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5조 시장 열린다"…가상자산 법인 투자 개방 초읽기
업계 "당국, 시행령·리스크 관리 준비 마쳐"
디지털자산법 쟁점안 결론 여부가 최대 변수

금융 당국이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 일부 규제를 완화한 가운데 정체된 디지털자산(가상자산) 법인 투자 시장 개방 시점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법인 투자 허용 이전에 자금세탁방지 기준을 명시했던 당국이 '규제 완화'로 결론을 내리면서 시장 개방이 점차 물꼬를 트고 있다는 관측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당국은 최근 1000만원 이상 거래 관련 의심거래보고(STR)를 의무사항에서 자체 관리로 전환하도록 했다. 당국은 선택적으로 보고하게 했던 STR을 의무화하면서 이 거래에 대한 감시망을 강화하고자 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추진한 STR 강화 요건이 법인 투자 시행을 앞두고 내놓은 안건으로 내다봤다. 시장 개방 전 규제 강도를 높이면서 관리 방안을 높은 기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당국은 지난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하며 상장법인과 전문투자 등록법인의 매매를 허용하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공시 강화 ▲회계처리 명확화 ▲자금세탁방지 등 투명성 제고 방안을 병행 과제로 제시했다.
따라서 자금세탁방지를 자체 관리하는 방향으로 튼 것에 대해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당국이 꾸준히 업계와 소통을 이어가면서 이르면 이달 내 법인 계좌 빗장이 풀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 매매 시장 준비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된 이후 5월말경 세부 가이드라인이 완성됐다. 지난달에는 자금세탁방지 체계에 대한 준비 내역을 각 원화 거래소에 요청한 것도 법인 투자 시행에 앞서 중간 점검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당국은 법인 자금 유입에 대비한 시장 안정 장치 점검에도 나섰다. 대규모 법인 자금이 단기간에 유입될 경우 가격 급변동 등 시장 교란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맞춰 거래소들도 대량 주문의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시간 가중 평균가격(TWAP) 방식을 도입했다.
TWAP은 큰 금액의 주문을 한 번에 넣지 않고, 일정 시간 동안 잘게 나눠 자동으로 체결하는 매매 방식이다. 수억원짜리 주문도 수초 단위로 쪼개 순서대로 처리하는 식이다. 업비트는 올초, 빗썸·코빗은 3월께 이를 적용했고 코인원도 이를 준비하고 있다.
법인 투자에 대해 시장의 기대가 높은 것은 법인 참여가 가져올 유동성 효과 때문이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 비중이 적게는 50%, 많게는 80%에 달한다"며 "코인 시장에 이를 유사하게 적용하면 호황 시점 기준 일평균 거래량이 10조원, 최대 15조원까지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도 "10조원이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라며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기관 거래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당국의 입장은 여전히 신중하다. 시장에서는 법인 시장 개방을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과 연계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디지털자산법의 국회 본격 논의는 하반기에 이뤄질 전망이다.
넘어야 할 쟁점도 만만치 않다. 대주주 지분 규제 논란과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자금세탁 경로 차단 문제 등이 핵심 현안으로 꼽힌다.
최근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026년 국제 콘퍼런스' 패널 토론에 참석해 스테이블코인의 효용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수형 한은 금융통화위원도 "중앙은행 발행 CBDC가 경쟁을 유도해 좀 더 수수료를 낮추도록 유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실효성 논의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과 법인 투자 개방은 별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히려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 법인들의 투자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추진과는 별개로 법인 시장의 개방이 선제적으로 업계에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종욱 기자 onebell@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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