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서점·대구백화점까지…포스터에 담긴 지역예술과 향토기업 ‘동반성장사’

“다방 아루스에는 향그로운 차(茶)만이 있을뿐더러 고상한 음악이 있고 미술이 있고 예술이 있습니다.”
1937년 7월8일 대구공회당(현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김대근 독창회 팸플릿 뒷면에 실린, 화가 이인성이 운영했다고 알려진 아루스 다방의 개점 광고 문구다.
대구시는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열린수장고 주제전시 ‘그 무대, 그 광고: 예술을 지킨 동행’이 10월5일까지 열린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과거 연극·무용·오페라·음악 등 공연 팸플릿과 잡지 속 광고를 통해 지역 공연예술의 성장 과정과 이를 후원해 온 지역민과 기업의 발자취를 조명한다. 대구에서는 다방과 서점, 피아노사, 양복점, 대학가복사집, 술집,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역 예술계와 함께 성장해 왔다.

팸플릿 속 작은 광고에 담긴 문장과 이미지, 상호와 로고 등은 단순한 홍보 수단을 넘어 당시 사회의 생활상과 가치관, 지역 공연예술을 둘러싼 문화 생태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역 예술교육이 활성화되던 시기에는 수많은 악기사와 피아노사, 무용학원 등이 공연 팸플릿 광고에 참여했고 고려예식장, 한일미유 등 지역 기업은 자신의 사업장을 지역 합창단에 연습실로 내주기도 했다. 한국전쟁 당시 대구에서는 출판사와 서점 광고도 활발하게 등장했다.
시대 분위기와 생활사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광고 문구들도 보인다. 해방 뒤 최초의 동인지 ‘죽순’ 7집(1948년 1월) 광고 지면에는 “조국 재건은 나의 힘으로서”라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또 1953년 공연 팸플릿에 등장한 “꽃다발 사절합니다”라는 문구는 새로운 공연 관람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팸플릿으로 지역 향토 기업들의 성장과 변화상도 볼 수 있다. 1970년대 말 지역 유통업체였던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은 자체 신용카드 광고를 통해 고객 확보에 나섰으며, 이후 백화점 내 소극장을 운영하며 문화예술 친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 갔다.
황보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우리 지역에는 오랜 세월 공연예술 현장을 후원하며 문화예술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뒷받침해 온 후원인들이 있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문화예술 후원이 지역 문화 발전에 어떠한 의미를 지녀왔는지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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