 상황이나 중증질환이 의심될 때 대형병원을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연구팀(이도경 외)이 최근 보건행정학회지에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에 대한 대중의 수용성’ 논문에는 이 같은 결과가 담겼다. 연구팀은 지난해 8월 14~26일 전국 19~69세 성인 202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암, 중증 심혈관질환, 희귀질환 등 고난도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이다. 경증 환자까지 대형병원으로 몰리면 중증 환자의 진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의료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행 의료전달체계는 원칙적으로 1·2차 의료기관을 먼저 이용한 뒤 진료의뢰서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하도록 설계돼 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9.8%는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을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50.8%, ‘매우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19.0%였다. 반면 ‘보통이다’는 21.0%, ‘수용할 수 없다’는 9.3%였다.

‘보통’ 또는 ‘수용할 수 없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급한 상황이나 큰 병이 의심될 때 빨리 큰 병원에 가지 못할 것 같아서’(27.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원하는 병원을 직접 선택할 수 없어 불편할 것 같아서’(17.2%), ‘동네의원을 거치는 과정에서 진단이나 치료가 늦어질 수 있어서’(16.8%), ‘동네의원의 의료서비스나 시설이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아서’(11.0%) 등의 순이었다.

정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실제 규제 방안을 제시하자 수용성은 크게 낮아졌다. 진료의뢰서 없이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절반가량인 48.5%에 그쳤다. 진료의뢰서 없이 대형병원을 이용할 경우 대기시간을 늘리는 방안은 48.1%, 추가 진료비를 부과하는 방안은 47.2%로 모두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연구팀은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에 대한 포괄적 수용성은 약 70%로 비교적 높았지만, 구체적 정책수단에 대해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약 50% 수준으로 20%포인트가량 낮았다”고 밝혔다. 이어 “대형병원 쏠림 개선이라는 목표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그 실행과정에서 수반되는 개인의 불편이나, 비용 부담, 자유 제한에 대해서는 심리적 거부감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논문은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응급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 접근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와 일차의료기관의 의료 질에 대한 불신이 정책 수용성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대중의 우려를 해소하고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원의 의료 질 개선과 의원·상급종합병원 간 진료협력 강화, 효과적인 정책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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