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폐지” “MAGA와 함께”…개표소 시위, 극우가 접수했나

정인선 기자 2026. 6. 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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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1만명에서 200명으로 크게 줄어
“부정선거 말 못 하게 하면 좌파 프락치”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참가자들은 경기장 주변에 재선거를 촉구하는 유인물을 붙여 놓았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구호를 통일하자는 사람들은 모두 내쫓아야 해, 대체 ‘부정선거’ 구호를 왜 못 외치게 하느냔 말이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시작된 ‘개표소 봉쇄’ 시위가 닷새째에 접어든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는 “부정선거 재선거” 구호에 더해 “당일투표 수개표” 구호가 새로 울려 퍼졌다.

이날 핸드볼경기장 주변에는 오전 7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200여명이 모여들었다. 1만여명이 밀집했던 지난 주말에 비해 크게 줄어든 규모다. 다만 시위 초기 정치색을 배제하자며 “재선거” 구호와 태극기만 허용하던 현장은 ‘부정선거론’ 색채가 한껏 짙어진 모습이다.

전날(8일)을 기점으로 “부정선거” 구호가 허용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사전투표 폐지”, “전자투표는 믿을 수 없다, 수개표만 하자” 등 그간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려 온 이들이 펼쳐온 주장이 구체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스탑 더 스틸”(Stop the Steal), “부정선거 전면무효”, “당일 현장 수개표” 등 문구를 적은 종이도 곳곳에 붙었다. 시위 참가자들이 모인 온라인 대화방 등에도 “‘부정선거’ 구호를 제한하자는 이들은 좌파가 보낸 ‘프락치’이니 주의하자”는 취지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참가자들은 경기장 주변에 재선거를 촉구하는 유인물을 붙여 놓았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재선거 요구 이외의 정치적 목소리와는 선을 그어야 한다”며 태극기가 아닌 다른 나라 국기나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된 깃발, 피켓 등을 경계하던 분위기도 차츰 사라지는 모양새다. 실제 태극기 못지않게 성조기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경기장 앞 주차장 한쪽에는 커다란 성조기와 함께 “미국에서 여러분들과 함께합니다”라는 문구를 내건 ‘유권자 냉난방 쉼터’ 버스 두 대가 등장했고, 경기장 2층 출입구에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주장하는 트럼프 지지 세력)가 대한민국과 함께한다”는 문구의 풍선이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 문구를 적은 종이와 함께 걸려 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지역별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소청을 제기하자거나, 투표지와 선관위 내부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현장에는 “선거일 기준 14일 이내에 선거소청을 제기할 수 있다”며 “오늘 기준 8일 남았다”는 문구가 붙었고, 온라인 대화방에는 선거소청을 제기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글이 공유됐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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