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민은 '아이코 여왕' 바라는데... 옛 왕족 남자 후손만 왕실 편입 추진 논란

류호 2026. 6. 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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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왕위 계승자 부족 문제 시달려도
부계 남자만 고집… 옛 왕족 편입 고려
위헌 소지에 "男 계승 원칙 집착" 비판도
아이코(왼쪽) 일본 공주가 4월 17일 도쿄 아카사카 궁전 왕실 정원 파티에 참석해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열도가 왕족 계승자 확대 방안을 두고 시끄럽다. 옛 왕족 가문의 부계 혈통 남성을 양자로 들여 왕족에 편입하는 방안이 시도되고 있지만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일본 국민 다수가 바라는 '여성 왕위 계승 허용'은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

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중(하원)·참의원(상원) 의장·부의장은 전날 국회 각 당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입법부의 총의'를 제시했다. 10일 각 당 대표와 협의를 거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를 반영한 왕실전범(왕위 계승 규정) 개정안'을 이번 국회 회기 내 제출할 예정이다.

일본 왕실은 영국이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 왕실과 달리 남성, 그것도 부계 혈통인 경우에 한해서만 왕위 계승을 인정한다. 공주의 아들은 모계 혈통이므로 계승권이 없다. 그러다 보니 왕위 계승 후보군이 지나치게 적다. 현재 왕위 계승 자격이 있는 사람은 3명이지만, 나이 등을 감안하면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 후미히토 왕세자의 아들인 히사히토 왕자 한 명뿐이다. 나루히토 일왕에게도 외동딸 아이코 공주가 있지만, 여성이라 왕위를 계승할 수 없다. 아이코 공주는 일본 국민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지만 왕실전범 탓에 공주로 머물러야 한다.

히사히토(가운데) 일본 왕자가 지난해 9월 6일 도쿄 고쿄에서 열린 성년식에 참석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은 왕위 계승이 가능한 인원을 늘리려 왕족 확대 방안을 수년간 논의해 왔다. 국회가 내놓은 건 두 가지 방안이다.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본인이 원할 경우 왕족 신분을 유지하게 하는 것과, 옛 왕족 가문의 부계 남자를 입양하는 방안이다. 왕실전범상 여성 왕족은 결혼하면 왕족 신분이 박탈되는데 이를 폐지하자는 데는 정치권 내 이견이 없다.

논란이 큰 것은 옛 왕족 가문의 부계 남성을 양자로 받아들이는 방안이다. 태평양전쟁 패전 이전까지 왕족이었던 이들의 후손이 다시 왕족이 되는 것이다. 전후 연합군최고사령부(GHQ)의 왕실 축소 정책에 따라 일반 국민이 된 옛 왕족 가문 궁가 11곳이 대상이다.

그러나 이 방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요미우리는 "일반 국민으로 살아온 이들을 다시 왕족으로 편입하는 데 대해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헌법 14조가 규정한 '가문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야당은 여야 협상 과정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은 사안이라며 "중대한 배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보 진영이 요구한 '여성 일왕' 허용 방안은 여당의 외면으로 아예 논의되지 않았다. 왕족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이 바라는 아이코 공주의 왕위 계승 길을 열고자 주장했지만, 집권 자민당 내 우익 강경파와 극우 성향 연립여당 일본유신회가 여왕 탄생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고이케 아키라 일본공산당 서기국장은 전날 "처음부터 끝까지 부계 남성 계승 원칙에만 집착했다"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천황(일왕)이 될 수 없다는 건 남녀평등을 내세운 헌법 정신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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