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혐오’ 변호사에 차별금지법 연구 맡긴 인권위…인권단체 반발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주장을 해 온 변호사에게 차별금지법 관련 연구용역을 맡겨 논란이 인다. 인권위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유독 본래 지향해 온 가치와 어긋난 행보를 이어간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인권활동가들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는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인사의 차별금지법 연구용역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공동행동이 문제 삼은 건 ‘해외 차별금지법제의 시행 사례 및 영향 실태조사’ 연구 용역이다. 인권위는 지난 2월 차별금지법의 해외 사례를 조사하는 이 연구 용역 입찰공고를 내고, 심사를 거쳐 지난달 ㄱ법무법인과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해당 법무법인의 연구책임자인 ㄴ변호사가 그간 성소수자 혐오나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이다. ㄴ변호사는 지난 2024년 10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동성애와 성전환을 받아들인 아이들의 삶이 불행해진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가장 먼저 시행된 국가를 보면, 성소수자의 높은 사망률이나 자살 충동은 50년 동안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았다. (성소수자) 자살 충동의 결정적 요인은 사회적 차별보다 동성애 성전환 자체”라고 말한 바 있다. ㄴ변호사는 같은해 9월에는 안창호 위원장 지명을 적극 지지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11월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연관된 자유통일당 주최 ‘차별금지 빙자 동성애 합법화 저지 대토론회’에 연사로 나서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내내 막말과 갈등으로 얼룩졌던 인권위는 강경 보수 성향을 보였던 김용원, 이충상 인권위원이 물러나는 등 위원 구성이 변화하며 다소나마 과거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성소수자 문제에서는 차별과 혐오 금지, 존중의 관점에서 바라봤던 그간 인권위의 태도와 어울리지 않는 행보가 지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안창호 위원장이 오는 13일 예정된 서울퀴어문화축제와 같은 날 열리는 맞불 혐오 집회인 ‘거룩한방파제’ 행사에 모두 방문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조숙현 인권위원은 전날 전원위에서 안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성적 지향은 찬성이나 반대 영역 아닌 존재 자체로 존중돼야 하는 것”이라며 “이것을 차별이라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국가인권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창호 위원장은 임명 당시부터 보수 기독교 법률가 단체 등에서 활동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저서 등에 적은 이력이 논란이 됐다.
안 위원장은 서울퀴어문화축제에도 인권위 부스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축제 주최 쪽이 안 위원장의 거룩한방파제 행사 방문을 문제 삼으면서 인권위 공식 부스 설치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지난해처럼 인권위 앨라이(성소수자 인권 연대자) 직원들 부스가 운영될 예정이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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