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에 재생에너지 주목, 탈원전 철회···이란 전쟁이 만든 ‘자국 우선 에너지 시대’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지정학적 위기로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남미와 동남아 등 여러 국가가 자국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자국 우선(Me-first) 에너지 시대’가 도래했다고 전했다.
중동 분쟁의 장기화로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여러 국가에서는 대체 수단으로 재생에너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3월 태양광 발전 설비를 건설하는 등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러한 계획을 밝히며 “수입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국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이란 전쟁 이후 전기차 판매량은 급증하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영국의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에 따르면 필리핀에서는 전쟁 이후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설비 수입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에 따르면 유럽의 지난 4월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했다.
원자력도 다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3년 탈원전을 선언했던 벨기에는 전쟁의 여파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국유화를 추진하는 등 원전 친화 정책을 펴고 있다.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도 사실상 탈원전 기조를 철회하고 원전 재가동에 나섰다.
공습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걸프 국가들도 대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해협 봉쇄로 석유 수출이 거의 중단됐던 쿠웨이트는 해외 석유 저장 시설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 건설 및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남미의 산유국 가이아나가 첫 정유 시설 건설 계획을 논의하는 등 중동 외 산유국들도 자국 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부터 본격화됐다. 전쟁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위기는 심화해 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추산에 따르면 유럽의 가스 소비량은 러·우 전쟁 이전보다 약 16%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타결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더라도 원유 공급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러·우 전쟁과 미·이란 전쟁이 이어지고,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도 과거보다 다양해진 상황에서 각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 변화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에너지산업전략센터의 설립자인 사라 라디슬로는 “각국은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에너지 구성을 더 탄탄하게 갖추게 될 것이며, 동시에 무역 관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더 신중한 시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6080600091#ENT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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