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파운데이션 특허, 글로벌 7개사가 국내 6개사의 17배… 한국 출원 비중 85.5%

이원지 2026. 6. 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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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L 풀 가동 이후 표준 인접 IP 무게중심 이동

스탠포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가 'AI Index 2026'을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AI 등록특허 수에서 세계 1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절대 출원 건수에서도 상위권에 들어간다. 같은 보고서는 2025년 AI 모델 수에서 미국 50개, 중국 30개, 한국 5개를 함께 제시한다. AI 특허의 양적 지표와 파운데이션 모델 산출 역량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차이가 한층 또렷하게 드러나는 영역이 'AI 파운데이션 모델 핵심 기반 기술' 특허다. 산업 IP 영역에서 한국ㆍ미국 특허를 패밀리 단위로 집계한 비교 통계에 따르면 분석 대상은 1,386개 패밀리다. 동일 발명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패밀리 아이디 기준으로 1건 단위로 묶었다. 이 가운데 글로벌 7개사가 1,310건(94.5%), 국내 6개사가 76건(5.5%)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7개사는 Anthropic, IBM, Meta Platforms, Microsoft, Genentech, Google, OpenAI다. 국내 6개사는 LG AI연구원, KT, SK텔레콤, 카카오,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다. 기업당 평균은 글로벌 187.1건, 국내 12.7건이다.

권리화 지형은 또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국내 6개사가 보유한 76개 패밀리 가운데 65건(85.5%)이 한국에만 출원된 것으로 정리됐다. 미국 출원은 11건에 머물렀고, 미국 등록까지 진행된 패밀리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등록률 기준으로 보면 SAIL 참여기업이 42.0%, SAIL 미참여 글로벌기업이 35.3%, 국내기업이 9.2%다.

분류 기준은 AI 파운데이션 기술군을 네 갈래로 끊어 적용했다. 모델 유형(언어모델ㆍ트랜스포머ㆍ디퓨전ㆍ파운데이션 모델), 고유 연산(자기회귀ㆍ토큰 확률 샘플링ㆍ컨텍스트 윈도), 학습 기술(파인튜닝ㆍ대조학습ㆍ인간 피드백 강화학습ㆍ에이전트 궤적), 하드웨어ㆍ아키텍처(디코더 전용 트랜스포머ㆍ멀티헤드 어텐션ㆍ인메모리 컴퓨팅)다.

이 통계는 글로벌 빅테크 9개사가 결성한 'SAIL(Shared AI License) Foundation'이 회원사 간 AI 파운데이션 모델 핵심기술 상호 라이선스 풀을 가동한 흐름과 맞물려 의미가 달라진다. 협상 테이블 위 카드가 출원 건수 자체가 아니라 미국·유럽 등 핵심 시장에 권리화된 패밀리와 표준 인접 기술군에 가까운 자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5%라는 비중과 85.5%라는 국내 편중률은 향후 라이선스·표준 논의에서 한국 기업의 위치를 가늠하는 한 축이 된다.

한국이 추진 중인 소버린 AI 전략은 통상 세 갈래의 기둥 위에 서 있다.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국산 AI 반도체, 한국어ㆍ한국 산업 데이터다. 산업 IP 업계 안에서는 이 세 갈래 뒤에 한 갈래를 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모델ㆍ반도체ㆍ데이터를 떠받칠 산업 IP 기반, 다시 말해 AI 핵심 기술군에 대한 한국 기업의 특허 자산을 어떻게 쌓고, 묶고, 운용할 것인가의 물음이다.

같은 물음에 답을 찾는 영역은 두 갈래로 갈린다. 한쪽은 모델 단의 흐름이다. LG AI 연구원,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연구·기업 라인이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학습·고도화하고 있고, 일부는 산업 도메인 특화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 다른 한쪽은 엔진 단의 흐름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이 학습ㆍ평가ㆍ검증되기 위해 필요한 기술 데이터, 특히 특허 데이터를 다루는 영역에서 국내 자산이 어떻게 쌓이고 있는지는 일반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후자의 영역에서도 의미 있는 움직임이 잡힌다. 산업 IP 전문 기업 워트인텔리전스는 전 세계 특허 원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전학습된 도메인 특화 언어모델 'Pluto LM'을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회사는 지난해 LG AI 연구원과 산업 IP 영역의 AI 협력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도됐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추진한 특허 검색ㆍ분석 솔루션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 IP 업계에서는 도메인 특화 학습 자산이 향후 표준·라이선스 논의에서 한 축으로 다시 평가될 여지가 있다는 시각이 흐른다.

대응 방향은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 전체 AI 특허 지표와 별도로 파운데이션 모델 핵심기술 특허를 따로 추적하는 모니터링 지표를 두는 흐름이다. 둘째, 국내 출원에 머무는 구조를 미국·유럽 권리화로 확장하는 흐름이다. 셋째, 국내 기업이 보유한 파운데이션 관련 자산을 풀·라이선스 구조 안에서 카드로 운용할 수 있는 협상 채널을 미리 확보하는 흐름이다.

산업 IP 업계 한 관계자는 “AI 전체 특허 총량 지표만으로는 파운데이션 모델 협상력을 측정하기 어렵다”며 “핵심 기반기술군에 한정한 모니터링 지표를 별도로 두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보유 자산이 한국에만 머물러 있으면 글로벌 분쟁ㆍ라이선스 협상에서 방어권과 카드 양쪽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통계는 한국이 AI 시대의 양적 지표에서 결코 뒤처져 있지 않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키는 동시에 그 자산이 글로벌 협상 테이블 위에서 어떤 무게로 환산될 것인가라는 물음을 남긴다. SAIL 풀이 가동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국내 산업 IP 지형이 어떤 두께를 쌓아 갈 것인지가 앞으로의 흐름을 가늠하는 한 가지 관전 포인트로 남는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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